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눈물
2021년 9월 10일,
카타르 도하,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거쳐 남부 지역 아브하(Abha)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해외사업팀으로 이동한 후 정확히 반년만에 사우디아라비아 땅을 밟은 것이죠.
아브하 공항은 비교적 외부에 잘 알려진 곳이에요. 한 해에도 수 차례씩 예멘 후티 반군 무인기, 무장드론 공격이 가해지는 꽤 위험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아브하 공항에 내려 카미스 무샤이트로 향합니다. 카미스 무샤이트 또한 후티 공격을 받는 곳으로 예멘 국경과 백 여 km 떨어진 남부지방, 외교부가 지정한 철수권고지역입니다. 이 아시르(Asir) 지방은 동시에, 서늘한 기후와 아름다운 자연 경관, 풍부한 문화유산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대표 관광지이기도 합니다.
왜 후티 반군은 사우디에 공격을 가할까요?
예멘 내전은 사우디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과 이란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과의 전쟁으로, 2014년부터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우디, 이란 간 대리전으로 평가받는 이유죠. 여기에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예멘 내 이란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개입하면서 분쟁이 점차 격화되었고, 후티는 이런 사우디를 향해 탄도미사일, 드론 등을 사용해 공격하는 것입니다.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알리기 위함도 있겠죠.
오랜 내전 기간, 13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4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끔찍하고 슬픈 일입니다. 2018년 이 환란을 피해 수 백명의 난민이 제주도로 오기도 했죠.
이 비극 현장에 제가 있습니다. 사우디 군이 후티 반군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군수품을 회사가 공급하고 있고, 사우디 군 장비운용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출장을 오게 되었습니다.
인사업무를 10년 넘게 하면서 '인간', '존엄성'이라는 명제를 고민하고 소중히 다뤄 왔습니다. 성장과 변화, 그리고 도전을 위해 선택한 길 위에서,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산을 만나게 되었어요.
바로 예멘의 눈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