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없을까. 걱정된다.'라는 의심 전에
'장애인 직업생활 상담원'이라는 자격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3일 교육을 수료하고 무난한 시험을 통과하면 자격이 부여됩니다. 난이도와 관계없이 제게는 가장 소중한 자격이에요.
해외사업팀 발령이 확정되고 인사팀에서 마지막 담당한 업무가, 공교롭게도 보안지원업무를 담당할 장애인을 선발하는 면접이었습니다. 총 네 분을 모셨습니다. 사고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쓰지 못하는 분. 몸이 많이 왜소하고 전반적으로 불편하신 분. 말을 심하게 더듬으시는 분. 시력이 많이 좋지 않으시는 분. 저마다의 사연이 있었고 삶의 깊은 굴곡을 지나오신 분들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제 삶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면접에서 한 분도 빠짐없이 담당직무를 잘 해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하셨습니다. 절실함이 느껴졌어요.
하지만 네 분 중 누구도 합격하지 못하셨어요. 보안팀장, 보안담당자께서 '이 지원자는 이래서 안 된다, 이 지원자는 이 부분이 우려가 된다.'라고 선발을 포기하신 까닭입니다. 한 달 전에도 장애인 몇 분을 대상으로 같은 면접을 봤다고 합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사실 회사가 장애인을 모집하는 이유는 장애인 고용장려금 및 고용부담금 때문입니다. 장애인의 낮은 생산성을 보전해 주기 위한 '장애인 고용장려금', 장애인 고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고용 사업주와 미 고용 사업주 간 평등하게 조정하기 위한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상당히 큰 액수예요.
장애인을 채용해야 한다는 의무감에만 매몰되어 장애인 채용의 시작이자 기본을 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채용담당자와 보안팀장께 바로 상세한 직무분석을 요청드렸어요.
직무분석을 위해서는 먼저 직무 내 주요 과업에 대한 정의를 하고 과업 수행을 위한 역량, 자격요건을 도출해야 합니다. 본 요건에도 필수요건과 우대요건으로 나누어, 필수요건에 대해서는 타협 없이 이를 충족하는 인원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우대요건 미 충족 시 보완방안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직무수행을 돕기 위한 보조기기 같은 것들요.
헬스키퍼(건강관리, 마사지), 환경미화 직무를 제외한, 일반 사무 직무를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 채용은 늘 어렵습니다. '저분이 잘할 수 있을까?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라는 현업 담당자의 걱정과 두려움 때문이죠. (우리와 오래오래 일 할 사람, 진득이 육성해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보다는, 특정 기간 활용하겠다는 생각도 이면에 있어서겠죠?...)
일의 범위와 수행 수준, 난이도 정도는 확실히 정해야, 적절한 눈높이로 그분들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진가, 진정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준비 부족으로 그분들의 절실함, 의욕을 지나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