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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 Jan 23. 2021

84. 짧고 묵직한 글.

헤밍웨이 같은 글을 쓰고 싶다. 

한마디로 사람을 전율하게 만드는 글을 쓰고 싶다.

맛있는 케이크를 입에 넣은 첫 순간처럼 온몸에 행복감이 차는 글을 쓰고 싶다.

무거운 포대를 내려놓는 것처럼 마음에 풍 먼지와 함께 진동이 몰려오는 글을 쓰고 싶다.


화려하고 물 흐르는 듯한 이야기의 전개도 좋다. 서로 대화하는 것 같이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글도 좋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 기억에 남는 글은 철저하게 문장단위다. 마치 펜으로 꾹꾹 눌러 담은 듯한 활자와 활자. 그 한 문장.

그 한 문장이 도저히 잊을래도 잊히지 않는다. 가슴속에 각인되어 떨어지지 않는 문장이 된다.

누군가에 마음에는 그런 문장을 쓰고 싶다.


책을 펼쳤을 때, 책을 닫았을 때. 

나라는 사람을 떠올렸을 때, 내 얼굴보다 먼저 내 작품의 한 마디가 먼저 떠올랐으면 좋겠다.

그게 그 사람의 운명의 항로를 결정하는 나침반 바늘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주 작고 짧지만, 항해를 하는 동안 놓칠 수 없는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전히 길게 글을 쓴다. 생각을 정돈해도 정돈해도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많이도 길게 쓴다.

했던 말이 또 반복되고, 말과 단어만 바뀌고 뱅글뱅글 도는데 차마 줄이질 못한다.

그렇게 짧고 묵직한 글이 좋다면서 글이 압축되면 또 너무 비어 보일까 봐, 섣불리 줄이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호흡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참 '지망생' 다운 글만 탄생한다.


짧아도 상관없다. 모든 걸 설명하지 않아도 좋다.

내 글을 느끼고 본인의 감정을 깨닫는 사람이 생길 수 있는 문장을 쓰자.

내 감정을 주입하는 것이 아닌 작은 불쏘시개처럼 탁. 말라버리고 지친 퇴근길의 감정을 지펴 올리는 글을 쓰자.

별을 봐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을 때, 늘 같은 페이지에서 스크롤만 내리고 있을 때.

모든 사람들과의 만남이 소음처럼 들릴 때, 사랑이 왜인지 지친 듯 느껴질 때.

문득 나의 한 문장을 떠올리고 가슴이 메이는, 어딘가 북받치는 글을 쓰고 싶다.


백스페이스를 더욱 많이 누르며 작성한 글, 지우개 찌꺼기가 책상에 쌓이면서 작성한 글.

그래서 더 이상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고 꿈틀대는 그런 글을 세상에 보이고 싶다.

'지망생'이 아닌 '작가'의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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