서로 아무런 사전 대화 없이, 목사님이 나지막한 소리로 나를 위해 기도를 해주시기 시작했어. 한참 기도 해주시는데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지만,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수년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쌓였던 큰 설움과 슬픔이 다 튀어나와서 나도모르게 대성통곡을 했어.
기도 마치고, 나한테 말씀해주시는데 나 내용 듣다가 놀라서 의자에서 떨어질 뻔 했잖아 ㅋㅋㅋ 지금도 생각하면 팔에 닭살 돋는다.
주요 내용은 그런 거였어.
네가 지금 전시 준비가 너무 힘들어서 여기까지 찾아왔지만, 전시는 너무 힘빼지 말고 예전에 그려두었던 것들이나 뭐 좀 준비해서 적당히 넘겨라. 너는 어차피 그림 그릴 사람이 아니고 사업을 해야한다. 너 기억나지? 대학생 때, 너가 나중에 돈 벌어서, 너처럼 꿈 많은데 경제적 이유로 못 펼치는 아이들 도와주겠다고 기도했었잖아. 어려운 애들 위해서 학교 짓고 병원 짓겠다며? 그거 다 기억하고 계셔. 약속 지켜. 정신차려.
헉.
난 얼어붙었어.
맞아. 나 분명히 그런 기도 간절하게 한 적이 여러번 있었어. 너무 힘들어서, 너무 하고싶은 게 많은데 다 막혀서 캄캄할 때. 친구들 다 유학가는데 나는 못 갈 때. 그런 기도를 했었지. 나같은 애들 더 안 생겼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런 내용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그냥 그 분과 나만의 은밀한 대화였으니까.
그래서 그 얘길 토씨하나 안 틀리고 얘기 하셨을 때 너무 놀랐고, 또 나는 벌써 6-7년 넘었던 내용이라 까맣게 잊고 작품에만 몰두하고 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계신다고 하니 더 놀랐어.
이어서 더 말씀하셨어.
너 많이 힘들고 답답했지? 서러웠던 거 다 알아.
하지만 걱정 하지마. 잘 될 거야.
나는 눈물이 마를 새도 없이 놀라서 물었어.
제가 사업요? 무슨 사업요? 전 알바랑 그림 그려본 것 밖에 없어요.
음... 글쎄.. 뭔진 나도 모르겠는데.
이름도 지어주고. 예쁘게도 만들어주고.
이야기도 만들어주는.. 뭐 그런 거야.
뭔소리인가 싶었는데 ㅋㅋ
당시만 해도 브랜딩이라는 개념이 없었거든. 나중에 브랜딩 회사 차리고 한참 뒤에, 목사님이 해주신 그 설명을 떠올려보니 그게 브랜딩 업무 맞더라 ㅋㅋㅋㅋㅋㅋ
- 사업을 제가 어떻게 시작해요?
글쎄..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될 거야 곧.
- 여태까지 작품 했던 거는요?
음.. 정 하고싶으면 나중에 나이 들어서 취미로 해.
-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 정말로?
걱정하지마. 너는 사업을 안 할 수는 없어. 이제 너의 부모님은 재기하시기 어려워. 네가 얼른 자리 잡고 부모님도 보살펴야해. 지금 네가 그깟 전시 때문에 밥도 못 먹고 할 때가 아니야.
대략 그런 얘기였어.
이건 내가 예상했던 것과 너무 다른 내용의 대화였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전시 잘 하게 그냥 따뜻하게 위로해주실 줄 알았다고.
와우.. 상상도 못 했던 얘기들이라
그저 멍하더라.
그리고 몇 주 후, 그 목사님 말씀대로 전시는 어찌 어찌 열렸고, 지나가졌어. 세상이 무너질 줄 알았는데 아무 일도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