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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롤 Dec 26. 2020

손님을 집에 초대할때마다 꼭 하는 한가지

음악은 순간을 각인한다.


비현실적인 순간을 선사해준 것은,

제주 공항에서 차로 15분 거리의 신촌리에 위치한 곳이었다. 렌터카라곤 우리 차 밖에 보이지 않는 관광지와 떨어진 한적한 포구마을. 2-3분 정도 골목을 지나다 보니 묵을 숙소가 보였다. 돌담과 나무가 어우러진 정원을 지나, 문자로 받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새로운 공간을 탐험하는 일은 신난다. 

문을 열기 전에 그 설렘은 최고조가 된다. 이틀을 머무르게 될 이 곳은 어떤 곳일까? 우드톤의 실내, 커다란 초록 식물의 화분, 하얀 침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찰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잔잔하고 느린 음악. 풍경소리만 들리던 그 동네를 닮은 음악이었다. 아무도 없었을 공간을 채우고 있던 음악.

예기치 못해서 일까. 마치 영화의 배경음악인 듯 그 순간이 조금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음악은 순간에 대한 이미지를 극대화시킨다.

따뜻한 나라에서 인턴생활을 한 적이 있다. 1년 내내 햇빛이 강렬한 그곳에서 매일 아침 해변을 따라 걸었다. 그때 자주 듣곤 했던 Fergie의 <Big girls don't cry>는 지금도 들을 때마다 나를 수년 전, 수 천 키로 떨어진 그곳으로 데려간다.


몇 년 전 그와 내가 서로 무언가에 토라졌던 날. 결국 화해를 하고 광화문 광장을 거닐었다. 광장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라디오스타 OST인 <비와 당신>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 노래를 들을 때면 그 날이 떠오른다.  


음악은 순간에 대한 이미지를 극대화시킨다. 시각적인 장면뿐만 아니라 느꼈던 그리움, 설렘, 애틋함 까지. 그래서 때로는 그때의 향수를 느끼고 싶어서 일부러 음악을 찾아 듣기도 한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따뜻한 환대의 마음

그 날 갑자기 마주친 음악은 그 공간을 마음속 깊이 담아두게 했다.

생각해보면 블루투스 스피커를 준비해놓은 곳은 있었지만 체크인할 손님을 위해 음악을 틀어놓은 곳은 처음이었다.


그 마음씀은 충분히 따뜻한 환영이 아닐까?


음악으로 누군가를 환영할 수 있다니.

나도 그러고 싶어 졌다.

이후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할 때면 그 날의 분위기를 고려하여 음악을 선곡해 미리 틀어놓는다.

"어서 와. 환영해!"라는 마음을 담아서.


그 날을 음악으로 기억하고 싶은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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