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이설야의 시
최근에는 ‘갈등’이란 걸 생각했다. 살면서 안팎으로 겪는 수많은 갈등을 피할 순 없었기에 어떻게 관리하고 풀 것인가, 내게는 그것이 중요한 문제였다. 갈등은 상대적 개념이라 필연적으로 억압이 발생하기도 했다. 갈등의 더께에 억압이 더해지면 복합적으로 접근하고 파악해야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억압을 최소화하면서 갈등을 관리할 것인가.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이슈였다.
어떤 이들은 안팎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었다. 설사 자기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이더라도 적절한 수준에서 양보하거나 배려하면서 타협을 도모했다. 서로 합의할 수 없는 상태로 끝내는 것도 넓은 범주에서 해소라고 본다면, 그들은 어떻게든 갈등의 책임을 내면화했다.
나는 그들이 갈등을 관리하는 방식을 ‘성숙’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의 행동이 생득적이라기보다는, 사후에 학습해서 체득한 방식일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될 대로 되라고 포기하거나 냉소하기보다는, 자신에게든 서로에게든 더 나은 방향으로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성숙이라고 느꼈다. 따라서 나는 성숙한 갈등 관리 방식을 아직 얻지 못했다는 전제에서 그들에게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이른 것이 나로서는 다행이었다.
K형이 오늘 달빛이 푸르다고 했다
C언니는 달빛은 항상 푸르다고 했다
H는 달빛이 꼭 푸른 것만도 아니라고 했다
나는 푸른 건 달빛만도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헤어졌다
해가 핏물을 다 빼먹고
달의 어둠 가운데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날 우리는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_이설야,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기로 했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