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준비와 박사 졸업을 곁들인..
앞으로 이어질 창업 프로젝트 기록의 주요 등장인물은 2명이다.
1명의 이름은 이짱맨으로, 92년생이다. 서울 태생으로, 약 30년간 서울 촌놈으로 살다가, 세종시 소재의 연구원에서 근무하며 지방 도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고향에 있는 한 대학에서 박사 과정까지 수료하고, 퇴사 후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
또 다른 1명의 이름은 지짱맨으로, 96년생이다. 충청도 출신으로, 약 30년간 해외 아니면 충청도에서 살았다. 살고 있는 지방 도시는 언제나 관심사였다. 고향에 있는 한 대학에서 벤처비즈니스와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학부 4학년 때 첫 번째 창업을 했고, 지금은 두 번째 창업으로 먹고산다.
지 씨는 충청도에서 유일한 광역시임에도, 노잼도시 타이틀을 독식하는 대전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고, 이 씨는 대전 못지않은 노잼도시라 불리는 세종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 둘은 대전 유성구에서 만나, 충남대학교와 카이스트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고, 1+1 음료를 사러 편의점에 가고, 교정을 데이트 장소 삼아 걷다가, 결혼하기로 했다.
둘이 5천 원짜리 학식을 먹으면서도, 오히려 메뉴가 매일 바뀌는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며 낄낄대고, 매번 똑같이 평범한 교정을 걸으면서도 결혼을 약속한 건, 둘 다 노잼도시에 살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지 씨는 이 씨랑 노는 것만큼이나 재밌는 건 없다고 생각했고, 이 씨만큼 웃긴 사람도 없다고 웃어댔다. 이 씨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긴 몰라도, 아마 똑같이 지 씨랑 노는 게 가장 재밌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함께 있을 때 즐거운 사람, 나를 웃게 해주는 사람, 친구와 같이 놀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익히 들어왔으므로, 지 씨가 생각했을 때 이 씨와 결혼하는 것은 당연했다. 지 씨는 이 도시에서 이 씨만이 재밌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이 씨는 자신과 있을 때를 제외한 대부분의 일상을 흥미 없게 보내는 지 씨를 보고, 대전이 노잼도시이기 때문만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지 씨는 일을 하면서도, 일을 마치고도 권태롭다는 말을 자주 했기 때문이다. 일과를 마친 10시 30분경, 매일 밤마다 이 씨는 지 씨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이 맞냐고 물었다. 그때마다 지 씨는 '이 일이 하고 싶은 일은 맞는 것 같긴 하다'라며 어벌쩡하게 굴었다.
애매하게 구는 지 씨의 태도에 지치지 않고, 이 씨는 계속해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었다. 어느덧 나이가 서른 살이 다 되어가는 지 씨는 때아닌 진로 코칭에 머리가 아팠다. 창업한 지 2년 차, 조금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니, 권태롭더라도 편하고 싶은 마음 반, 힘들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도전하고 싶은 마음 반이 부딪혔다. 지 씨도 사실 알고 있었다. 즐겁고, 가치 있는 일을 위해선 도전하고 나아가야 한다는 걸. 지금 이 순간이 분기점이라는 걸. 하지만 두렵고 불안하니 애꿎은 이 씨에게 '우리 엄마도 안 하는 잔소리를 왜 네가 하냐,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라'라고 화를 냈다.
이 씨도 여간 끈질긴 애가 아니다. 그런 말을 듣고도 계속해서 묻고, 설득하고, 달래고, 타이르고, 답을 이끌어내며 결국 지 씨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냈다. 지 씨는 이 씨가 너무 즐거워하는 웃음으로 일하는 모습을, 자신과 있을 때처럼 웃는 얼굴로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그랬다. 지 씨는 그걸 이 씨의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은 이 씨와 지 씨는 새로운 창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박사 논문을 쓰는 백수 이 씨와 작은 법인 대표로 일하는 지 씨는, 2024년에 창업도 하고, 결혼 준비도 할 예정이다. 할 것이 너무 많아 하루하루 쪼개어 살아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시시콜콜한 장난과 수다에 많은 시간을 쏟는 둘이지만, 꾸준한 기록이 힘이라 믿어 글을 쓰기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