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인력감축한 또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

"AI가 시켰다"는 말의 진짜 의미

by 최혁재


2026년 들어 빅테크 구조조정이 너무 많아서, 이제 1,000명 수준은 짧은 단신 기사 하나로 끝난다.



그런데 지난 2월 26일에 나온 소식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



잭 도시의 블록(Block)이 전체 인력의 40%, 약 4,000명을 해고했다. 직원 수가 10,000명에서 6,000명으로 줄었다.



"AI가 시켰다"



내가 속한 오토데스크 CEO는 지난 2월 구조조정 발표문에서 "AI로 사람을 대체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굳이 먼저 말했다.



잭 도시는 그 반대였다. 아예 대놓고 "AI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는 주주 서한에서 "지능형 도구(intelligence tools)와 소규모 팀의 결합이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아직 늦었다. 앞으로 1년 안에 대다수 기업이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비슷한 구조 변화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조)



"당신 회사도 곧 할 거다." 4,000명을 자르면서 남긴 예언이다.



AI 워싱(AI-washing)?



그런데 블룸버그가 찬물을 끼얹었다. 이 대규모 감원이 AI 때문이 아니라 단순한 비용 절감일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핀테크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빌리면 "AI보다는 너무 오랫동안 비대해진 조직의 문제"라는 거다. (참조)



숫자가 이 의심을 뒷받침한다. 블록은 2019년에 3,835명이었던 직원을 2022년에 12,430명까지 늘렸다. 3년 만에 세 배 이상이다. 코로나 시기 과채용이었고, 도시 본인도 "over-hired"했다고 인정했다. 주가는 2025년 초 대비 40% 하락했다. 구조조정이 AI의 선택이 아니라, 너무 늦게 한 비용 정리일 수도 있다는 거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세일즈포스도 1,000명을 잘랐다. 더 아이러니한 건, 잘린 팀 중에 세일즈포스의 핵심 AI 제품인 Agentforce를 개발하는 팀도 포함됐다는 거다. (참조)


AI 때문에 자른다는데, AI 팀도 같이 잘렸다.



그래도 주가는 올랐다



블록의 주가는 해고 발표 당일 24% 올랐다.



4,000명이 직장을 잃는 날, 주주들은 환호했다. 이게 주식 시장의 논리다. 비용이 줄면 이익이 늘고, 이익이 늘면 주가가 오른다. 잘린 사람들 입장에서는 서글픈 방정식이지만, 시장은 감정이 없다.



오토데스크 감원 글을 쓸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살아남은 사람의 죄책감, 그 다음 날 출근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하는 이상한 감각. 블록의 6,000명도 지금쯤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을 거다.



블록이 해고된 직원들에게 지급한 패키지는 20주 이상의 퇴직금, 5월 말까지 주식 베스팅, 6개월치 의료보험, 그리고 추가 5,000달러다. 아주 넉넉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나쁘진 않은 수준이다.



사실은



AI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건 이제 추상적인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AI 때문이라는 대규모 구조조정은 요즘 흔하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기업 CEO가 직접 대놓고 그렇게 말한 건 처음이다.



잭 도시가 틀릴 수도 있다. AI 워싱이라는 비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 발표 이후, 실리콘밸리의 모든 회사 직원들이 한 번씩은 생각했을 거다. "우리 회사가 다음 차례인가."



그가 옳다면, 앞으로 1년 안에 대부분의 회사가 비슷한 구조 변화를 만들 거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건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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