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가 있다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요즘 즐겨보게 됐다.
방송 본방까지 꾸준히 챙겨보는 것은 아니지만 유튜브 영상이 올라오면 꼬박꼬박 챙겨본다.
그중 처음부터 내 눈에 들어온 가수가 있었다. 나온 가수들 중 가장 맘에 드는 가수는 아니었지만, 그 사람이 눈에 계속 걸렸다.
그 사람은 무명가수다. 인디밴드의 보컬을 한다고 하지만, 명확한 결과도 없이 나이만 들었다.
이제 아저씨라고 부르기 직전의 나이, 그는 자신이 아무것도 잘하지 못하는 가수라고 자조했다.
계속해서 빼어난 편곡 실력과 몰입할 수 있는 보컬을 가지고 뛰어난 무대를 만들었지만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어쩌지, 나는 이제 보여줄 건 다 보여줬어.'
'나는 도대체 내가 뭘 하는 건지 모르겠어.'
그는 자기가 어떤 무대를 보여줘도 만족하지 못했다. 그다음 무대와 자신의 음악의 정체성에 대해서 막막함을 표하며 걱정했다.
자신의 음악은 정체성이 없다,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겠다며 다른 멋있는 무대를 보여주는 가수들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내며 그들의 무대를 부러워했다.
'완전히 다른 음색의 길을 여는 가수는 많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장르를 개척하는 가수는 흔치 않다. 당신이 말하는 그 '뭔지 모를 음악'이 새 장르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또 한 번의 무대 이후 심사평 이후에 나온 이선희의 조언은 그를 울렸다.
그 조언이 무대 위의 그를 뚫고 나에게 박혔다.
그는 새로운 장르라 불릴 정도로 독톡하고 어느 하나로 규정하기 힘든 음악을 하고 있었다.
그는 눈치채지 못하고 어느 장르에도 엮일 수 없는 함량 미달의 음악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지금껏 누구도 들려주지 못한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인정받았다. 비록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 많은 시간 동안 다듬어낸 그의 진지한 음악에 대한 고찰은 배신하지 않았다.
많이 부럽다. 또 잠시 기대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장르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나도 내 많은 시간이 새로운 장르의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늘 글을 쓰면서 오늘보다 좋은 글을 못 쓸 것 같고, 나도 아직도 뭘 하는지 모르겠다.
어떤 장르의 작품을 만들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보고 있으면 이게 무슨 글일까 싶다.
나도 그만큼 실력이 있을지 확신은 들지 않지만 바라보고 느끼는 감정은 더할 나위 없이 같다.
그렇기에 나도 장르의 개척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내 영혼이 그만큼 독특하길 원한다. 나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새롭게 이름을 붙여야 하는 그런 작품이 빚어지길 원한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길은 당연하지만 누구도 없다. 오로지 나만을 붙들고 가야 하는 현실이 흰 설원처럼 끝없이 펼쳐지리라.
그 가수도 그렇게 느끼리라. 극찬 이상의 부담이다.
더욱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헤멜 것 같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 설원을 정복해 새로운 개척자로서의 깃발을 꽂는다면 분명 찾아올 모든 고뇌와 도려내는듯한 영혼의 소모 이상의 환희가 있으리라.
그렇게 믿는다. 그렇게 믿고 설원에 발을 디디겠다.
나의 장르를 만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