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아책방 May 15. 2020

책만 보던 육아맘, 트롯의 세계를 영접하다

임영웅이 누구야! 






“클로바. 임영웅 노래 틀어줘.”


친정엄마는 우리 집 거실에 있는 AI 스피커에게 듣고 싶은 노래를 주문하셨다. ‘임영웅’이라니, 누굴까? 궁금하던 차에 스피커에 트로트가 흘러나왔다. 평소에 트로트를 잘 듣지 않던 엄마였는데 웬일인지 궁금했다. 다름 아닌 요즘 트로트 가수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있어 그걸 보다가 빠졌다고 하셨다. 엄마랑 노래를 듣고 흥얼거리며 콩나물을 다듬고 파를 깠다. 노동요로 딱이었다. 덩달아 우리 아기는 콩나물 가지고 정신없이 노느라 땀을 뻘뻘 흘릴 정도였다. 주방 바닥에 엄마랑 나, 아기까지 셋이 앉아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도 아기의 신난 손동작을 보며 한바탕 크게 웃기도 했다. 주방 노동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건 정신없기에 싫은 일이지만, 셋이 있으니 참 즐거웠다. 이 날 기억이 하나의 장면으로 선명하게 남아 있다.           



엄마가 가시고 나니 그때의 날이 자주 떠올라 흐뭇하게 미소가 지어졌다. 동시에 그때 들었던  노래 몇 곡이 귓가에 맴돌았다. 내가 이렇게 트로트를 자주 들었던 날은 처음이었다. 듣다 보니 가사가 마음에 쏙 들어오고 흥얼거리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엄마가 했던 말이 번뜩 생각났다.     

“나도 트로트를 안 들었지만 이렇게 내가 트로트를 들을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 들어보려 하지 않았고 방송에서 자주 다양하게 나오지도 않았어. 그런데 노래하는 걸 보면서 듣고 있으니 가사가 아련하고 사무치게 그립기도 하더라. 마음이 짠해서 눈물도 났었어.”



정말 그랬다. 엄마 말이 맞았다. 들으려 하지 않았고 크게 궁금하지도 않았다. 트로트는 내 나이 대 사람들이 자주 듣지 않는 노래라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어쩌면 들을 수도 있었겠지만 스스로 그 기회를 차단하고 있었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아이를 재우고 틈나는 대로 책을 펼쳐 보던 내가, 친정 엄마랑 같이 tv를 보며 함께 노래를 듣고 흥얼거리고 있다. 읽을 책을 잔뜩 쌓아 두고 있는데 마음은 노래 가사와 부르는 가수의 얼굴 표정에 가 있다. 하루 중에 책 읽을 시간이 지금밖에 없고 꼭 읽고 싶지만, 지금은 엄마랑 같이 재잘재잘 수다 떨며 노는 게 책 보다 더 즐겁다.  


    

 혼자였으면 트로트를 들어보려고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신나고도 애잔한 노래를 들으며 따라 부르며 엄마랑 수다도 떨고, 아이도 같이 재미나게 놀았던 날, 마음속에 오래 남으리라. 일주일 동안 친정엄마랑 같이 있으면서 엄마는 나에게 새로운 자극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재미난 추억이 되었다. 이래서 새로운 경험, 신선한 자극이 필요한가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2인분의 삶을 살고 있는 육아맘.시간관리가 무슨 말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