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두밥 May 29. 2022

커피 내리는 건 처음이라서

이것저것 찔러보고 있는 전직 마케터의 퇴사병 치료기 #3

나는 배움의 시작을 좋아한다.

다만 끈기가 부족해서 끝까지 제대로 배워본 건 많지 않지만…^^


대학생 때는 통기타에 갑자기 빠져 낙원상가에 가서 기타를 샀고

기타를 짊어지고 왕복 4시간의 고난의 통학을 이겨냈지만 손가락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했다.

손가락의 고통을 이겨낼 만큼의 기타에 대한 열망이 부족했다.


내 인생의 타임라인에는 호기로운 도전과 허무한 빠른 포기 같은 일들이 제법 채워져 있다.

한 때는 끈기 없는 나 자신이 한심스럽게만 느껴져 끝을 보자는 심정으로 무언가를 억지로 끌고 갔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개 그런 각오로 계속했던 일들은 좋아서 시작한 일들을 다시 꼴도 보기 싫게 만들었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다시 그 일을 시작할 작은 연결고리조차 끊어버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쉽게 도전하되 그 일을 지속하고 싶은 이유가 더 이상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면 빠르게 포기하는 내 모습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사실 꾸준하게 한 가지를 잘하는 사람이나 하나를 도전하면 꼭 척척 다 해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부럽다.

(부러운 건 부러운 거고~~ )

부럽다고 그게 꼭 내가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도 없지 않을 까라는 생각으로 나의 작고 귀여운 자아를 토닥여 주기로 했다.


빠른 포기를 몇 번 겪다 보니 도전의 시작에 깊게 의의를 두지 않았고 일단 시작했다.

가벼운 시작이라 결과의 영향에 크게 미련을 남겨두지 않게 되었고

결과가 좋으면 좋고 아니면 그래도 시도해봤으니 만족해!라는 마인드가 생긴 것 같다.


시도하지 않았다면 잘될지 안될지 조차 모르고 해 볼걸… 하며 후회했을 것이고

내가 잘하는 일인지 못하는 일인지 짐작으로 밖에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하나를 꾸준히 하는 끈기보다 나는 계속 무언가 도전하고자 하는 끈기를 키워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내가 꾸준히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 둘 발견하기도 했다.


내 스케줄을 정하는 주체는 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

도전을 하기에 최적화된 라이프 스타일을 유유히 즐기고 있는 지금,

이번엔 계속 기회를 엿보고 있던 커피 자격증에 도전 중이다.


강의 시작일 전날 저녁에 수강신청을 했고 다음날 오후부터 바로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월~목 주 4일 4시간씩 수업을 받고 있는데 오랜만에 정기적으로 한 곳에 방문하니

조금은 너무 내 멋대로 시간을 보내고 있나 싶어 마음 한구석에 스리슬쩍 생기기 시작한

일말의 죄책감과 불안함도 잠재울 수 있었다.


커피프린스 1호점과 힙한 카페에서 보던 상상 속 바리스타의 모습과 학원에서의 내 모습은 많이 달랐지만…;;

아직 잘하지는 못해도 할 수 있는 게 하나 더 늘어가고 있다.


마시기만 잘 마셨지 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려보는 건 처음이라서

아직은 재미있고 집에 돌아와도 손에 배어 남아있는 커피 향이 좋다.  

내일도 열심히 배워야지.



*퇴사병 현황 (퇴사 2개월 경과)

아직 회사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

이것저것 다른 기회가 있나 살펴보고 있는 중



*내일 배움 카드가 있으면 수강료의 일부를 나라에서 부담해주니

잠시 쉬어가는 퇴사생 분들도 배우고 싶었던 분야에 도전해보면 좋을 것 같다:-)

(https://www.hrd.go.kr/hrdp/ti/ptiao/PTIAO0100L.do?pageId=2 )​

작가의 이전글 퇴사자의 강릉 여행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