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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닷터 Nov 12. 2023

Q5. HRD 직무를 선택하신 계기가 있나요?

법학 전공자


제 전공은 놀랍게도 법학인데요?


저는 고등학생 때 꿈이 행정공무원이었어요.


공무원이신 아빠를 보며 

안정적인 공무원을 장래 희망에 항상 적었어요. 

대학교는 막연히 행정학과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고등학생 때 성적에 맞추어 학교를 지원했는데 

제가 다닌 학교에는 행정학과가 없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래서 법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법학과에 가서 공무원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학교에서 행정학 수업을 들었는데, 

와 이거 도무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 거예요.


민법, 형법, 상법, 세법 수업을 들었는데 

진짜 자퇴해야 하나...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재미도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제가 정말 배우고 싶은 학문이 있으면 

전과하거나 편입해야지 생각했지만,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학문은 없었어요.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도 몰랐기 때문이에요. 


이후 대학교 4학년이 되었고 무서워졌어요.


친구들은 공무원 준비하러 노량진에 갔고, 

또 다른 친구들은 로스쿨 입학을 준비했어요.


저는 공무원 준비 그리고 공부는 죽어도 하기 싫었어요.


민사소송법 수업을 들었는데 

이 과목이 공무원 시험에 있다고 들은 이후부터 

흥미가 떨어지고 그냥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취업을 준비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공무원 준비, 로스쿨 준비를 했지만, 

저는 취업으로 눈을 돌렸어요. 


취업과 관련된 교과목을 열심히 듣고 

자기소개서를 다듬고 면접을 준비했어요.


그 결과, 

대학교 4학년 10월에 첫 번째 직장 취업을 하게 되었어요. 

취업만 하면 행복이 시작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아니었죠. 


직장이라는 곳은 군대 같았어요. 

중견기업이었는데 남자가 60% 이상이었고 

수직 구조였기 때문에 너무 딱딱했어요.


그때 200명이 넘는 직원들 중에서 제가 제일 어렸어요. 

다들 저한테 지금 왜 회사에 있냐, 

나가서 놀아라 이렇게 말했지만, 

취업난이 심한 시기였기 때문에 저는 와닿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와닿...)


전공을 살려서 법무팀에 일하게 되었는데 

처음 직장인이 되었을 때 

사원증을 목에 걸고 직장인 뽕에 차 있었어요.


이건 몇 개월 가지 않더라고요. 


일할 때 책임감, 

계속 찾아보고 공부해야 하고,,, 

그런데 저는 사수가 저와 맞지 않았어요.
사수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힘들었기에 패스할게요.


몸무게 6kg이 빠졌고 퇴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하지만 모두 다 말렸어요.
심지어 재무 본부장님까지 저와 커피타임을 가지면서 

그만두지 말라고 말씀해 주셨죠. 


그래서 저는 3주 동안 휴직을 했고 

잠시 유럽에 다녀왔어요.


3주 동안 쉬고 복귀한 이후에는 

저와 맞지 않는 사수가 없었기에 잘 다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일을 해도 뭔가 풀리지 않는 갈증이 있었어요.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한 느낌? 


저는 하루 종일 계약서를 보는 날이 많았어요. 

회사에 문제 되는 내용은 없는지 

법률 리스크를 검토하고 의견을 주는 게 제 역할이었죠. 


그런데 저는 모니터를 보거나, 

종이를 보며 일하는 것보다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게 더 좋았어요. 


내가 잘하는 게 뭔지는 모르지만, 

더 잘하는 게 있는 것 같았어요. 


복귀 후 1년이 지나고 잘 다니는 것 같았지만, 아니었어요. 

100세 시대인데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로 평생을 일한다면 끔찍할 것 같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걸 평생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부모님을 설득해서 퇴사했어요. 


25살 6월, 

퇴사 후에 내일로 여행도 혼자 떠나면서 

나는 누구인지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어요.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도 발급해서 보고, 

친구들에게 내가 뭘 잘하는지도 물어보고, 

관심 있는 교육들도 다 들어봤어요. 


이때 제가 생활기록부에서 발견한 게 있었어요. 


저는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시절 공통으로 한 활동이 있더라고요. 

바로 멘토링이에요. 


제가 멘토였는데 

저는 누군가를 도와주고 

누군가와 함께 할 때 힘을 얻는 사람이더라고요. 


이때 우연한 기회로 일산에 있는 중학교에 

진로 멘토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저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행복해하고 

삶이 나아지는 걸 보니 뿌듯했어요. 


취업을 다시 준비하면서 

이런 일을 하는 직무는 무엇이 있을까? 찾아봤어요.
회사에서 이런 일을 하는 직무는 인사, 교육팀이었어요. 


교육팀 취업을 준비했고 

한 회사의 인턴에 합격하게 되었어요. 

인턴 면접을 볼 때도 제가 될지 몰랐어요.


그때 최종 면접자가 총 4명이 있었는데 

저 빼고 세 명은 채용 공고에 쓰여있는 

우대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들이었거든요. 


간호학 우대였는데 실제로 퇴사한 간호사 선생님이 계셨고, 

교육학 우대였는데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재학 중인 분이 계셨고, 

교육 운영 경험 보유자 우대였는데 실제로 그 일을 했던 분이 계셨어요. 


저는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면접을 잘 봤고 합격하게 되었어요. 


인턴이었지만 주어진 일에 하루하루 성실히 하다 보니 

팀장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정규직 전환도 되었어요. 

회사에서 몇 없었던 정규직 전환이어서 뿌듯했어요. (인정받은 기분)


그렇게 HRD 업무에 애정을 갖고 

열심히 한 덕분에 4년 넘게 HRD 직무로 일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1인 기업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강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이제는 제가 무엇을 할 때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잘하는지를 명확히 알아요.


제가 좋아하는 건 
사람들 만나는 것, 

새로운 사람과 대화하는 것, 

다른 사람한테 유익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무언가 알려주는 것, 

스티커 모으기 등등이 있고요. 


제가 잘하는 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말을 잘한다는 것 아님), 

새로운 정보를 찾는 것,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선물 주는 것 등등이에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일치되는 일을 할 때 행복한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은 내 관심사이고, 

잘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보다 비교적 내가 쉽게 수행할 수 있는 것인 것 같아요. 


이 중에서 잘하는 것은 

연습하면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처음부터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하지 못했어요. 

고등학생 때도 그렇고, 대학생 때도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교육팀에 취업 후 신입사원 교육 오프닝을 맡게 되었어요. 

그때 당시 저도 신입사원이었는데 

팀장님이 시키셔서 바로 하게 되었죠. 


준비한 것도 없었고 기억나는 것도 없었어요. 

당연히 염소 목소리로 떨게 되었죠.


그때 어떤 입사자분께서 

괜찮아 (박수) 괜찮아 (박수)를 외쳐주셨어요. 

감사하다고 했어요. 


그런데 교육 담당자로서 

신입사원한테 박수받은 것이 조금은 창피했어요.


다음부터는 떨지 않고 말해야겠다. 

신입사원이 나를 보고 

이 회사 뭐야...라고 생각하면 안 되니까 

더 연습해야지! 생각했고 

교육 오프닝과 마무리 대사는 미리 써놓고 외웠어요. 


교육과정별로 다른 오프닝을 준비했고 

연습하면서 더 이상 대본을 쓰지 않아도 될 경지에 다다랐어요. 


이처럼 저는 처음부터 말을 잘하지 못했지만 

연습하고, 실행하고, 실수하며, 시도한 결과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지금은 강사로서 말을 잘해야 해요.


물 흐르듯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준비한 강의를 모두가 이해하기 쉽게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려운 말보다는 

학습자가 이해하기 쉬운 용어와 표현을 사용하려고 노력해요.


직장에 있을 땐 교육팀에서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했고요.
직장을 퇴사한 지금도 제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여러분들도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찾고 

일치되는 일을 하시면서 살아가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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