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다 Sep 19. 2020

재테크 꿈나무, 이번에는 주식

아직도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초보 개인 투자자의 주식 매매 후기입니다. 주가전망이나 종목추천의 내용은 1도 없습니다.

   

#1 시작은 단타


본격적으로 주식에 관심을 가진 건 지난 8월 초순이었다. 올봄 코스피 폭락 이후, 주식을 시작했다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주식은 도박과 같아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고 믿었다. 사는 사람이 있으면 파는 사람도 있듯, 누군가 이익을 내면 다른 누군가는 손해를 볼 일이었다.     


차곡차곡 저금으로 목돈을 만들고 조금씩 자산을 늘려나가는 것이 최고의 재테크였다. 모름지기 부동산이나 주식은 재산이 많거나 여유자금이 넉넉한 사람들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또는 투자에 눈과 귀가 밝은 사람의 몫이라고 여겼다.


뒤늦게나마 주식을 시작한 이유는 은행에서 일하는 후배의 한마디가 컸다. 후배를 만나면 종종 좋은(=이자를 많이 주는) 금융상품이 있는지 묻곤 했는데, 얼마 전 모임에서 후배는 “요즘은 제로 금리라서 예금의 메리트가 없어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후배는 우리나라 경제지표에 대한 분석을 시작으로 미국 경제와 미중관계의 전망까지 설명하고 나서야 이야기를 마쳤다.


-그래서 주식을 하라는 거야?

-변동성이 심해서 선배 같은 초짜는 주식했다가 한강 가요. 근데 장기투자로는 괜찮은 방법일 수 있죠.   

  

어차피 단타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주식시장이 열리는 낮 시간대에는 업무에 집중해야 하기에 차트를 계속 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주식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주린이’에게, 단타는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장기투자는 다른 관점이었다. 주식시장이라는 게 오르락내리락한다지만 수년의 시간을 놓고 보면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동의했다. 가격조정과 시간조정이 오고, 하락과 폭락이 있더라도 증시는 결국 우상향 할 것이었다. 장기보유 관점에서의 주식은 매력적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종목을 찾는 게 중요했다. 퇴근 후 저녁 9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TV 증권 방송을 시청했다. 요즘은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차트 보는 방법부터 증권용어 해설과 글로벌 경제 흐름 전망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볼 수 있었다. 또 그날그날의 거래를 분석하고, 실시간 전화상담으로 시청자들의 종목을 분석해주는 프로그램도 유익했다. 주식에 관심을 가지니 증권 방송이 드라마와 예능만큼 재미있었다.     


유튜브 개인채널을 통해서도 주식을 공부할 수 있었다. TV 증권 방송보다 오히려 솔직한 이야기가 나오는 듯했는데, 증권 방송이든 유튜브 개인방송이든 그들의 말을 100% 믿지는 않으려 했다. 단지 방송에 소개된 종목이 내일 장에서 이슈가 되겠구나 하는 참고 정도.    

  

또 정치, 사회, 문화, 산업,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뉴스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더불어 아침에 일어나서는 출근 준비와 함께 CNN Int’l 이나 CNBC 채널을 보며 미국 증시 마감 상황을 확인했다.    

  

스스로 관심을 갖고 경제 공부를 한 점은
주식 매매 수익을 떠나 유익한 시간이었다


주식에 관심은 많은데 모르는 것이 많으니 정말 답답했다.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면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PBR과 PER은 왜 중요한 걸까’ ‘유상증자 공시에 주가는 왜 떨어질까’ ‘전환청구권 행사는 왜 하는 걸까’   

  

궁금한 것은 그때그때 검색해 찾아보고 지수·종목 차트의 흐름을 익혔다. 또 관심 있는 기업이 생기면 도대체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회사 상태는 어떤지 알아보고자 재무제표와 지분구조를 외우고 최근 이슈를 살폈다.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다니.      



#2 테마주 추격매수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고 가진 게 많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더욱 주식에 마음이 갔다. 그나마 가진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재테크가 무엇이 있을까. 나는 과연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뭐라도 하고 싶었고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주식이었다. 큰 수익을 얻겠다는 욕심은 애초에 없었다. 은행 이자를 기대하기보다 주식을 차곡차곡 묻어두는 게 미래에 더 높은 성과를 만들 것 같았다.


장기투자·보유 종목을 찾기 위해 소액을 들여 먼저 여러 종목을 맛보고자 했다. 증거금 100%로 거래하며 빚투를 경계했다. 주식을 알기 위해서는 직접 부딪히며 거래해보는 게 효과적이었다. 처음에는 이슈가 되는 종목을 매수했다. 인기가 많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또 거래량이 많을수록 수익에 유리할 것이었다. 한창 뜨거웠던 (여전히 핫한) 제약·바이오 업종에 집중했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와 진단키트 관련주의 공급계약 체결, 임상 1상, 2상 등의 공시 소식을 듣고 다음 날 아침 9시가 되기 전 동시호가로 매수 버튼을 눌렀다. 뿌듯했다. 벌써부터 큰돈을 번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잠시 호가를 보면 가격이 하락 추세다. 퇴근 후 마감 상황에서는 역시나 마이너스. 내가 산 주식만 떨어진다는 진리인 걸까 아니면 내가 똥 손인 걸까. 남들보다 한발 늦게, 그리고 지나치게 고점에서 매수한 탓이었다.      


단타 중심으로 움직이는 지금의 주식시장에서, 여기 뭔가 있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 매수했다가 다시 우르르 매도해버리는 모습. 주식의 목적은 수익 창출이고, 단타가 시장의 흐름이라면 내가 그곳에 맞춰야 했다.     


처음 일주일간의 매수는 실패로 끝났다. 대략 30여 개의 종목을 만졌는데 종목 전체 평균 약 –10%의 손절을 만들었다. 손절의 중요성을 알게 된 점은 의미 있지만 마음은 무척이나 쓰라렸다.

   

주식을 매수하니 그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되고, 더욱 성장하기를 응원하게 된다.



#3 가치주 순환매     


손실은 예상했던 일이었고, 초보자에게 피할 수 없는 수업료였다. 주말을 이용해 지난주 실패했던 거래들을 복기했다. 타이밍이 아쉬웠다. 차트와 호가, 공시 소식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획을 바꿔 좇아가는 매수 대신 예상 매수를 하기로 했다. 거래에 이용한 키움증권 모바일 영웅문에 는 예약주문과 자동감시주문 시스템이 있어 내가 원하는 가격에서 매수·매도가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설정해놓았다. 어차피 일과 시간에는 주식을 할 수 없으니 현실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최소한 대책없이 하방으로 처박는 일은 막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종목 선정 방식도 바꿨다. 8월에는 상승 업종이 아주 빠르게 바뀌었는데, 한 이틀 제약주가 강세였으면 그다음은 5G주가 강하게 치고 올라오는 모습. 남들 따라가다가는 골로 갈 것 같았다.


상승 종목이 생기면 뒤따라 오르는 종목이 있기 마련이었는데, 대장주라고 불리는 종목이 오르면 업종 내 다른 종목들이 뒤이어 상승에 합류했다. 상승종목의 관련 종목들도 함께 올랐다. 상승 종목의 주식을 보유한 종목 역시 상승.


이를테면 현대차가 오르니 기아차도 오르고, 현대차에 부품·장비를 납품하는 종목도 오르는 식. 또 코웨이가 오르니 대주주인 넷마블 주가가 오르는 모습.  이런 종목을 노렸다. 차선책이자 내 나름의 순환매매였다.     


정보와 타이밍에서 한발 늦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에 집중할 수 없다면,
같은 무대에 있으면서 상대적 관심이 낮은 조연
또는 뒷받침하는 스태프를 눈여겨보기로 했다

  

2~3주 차의 성과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역시 실현수익은 마이너스였지만 1%대였다. 시간을 두고 조금 더 보유하면서 반등이 올 때 매도한다면 충분히 플러스 이익이 생길 것 같았다.      



#4 실적주 선취매     


9월이 되면서 전략을 다시 바꿨다. 3분기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측되는 종목, 또 전년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증가한 종목을 찾아 매수하기로 했다. 이쯤 되면 실적 이야기들이 슬슬 나올 것 같았다. 공시까지 아니더라도 뉴스가 나오면 주가는 일시적으로나마 힘을 받을 수 있다. 일종의 선취매라고 생각했다. 싸게 사뒀다가 오르면 팔기.   

  

시가총액이 높고 거래량이 많은 종목을 중심으로, 시장의 주목을 덜 받았으며 저평가된 종목을 저점에서 매수했다. 이미 가격 상승한 종목이라도 다시 내려온 종목이라면 눈여겨봤다. 최소한 기술적 반등은 있을 것이었고, 실적이 좋고 재무구조에 문제없다면 분명 재상승은 시간문제였다.  

  

9월 중순까지 이어진 약 3주간 거래는 꽤 성공적이었다. 이 시기 내 포트폴리오에는 한화솔루션, 이마트, 유한양행, 비에이치, 현대홈쇼핑 같은 종목이 있었는데 모두 고점에서 매도했다. 물론 종목을 이야기하기 창피할만큼 실패한 종목도 부지기수.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하면서 내 계좌의 총 실현손익을 빨간색 숫자로 만들었으니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운이 좋았다.


오르락내리락, 조금 느리더라도, 코스피 지수가 꾸준히 우상향 하기를 기대한다.



#5 포트폴리오는 진행중


큰돈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비록 종목당 짧게는 하루 길어도 2주를 넘기지 않은 단기 매매였지만, 장기투자를 위한 종목을 찾는 게 목적이었기에 결과를 지켜본 후 투자금을 지속적 늘리고 비중을 높일 생각이었다. 단타로도 소기의 결과를 만들 수 있지만 내 목적은 그것이 아니었다.


내 판단과 결정이 손실로 귀결될 지언정
나만의 분명한 논리가 있었다면 실패가 아니다
선택과 결정, 성공과 실패도 오롯이 내 몫이다


흐름에 앞서가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 오늘과 이번 주의 강세 종목을 보며 내일과 다음 주에는 어떤 종목이 주목을 받을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 무엇보다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는 점이 초보 주식투자자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주식은 결코 쉽지 않다. 주린이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확고한 판단으로 거래해도 주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주식은 이차함수 수학문제가 아니며, 오르고 내리는 것은 개미의 영역이 아니다.


두 달 가까이 지난 지금. 수십여 종목을 거래했던 나의 종목은 이제 4개로 압축됐다. 중·장기적으로 보는 종목들이다. 가급적 내년 하반기까지 묵묵히 지켜보며 그 이상 보유할 것이었다.


그중에는 KODEX 인버스 종목도 하나 들어있다. 코스피 지수의 가파른 상승, 3분기 유동성 확대,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의 불확실성을 대비한 장치인데, 4분기 중 매도할 계획이다. (내가 손절하더라도 인버스 종목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길 바란다. 진심으로.)


또 매달 월급이 들어오고 용돈을 아껴 1주, 2주 꾸준히 추가 매수할 예정이다. 틈틈이 실현수익을 만들고,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손절한다는 나만의 방침도 세웠다. 코스피가 오르면 주가가 오르니 좋은 일이고, 하락한다면 추가 매수를 할 생각이니 마음이 편해졌다. 나 같은 초짜에게는 단타로 속앓이 하는 것보다 훨씬 긍정적인 작전이다.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다.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흙 속의 진주를 찾듯 괜찮은 종목을 발굴하는 재미도 가져볼 생각이다. 나의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미완성이다. 주식을 멈출 생각은 아직 없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순간적이 아닌 논리적 접근으로 거래한다면 주식은 투기가 아닌 투자가 될 테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대체 낚시는 왜 하는 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