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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아책방 Jan 18. 2020

2인분의 삶을 살고 있는 육아맘.시간관리가 무슨 말인가

오늘도 잘 산 하루로 만든다.


시간관리, 돌이 지나지도 않은 아기를 키우고 있는 나에겐 너무나 거리가 먼 이야기다. 어떤 이들은 차차 시간이 지나면 자기 시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몇 년 전부터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다이어리에 시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체크하며 살아왔었다. 한눈에 보이게 형광 펜으로 체크를 하고 무엇을 한지 적었다. 오늘 꼭 해야 할 일을 적어 놓고 했나 안 했나 돌아보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내 시간을 분석하기 위한 자료가 되었고 무엇을 하고 어떻게 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파악하기에도 무척이나 좋았다.




변화

그랬었는데 작년 2월이 되고 아이가 태어나니 이전의 삶과의 전혀 다른 날들을 보내고 있다. 여태 쓰고 있던 (시간 관리형) 다이어리를 아예 쓸 수 없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하지만 지금은 똑같은 시간 속에서 2인분의 삶을 살고 있다. 동등한 지분의 2인분이 아닌 대부분은 1인분(아기)에 치중한다. 아이가 낮잠을 자거나 밤잠을 자면 내 시간이 생길 줄 알았는데, 마음처럼 쉽사리 오지 않았다. 게다가 잠시나마 시간이 생긴다 해도 10분이 될 수가 있고 30분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변수가 많았다. 아기의 시간에 내 시간을 맞추어 같이 움직였다. 새벽에 모유 수유를 할 때는 잠이 깨지도 않는 눈을 겨우 떠가며 아기에게 먹였다. 나에겐 너무나 힘들고 버거워서 눈물을 주룩주룩 쏟으며 울기도 했다. 지금은 새벽 수유를 안 하지만 이유식 만들거나, 신생아 시절과 달리 집안일의 양이 많이 늘어났다. 걷고 싶어 하는 아이를 주시하며 같이 놀아주다 보니 어깨엔 늘 곰 세 마리가 앉아있다. 하루 종일 피곤과 싸우는데, 시간 관리라는 단어부터가 사치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아이의 낮잠을 재우며 나도 같이 잤다. 어쩌다가 낮잠을 많이 자는 날에는 읽고 싶었던 책을 얼른 집어 읽기도 했다. 이 고요한 순간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최대한 집중해서 활용을 해야 한다. 몇 달 전만 해도 밀린 집안일을 했었다. 아이가 깰까 봐 조용히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개었다. 쓰레기 정리도 했다. 하지만 이 것들은 잠시 미루거나 아이가 깼을 때 함께 놀며 해도 문제는 없었다. 이것을 깨닫는 데는 8~10개월은 걸린 것 같다. 이제는 이 황금 시간에 집안일을 하지 않기로 한다.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 10분이라도 30분이라도 이 자투리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저녁을 먹고 아이 목욕을 시키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힌다. 집 안의 불을 하나씩 끄며 오늘의 마지막 분유를 먹인다. 점점 아기가 잠이 들 시간이 다가오고, 나의 퇴근 시간도 코 앞에 있다. 따뜻한 방에서 책을 읽어주고 같이 누워 이야기를 한다. 얼른 퇴근하기 위해 아이를 재우려 노력을 한다. 한 번에 잘 자는 날은 많지는 않다. 재우려 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 적도 많고, 엉엉 우는 아기를 달래느라 아픈 팔을 부여잡고 아이를 안고 있기 일쑤였다. 각고의 노력 끝에 아이는 잠들고 집안 정리 후다닥 하고는 서재로 들어온다. 그날그날의 아이 상황에 따라 육퇴 시간은 달라지지만 그래도 아기가 10개월이 된 지금, 내가 자기 전 한 시간 반 정도는 여유가 생겼다.



육아하는 엄마의 시간 속에서 나를 돌보는 시간을 마련하고 쓴다는 것은 참 힘이 든다.

그렇기에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든 활용해 보려 노력한다. 육퇴를 기다리며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고 아이가 잠들고 난 후, 밤에는 나를 위해 책상 앞에 앉아서 책을 피고 읽는다. 시간이 나면 나를 위해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해 나갔다. 내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나, 들여다보며 시간관리를 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기도 했다.



@unsplash




지금의 상황에 맞지도 않는 다이어리 속에 나를 욱여넣고 있다.

아이가 크면 내 시간이 생긴다는 말도 맞지만, 지금 나에게 맞게 활용을 해야 한다. 다이어리를 바꾸기로 했다. 동시에 시간 쓰기에 대한 내 생각을 고치기로 했다. 단순한 위클리 형태의 다이어리로 샀다. 그리고 그 그곳에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나눠서 적었다. 이번 주에 할 일은 무엇이 있나 체크하고 오늘 할 일은 웬만하면 오늘 안에 하기로 한다. 한 주를 계획해 보고 주어진 하루 안에서의 할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지금의 나는 ‘잘 산 하루하루’가 내일을 만든다는 진리를 몸소 깨치고 있다. 내일은 오늘을 잘 산 사람에게 오는 선물이니까. 내일의 나는 또 다른 모습이니까.
<태도의 말들 _ 엄지혜 지음>




다이어리를 바꾸고 난 후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몇 달 전만 해도 난,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며 쫓기듯 살기도 했다. 지금은 하루의 시간 속에서 할 일을 하나씩 해 나가며 살고 있다. 할 일에 집중하며 살고 있다 보니 똑같은 시간이어도 더 알차게 살고 있는 기분이 마구 들었다. 뿌듯하다. 한 주의 스케줄을 적고 할 일을 적어본다. 내일의 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나만의 시간이든 아이와의 시간이든, 그 어떠한 시간이든 그 속에서 오직 내가 만들고 생활하는 하루를 즐겁게 잘 살아보련다. 알찬 오늘을 보내고 단단한 내일이 모여 멋진 내가 되길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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