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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아책방 Apr 27. 2021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아이와 내가 책을 즐기는 방법

    

“으챠 으쨔 으챠” 

오늘도 우리집 아이는 크고 두꺼운 그림책 여러권을 안고 끙끙 대며 온다. 나에게 같이 보자고 책을 들이민다. 그림책에 어떤 아이가 딸기를 나눠 먹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을 보자마자 우리집 아이는 책장에서 딸기 그림이 그려진 ‘딸기책’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여기에도 딸기가 있다고 하면서 냉장고에도 딸기가 있다고 표현을 한다. 이제 다음 책은 ‘고마운 자동차’ 책이다. 첫 장은 경찰차다. 아이는 뛰어서 장난감 경찰차를 가지고 온다. 그 다음 장은 소방차, 다시 또 뛰어서 장난감 소방차를 가지고 와선 물이 어디서 나오는지, 어디로 향해 물을 쏘는지 온갖 표현을 한다. 다음에는 덤프트럭, 포크레인이 줄줄이 나오고 우리 주변엔 책과 함께 장난감이 계속 쌓인다. 우린 이렇게 신나게 책을 본다.  



돌 전후쯤 아이에게 찾기 놀이가 시작되었다. 장보고 나면 아이와 난 야채들을 하나씩 꺼낸다. 야채나 과일 중 하나를 책장 앞으로 가지고 와선 책등에 있는 그림을 보며 찾는다. 예를 들면 장바구니에서 고구마를 꺼내면 책등에 고구마가 그려진 책을 찾아 꺼내는 것이다. 그렇게 사과, 귤, 콩도 찾고 책의 한 장면을 펴서 파프리카도 찾았다. 또 애착인형인 물범이나 토끼를 보고 책등에서 똑같은 동물을 찾아 꺼낸다. 이게 재미있는 놀이가 되었는지 집에 있는 야채나 과일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책으로 이어져 ‘엄마, 나 찾았어요’ 라고 눈빛을 반짝이며 나에게 가지고 온다. 아이와 내가 책을 즐기는 방법이다.     




집 밖에서 경찰차나 소방차를 보고 오면 그에 관해 그려져 있는 책이 좋고 더 궁금해 한다. 동네에서 고양이를 보고 집에 오면 고양이 책을 한번 펴 본다. 책 한권을 읽어도, 한권으로 끝나지 않고 책을 읽는 우리 주변엔 여러 권이 금세 쌓인다. 쌓이는 책만큼 아이는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 궁금한 것도 많고 종알종알 거리며 ‘안다고’ 표현을 하며 나에게 알려주고 싶어 한다. 나는 아이의 호기심이 쭉쭉 뻗어가는 것을 상상한다. 집에 있는 모든 것이 장난감이고 책과 연결되었다.         



  

나는 내가 가진 것 중에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책 찾아 읽는 습관’이다. 어린 나는 백과사전이나 전집을 좋아했었다. 궁금했던 것이 있는 책을 뽑아서 마구 넘기며 보았었다. 다 이해하기는 어렵고 힘들어도 사진과 큰 글자를 보며 여태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상상할 수 있었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책을 쌓아가며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책은 넓고 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책덕후인 내가 아이와 같이 책 고르고 보는, 이 모든 과정을 즐길 수만 있다면, 궁금한 것을 책에서 찾아보고 호기심이 해결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책은 아이에게 아주 크고도 든든한 친구가 되어줄 거라 믿는다.      




책 한권에서 시작되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그것은 호기심 때문에 시작된 것이었다.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무장된 독서가 아니라 책이 재미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눈앞에 있는 사물에서 관심이 책으로 옮겨가고, 이 책에서 저 책으로 호기심이 폴짝폴짝 뛰며 아이만의 책 지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아이는 좋아하는 책을 소중히 다루고 외출할 때 가방에 꼭 챙겨서 넣는다. 한번보고 또 보고 계속 보고 싶은가보다. 조금 더 커서 학교를 가게 되면 꼭 읽어야 할 책이 생길 것이다. 그때가 되어도 책이 주는 즐거움을 무한히 탐험하며 나와 같이 책수다 떨 수 있길 바란다.      




아이가 책을 가지고와서 같이 보자고 하며 하는 말들을 잘 들어주어야겠다. 어떤 것이 더 궁금한지도 잘 봐줘야겠다. 아이의 일상에도 책이 잘 녹아있어 같이 읽고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다니, 책덕후 엄마는 책보는 아이의 뒷모습만 봐도 피식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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