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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두밥 Jul 18. 2022

하고 싶은 거 다하는 삶

이것저것 찔러보고 있는 전직 마케터의 퇴사병 치료기 #4

어느 프로그램에서 나온 '심심해야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알게 된다'는 말이 와닿았다.

자신의 꼬마 아들에게 해주는 말이었는데 꼬마 어른에게도 이 방법이 통했던 걸까.


동그라미를 그려 조각 피자처럼 칸을 나누고 계획을 그려놓고 시작했던

초등학생 방학 때도 이렇게 마음대로 살지는 못했던 것 같은데...


그동안 뚜렷한 계획 없이 일주일 중 이틀 정도 하루 2~3시간 정도의 시간 투자가 필요한
에디팅 업무 이외에는 진짜 하고 싶은 대로 살았다.

(시간은 무제한이었지만 한정된 예산의 테두리 안에서^^)


퇴사 후 4개월 동안의 멈춤과 휴식의 시간을 좀 더 멋지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솔직히 나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았다는 말이 가장 적절한 표현 같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가져올 대가를 예측하고 재는 것 없이

순전히 충동과 호기심으로 움직였던 시간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생각보다 소박하더라.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졸리면 잠을 청했다.

갑자기 전시회가 보고 싶으면 집을 나섰고 비가 오는 날에는 집에서 멍하니

비 내리는 풍경과 우산을 쓰고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을 멀찍이 구경했다.


예매에 처참하게 실패한 뮤지컬도 평일 예매대기 찬스로 보고

눈을 뜨면 오늘은 뭐 먹지 라는 생각으로 냉장고를 뒤적였고

삼시세끼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것처럼 알차게 세끼를 차려먹었다.


이 정도만 쓰고 다시 제대로 된 돈벌이의 전선에 뛰어들어야지 하는

통장의 한계치 액수를 향해 생각보다 빠르게^^... 숫자가 줄어들 때마다

가끔씩 나 뭐하고 살아야 좋을까 하는 불안과 막막함이 불쑥 찾아왔지만

그럼에도 내 인생에서 꼭 한 번은 거쳤어야 할 것 같은 120일의 방황이었다.


하고 싶은 걸 다하면 하고 싶은 게 점점 사라질 줄 알았는데

하고 싶은 것들이 점점 더 늘어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하고 싶은 일들 혹은 할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도.


이제 4월에 멈춰있는 포트폴리오를 다시 꺼내볼까 한다.

고여있던 시간을 넘어 다시 흘러가고 싶어 진다.


이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좀 더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시간이 온 것 같다.


2022년 눈에 보이는 뚜렷한 걸 이루진 못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아봤다.



*퇴사병 현황 (퇴사 4개월 경과)

시간이 약인가요?

이제 슬슬 어디론가 흘러가 보고 싶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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