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도 부족하고 캐릭터도 부족한
또 광해 이야기야? 네. 광해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그냥 동네 오빠 같이 친근하게까지 느껴지는 광해군과 대립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대립군>. 대립군이란 생계를 유지 하기 위해 돈을 받고 다른 사람의 군역을 대신 해 주는 사람을 말합니다. 1592년 4월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선조는 왜군의 침입에 도성을 버리고 명나라로 피난을 가기로 결정합니다. 이 또한 광해를 소재로 한 번이라도 보신 분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죠.
선조는 명나라로 파천하기 전, 당시 허수아비로 세워두었던 왕세자 광해에게 자신 대신 나라를 지킬 것을 명합니다. 하지만 절대 그냥 광해가 공을 세우게 둘 선조가 아니죠. 왜놈 피하랴, 산적 피하랴, 호랑이 피하랴, 안 그래도 바쁜 광해는 결국 선조가 보낸 자객들까지 피해야 하는 지경까지 이릅니다. 이 영화에서 남는 건 광해 역을 맡은 여진구의 학춤 뿐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광해 이야기야? 라고 하지만 광해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게 영화 제목으로도 드러나죠. 이 영화는 광해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대립군의 이야기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스토리는 대립군의 도움으로 성장해 가는 광해의 성장기지만 말입니다. 보통 전쟁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웅장함도 <대립군>에서는 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잔잔하기까지 합니다. 전쟁 신 보다는 산을 타거나, 누군가 죽거나, 도망치거나 하는 장면들이 더 많아서 이건 누굴 보여주기 위한 영화인가 싶기까지 합니다.
광해가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좀 더 임팩트 있게 보여주었으면 좋았을텐데 그에 대한 설명도 부족해서 그냥 훅하고 스치고 지나간 기분입니다. 결국 나라를 구한 건 광해가 아니라 백성들이었고, 광해는 그 안에서 숟가락만 얹었다 이런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애매한 장면들 투성이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캐릭터마다 개성이 돋보인 것도 아닙니다. 각자의 캐릭터를 잡기 위한 배우들의 노력은 보이지만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계속 똑같은 장면, 똑같은 행동, 똑같은 표정들이 보이다보니 러닝타임 130분이 160분으로 늘어난 기분까지 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 자체가 재미가 없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냥 킬링타임 용으로 보기에 절적한 영화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좀 더 임팩트 있고 스펙타클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보이지만 생각보다는 많이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웠던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