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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모자 Feb 02. 2022

가까운 곳으로의 시선 이동

지근거리에 내가 좋아하는 곳이 있다는 것은 

취향을 저격하는 공간은 가까이에 있는 것이 좋다


확진자가 1만 명이 넘는 요즈음, 거주하는 도시 밖을 벗어나기가 꺼려지곤 한다. 서울에 놀러 오라는 지인의 요청도 괜히 무겁게 느껴진다. 청첩장이나 모바일 초대장을 받으면 지역부터 먼저 확인한다. 타지, 그중에서도 특히 수도권으로 가야 한다면 온라인으로 돈을 부치고 오프라인으로는 참석하지 않곤 한다. 자가용이든 대중교통이든 중장거리로 이동하는 일 자체가 코로나 때문에 위험하고 꺼려지는 일이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주말이나 연휴에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 여행이라도 갔을 텐데 요즘은 그러기도 쉽지 않다. 다음, 그다음으로 미루며 훗날을 기약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욕구를 꿀꺽 삼켜버린다. 하지만 쌓이고 쌓인 욕구는 조금씩이라도 풀어야 한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욕구, 어딘가로 놀러 가고 싶다는 욕구는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50%는 해소가 되어야 마음이 안정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감염 위험을 최대한 줄이며, 누군가를 만나고 어딘가로 놀러 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면 자신의 가까운 주변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 도시 즉, 로컬은 마음이 허락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쉬울 수는 있어도, 기분 전환하기에는 충분할 수 있다.


명절 선물세트를 대형마트가 아닌 동네 가게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온라인 중고거래 앱에 관해 이야기하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아무래도 당근 마켓을 얘기하는 것 같아 앱에 들어가 봤다. 가까운 동네 가게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자신의 제품을 홍보하는 콘텐츠를 접할 수 있었다. 과일 선물세트였는데, 사진을 보니 동네 가게이지만 백화점만큼 퀄리티가 높아 보였다. 개성 있는 제품이 여럿 있어서 동네 가게에서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에서 코로나19 이전보다 대형마트 구매는 8.2%p 감소했고, 동네가게 이용은 5.0%p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걸 보니, 이미 로컬 소비는 내가 깨닫기도 전부터 증가하고 있는 중인가 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었나, 지근거리에서 소비 트렌드 변화가 조용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최근에 동네를 걷다가 새로 생긴 카페를 발견했다. 내 나이 또래의 젊은 분이 창업을 한 것처럼 보였다. 평소에는 겉에서만 구경하며 휙휙 지나가곤 했지만, 커피도 마실 겸, 한번 방문해보기로 결정했다. 어색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관찰하다가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했다. 주문을 할 때 사장님과 가까운 거리에 서야 한다는 게 새롭게 다가왔다. 카페 내부 공간 이곳저곳에 오밀조밀하게 오브제가 놓여 있는 모습이 상당히 귀여웠고, 이를 통해 사장님의 섬세한 감성을 조용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애완동물을 데리고 들어올 수 있게 하다 보니, 강아지를 안고 있는 손님들이 몇몇 있었다. 그래서 카페가 좀 더 따뜻하고 포용적인 장소가 될 수 있는 듯했다. 그에 더해 인테리어가 자연주의 감성이기도 해서 더더욱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같았다. 편안하고 조용하면서 포용적인 분위기인 것이 내 취향인 카페였다.


카페를 나오며 재방문을 다짐했다. 집에서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내 취향의 가게가 있다니. 괜히 마음이 풍족해졌다. 머릿속에 떠오를 때 편하게, 때로는 지나가다가 즉흥적으로 방문할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이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제품을 소비하든,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든, 취향에 맞는 가게를 이용하는 것은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로컬에, 그러니까 우리 동네나 도시에 그런 장소가 있다면 편하게 방문할 수 있어서 아무래도 자주 이용이 가능하다. 풍요로운 마음은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자신의 마음을 자주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면 삶이 꽤 살만 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지역주민의 취향을 노리는 개성 있는 공간들이 로컬에 다양하게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로컬 전역으로 조심스럽게 보내본다.




참고기사: JTBC(2022.01.30.), "주민끼리 거래·홍보…'동네가게서 설 선물세트 사요'",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4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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