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말레이시아 셈포르나(말레이어로 '완벽'을 의미) 해안 주변에는
'해상의 집시'라고 불리는 바자우족이 산다.
파도와 바람의 흐름을 읽고 잔잔한 바다를 찾아 그곳에
바다에 떠다니는 목재를 주워 수상 가옥 '뽄또한'을 짓고 사는 바자우족은
작은 나무 배를 타고 망망대해에서 대왕조개를 잡기도 하고
아갈아갈(해초) 양식을 하며 바다를 삶의 터전 삼아 살아간다.
뽄또한에서 함께 생활하는 열세 명 대가족의 가장인 바자우족 아저씨는
촬영을 위해 먼 이국에서 온 이방인을 위해 아갈아갈 샐러드를 정성껏 무쳐 낸다.
따뜻한 환대에 감동한 자전거 탐험가 황인범 씨가 바자우족 아저씨에게
수상 가옥에서 생활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묻는다.
"사실 여기 있으면 별일은 없죠. 이런 게 저희의 삶인 거죠."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해맑은 이의 답변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바자우족의 언어에는 우리가 쓰는 말 중에 한 가지 없는 게 있는데,
'부족함'이란 단어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바자우족 사람들은 하나같이 순박하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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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눈으로 과연 바자우족의 '부족함이란 개념이 없는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날마다 나에게 없는 것과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고민한다.
나에겐 왜 그게 부족한 거지?
저 사람에게는 있는 것이 왜 내게는 없을까?
원하던 것이 생기면 얻은 것에 만족하기보다
내게 없는 것, 부족한 것을 끊임없이 갈구하고
얻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욕망하는 삶.
고개를 돌려 내 방을 둘러보니 나는 너무 많은 것에 둘러싸여 있었다.
꾸역꾸역 모으고, 쌓고, 쟁여 놓고, 채워 넣으면서도
늘 부족함의 공허와 허기에 사로잡혀 지냈던 것 같다.
나는 이미 차고 넘치게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부족의 반대말은 만족일까 충족일까?
부족한 것을 충분히 채우겠다고 아등바등 살다 보니
마음에 흡족함을 느낀 적이 없다.
바자우족은 '부족함을 모르고' 살고 있고
나는 여전히 완벽을 생각하며 비어 있다.
내겐 없는 것,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욕망하기보다
내가 가진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천천히 살펴보자.
마음의 균형과 평화 그리고 행복은
밖에서 주어지는 게 아니라 납득한 내 안에서 샘솟는 것이라는 것,
만족은 절대치의 기준이 아니라 상대값이란 사실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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