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journey to be a Talent manager
어떻게 인사담당자가 되셨어요?
인사업무는 재미없고 힘든 일인데, 후회는 안 하세요?
입사 후부터 지금까지 자주 들은 이야기예요. 오래오래 인사업무를 하고 싶다는 소망, 특히 대학 시절부터 인사담당자가 되기 위해 준비했다는 말씀을 드리면 많은 분들이 신기해합니다.
고3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국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얘들아. SKY 만 가려하지 말고 다른 학교도 찾아봐. 특히 특정 대학에만 있는 과에 가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 산업심리학과가 나중에 뜰 거야." 진로에 대한 막연한 고민조차 없던 시절, 그 말씀에 꽂혀서 모의고사마다 S대 산업심리학과를 비교 점수로 지정하였고, 합격 가능한 언저리 점수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역대급 최저 난이도를 보인 수능에 적응 못한 탓에, 평소 등급이 나오지 않았고 결국 가지 못했어요. (당시에는 산업심리, 인사 간 연결고리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그 학교에 산업심리학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후 1학년 내내 방황했어요. 이듬해 삶에 대한 두려움과 고민에 빠져 입대를 연기하던 중 급하게 나온 영장을 받고 끌려가듯 입대했습니다. 제대 후에도 방황은 계속됐어요. 희망 진로가 없던 상황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영어공부뿐이었죠. 1년 간 죽기 살기로 공부한 결과, 운 좋게 교환학생에 선발되었습니다.
귀국 직후 이제 뭘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인사를 공부하는 전국 대학생 모임'에서 신입 기수를 모집하는 공고를 게시판에서 보았습니다. 매사 신중한 저였지만 귀신에 홀린 듯 바로 지원해 버립니다. 인사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었거든요. 복학 후 가장 재미있게 들었고 점수가 잘 나왔던 과목이 '경영 조직론'과 '인적자원 관리론'이었어요. 친구들이 사람 얼굴과 이름, 특징, 과거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기억하는 저를 보며 '스토커'라는 별명을 지어줬기에, '그래, 인사담당자가 한 번 되어 볼까?'라는 생각도 어렴풋이 갖고 있었습니다.
모임에 들어가 인사담당자가 되려 하는 많은 친구들과 함께 꿈을 키웠고, 인사 관련 서적, 자료를 탐독하였습니다. 인사실무자 및 임원 분들을 만나 뵙고 인사를 간접적으로 배웠습니다. 그 결과 학부생 수준에서는 비교적 많은 지식과 경험을 얻었고, 인사직무에만 지원하면서 인사담당자로 입사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저를 인사업무로 이끈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2006년 8월 초, 뇌성마비 장애우를 위한 '오뚜기 캠프'에 참여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대구에서 서울 노원까지 자비를 들여 가 3일 밤낮으로 상원이를 돌보면서, 너무 힘들어 지원한 것을 후회했습니다.(지금도 행사 사진을 보면 즐거워 보이는 모습이 결코 아니라는...) 하지만 행사 종료 후 상원이를 보내면서 어머니와 인사했을 때, 저는 무너졌습니다. 상원 어머니의 젖은 눈시울과 너무 고맙다는 한 마디 때문에. 어머니는 일 년 중 그 3일 동안만 편히 쉬실 수 있으셨던 거예요.
‘사람을 돕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의미 있는 일이구나. 어떤 형태로든 이런 일을 해야지.'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렇다고 사회복지사나 자원활동가가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 정도 소명의식과 이타심은 없다 생각했어요. 대신 경영학을 기반으로 기업에서 일하며 남을 도울 수 있는 직업을 찾았고, 그 일이 바로 인사업무라 판단했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에요. (인사업무의 이상과 현실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인사담당자가 어쩌다 보니 된 것 같다가도, 이런 경험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과연 될 수 있었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인사/조직 교수님의 열정과 탁월함이 없었다면, 첫 프로젝트에서 교수님의 극찬이 없었다면 과목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신입회원 모집 게시판을 하루 늦게 봤더라면 접수 마감으로 지원하지 못했을 거예요. 산업심리학과에 대한 동경과 애정을 무의식적으로 지녀왔는지 모릅니다.
어쨌든 인사담당자가 될 수 있는 기회, 끈을 계속 찾고 잡아왔던 것 같아요. 인사담당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비교적 오래 했고 숙고 후 선택한 직업이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려 분투하게 됩니다. 일이 항상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잘하면 본전, 못하면 손가락질받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고요, 같은 조직 내 구성원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질타를 받을 때가 제일 힘들죠.
그래도 인간과 조직의 민낯, 욕망과 약함을 매일 경험하고 연민하면서 이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직업인 인사를, 저는 여전히 사랑합니다. 인문학, 철학, 심리학, 교육공학, 인사/조직 관리, 노동법, 코칭, 퍼실리테이션, 협상, 전략, 혁신 등을 업무 필요에 따라 돈 받으며 배워 온 것은 축복이자 행운이었다 생각합니다. 비즈니스 현장의 치열함과 급박함, 실적 스트레스를 온전히 느껴보지 않고서 말이죠.(이건 관점에 따라 득보다 실일 수 있어요. 온실 속의 화초로 해석될 수도)
그리고 사랑하지만, 사랑하기에... 더 잘하고 싶기에 잠시 인사와 이별하려 합니다. 지금까지는 후회가 없었지만, 더 늦어지면 후회할 것 같아서요.
인사를 벗어나,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세상에 저를 던져 넣고 저를 지켜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