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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생이 Jun 02. 2024

10억 인도인의 매출을 책임지는 한국 스타트업

EP9 다섯번째 리뷰 



트루밸런스 소개 



타겟 

10억 명 인도인 (14억 인구 중 하위 70%) 

- 은행 점수가 없어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 (평균 월급 : 30,000루피 (약 48만원) 수준) 

- 대출 금액 : 1,000루피 (16,000원) ~ 100,000루피 (1,600,000원) 수준 

- 대출 기간 : 3개월~1년 


현재 

- 매월 500억원 신규 대출 중 (23년 기준 총 대출액 4,300억 수준 / 20년과 비교하면 11배 증가) 

- 23년 매출액 844억원, 영업이익 160억원, 누적 투자액 1,298억원 

- 트루밸런스 앱 다운로드 수 1,000만 회 돌파 



이철원 대표 

- 무선인터넷 솔루션 회사에서 아시아 통신사 B2B 영업  

- 2002년 인도에 온후, 통신사 대상으로 컬러링 서비스 사업 시작 (헬로튠즈) 

- 2012년, "스마트폰 기반의 B2C에 뛰어들라" 조언을 받고 피벗팅 결정 

- 아이템 선정이 어려웠지만, 금융으로 결정 


“개발도상국 사람들은 대부분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썼잖아요? 스마트폰이 들어오자, 아예 카드를 건너뛰고 QR을 쓰더군요. 선진국이 ‘100에서 150’으로 발전하기 위해 애썼다면, 여기에선 ‘0에서 100’을 더 빨리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리고 인도는 1%의 상류층이 60%의 부를 차지하는 나라에요. 기존 금융권은 이들만 신경 써도 충분히 수익을 냈죠. 70% 계층에 흩어진 35%의 부를 파고들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구매력은 낮지만, 전체 크기는 상당했죠.”

- 이철원 대표



첫 목표, 유저 모으기 



“나라마다 금융 서비스를 확장한 과정을 공부했어요. 우리나라의 토스는 ‘송금’으로 시작했죠. 중국의 알리페이는 ‘자체 커머스 결제’로 시작해서 QR 코드 결제로 확장했고요. 인도만의 모델이 뭘까, 연구했습니다.”


(1) 인도인이 모바일을 쓰는 방식에 주목 : 사용자 대부분은 데이터를 '소액 충전' 하고 있었음

- 통신사를 믿지 않아서 큰 돈을 넣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

- 유저 당 한 달에 데이터 충전 횟수 평균 7~8회 (10억 명일 경우 한 달의 거래 횟수 70~80억건) 

- 하루에도 몇 번씩 데이터 잔여량을 확인했으나, 그 과정이 번거로웠음 

: 잔액 조회 코드인 USSD를 눌러 전화 → 음성 시스템이 잔여량을 알려줌. 

: "80억건의 데이터 조회를 잡자" 


(2) 2015년, "트루밸런스"를 만듬 (앱 버튼 하나로 데이터 사용량, 잔여 통화량 확인) 

- 데이터 충전 이전에, '잔액 조회'부터 시키자. (그러면 데이터 충전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출시 2년뒤 3,000만 다운로드 달성 


(3) 추천인 제도 도입  

- 그러나 잔액만 보고 데이터 충전(결제)은 하지 않는 고객이 많았음 

: 원인을 캐보니, 대부분 "온라인 결제"에 대한 거부감을 품고 있었음. 대부분 현금 결제 

- 결제 유저가 새로운 사람을 데려오면, 모두 10루피 (약 163원)을 줌 


“인도인들은 주변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참견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적극적이고 말도 많은 편이고요. 주변에 많이 추천할수록 자신에게 이득이니 서비스를 열심히 알렸죠.”

- 이철원 대표


(4) 결제 범위를 넓힘 

- 데이터 요금 충전 

- 이후 생활 요금, 공과금으로 확장 (위성방송 사용료/전기요금 등) 

: 2019년 9월, 공과금으로만 11억 1,000만 루피 결제 (약 181억원 결제) 


(5) 대출 상품 기획 

- 사용 기간이 늘수록 혜택을 많이 주는 리차지론recharge loan 기획  


“저희가 타깃한 중하위층 인도인은 여유 자금이나 연금 같은 게 없었어요. 갑자기 아프면 주변 사람에게 돈을 빌려 쓰거나, 지역 고리 대금업자에게 엄청난 이자를 내면서 돈을 끌어썼죠. 더 안전한 소액 대출을 원할 거라고 봤습니다." 

“모바일 요금제를 보면, 한 달 요금이 200루피고 3개월 요금은 400루피인 상품이 많았어요. 그런데 400루피를 내는 게 부담이어서 200루피만 매달 내는 유저가 많았던 거죠.

여기서 ‘유사 대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트루밸런스 앱에서 400루피를 미리 결제하는 대신, 유저는 200루피씩 나눠 결제하게 만들었어요.”

_조성준 전략팀장


- 3개월 간 트루밸런스가 미리 400루피를 결제하면, 유저는 200루피씩 나눠서 결제함 

ㄴ 결과적으로 유저는 기존에 3개월 동안 600루피를 결제했는데, 480루피를 결제함 (요금 400+할부이자 80) 

ㄴ 트루밸런스는 이자를 챙김 

- 출시 20일만에 하루 판매 10,000건 돌파. 이 상품으로 7억 루피(약 116억) 대출 발생, 현재는 월 30만건 / 월 500억원 규모로 성장 



신용 점수를 어떻게 판단했을까?  


- 기존 인도 금융 서비스 역시 대출 시 자료를 많이 요구함 

: 과거 대출 이력, 연체율, 급여 증명서 등 (심지어 부모 전화번호까지) 


“고객 입장에서 가족 정보를 넘기면 찝찝할 거예요. 애초에 요구되는 서류조차 구비하기 어려운 사람도 많았고요.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소외된 이들을 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 조성준 전략팀장


- 트루밸런스는 서류 대신 유저의 '스마트폰 데이터'에 접근 

: 유저에게 사용 통신 요금제, 앱, 통화 내역 등을 보게 해달라고 요청 

: 인도인에게 서류 보다는 부담스럽지 않았음 


- 유저 신용 파악 방법 4가지 

1. 통신 요금과 공과금 : 생활비, 소득, 요금제 등 추측 

2. 유저가 사용하는 앱 : 스마트폰 설치 앱 및 스크린 타임을 기반으로 소비력 파악 

3. 스마트폰 이동 패턴 : 어느 지역을 주로 다니는지 파악 (예를 들어 9-18시에 특정 지역에 있다가 자기 생활권으로 오는 것을 반복한다면, 직장인) 

4. 누구와 통화했는가? : 통화내역도 힌트. 내용보다는 통화 대상과 빈도를 봄 (예를 들어 가족과 많이 통화하면 책임감이 높다고 봄) 


- 최초에는 데이터가 부족해, 부도율이 20%까지 오름 (인도 대형 금융사의 부도율은 2-5% 수준) 

: 그러나 정확한 모델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생각으로, 필요 없는 데이터는 빼면서 기다림 

: 4년 후에는 부도율을 6%까지 낮추고, 이자도 낮춤 


- 유저 입장에서도 편해진 사례 

: 앱을 깐다 → 동의 한다 → 신용 등급 확인 요청 시 3분 안에 결과가 나온다 → 대출 한도가 나오면, 송금은 5분안에 끝난다 (*기존 서류 심사 절차로는  2-3달 걸릴 일) 



“데이터가 쌓일수록 어떤 정보가 신용에 영향을 미치는지 더 정확히 알게 됐습니다. 물론 중요하지 않은 정보도 가를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스마트폰 기종을 평가에 넣어본 적이 있어요. 비싼 모델을 쓰면 신용이 좋을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부도율을 보니 그렇지 않더군요. 지금 신용 평가에는 핵심만 담았습니다.”

_이철원 대표


3년 간 매주 1번 씩 유저를 직접 만나다 



- 직접 찾아가서 인터뷰 했음 (최근에도 전화, 메시지로 의견 듣고 있음) 

- 통역사에게 요약, 의역을 지양해달라고 말함 

- 유저가 쓰는 단어에 집착함. 회사에서 녹음 파일을 반복해서 들음 

: 여기서 사업의 힌트가 보임. 데이터 너머의 생활 패턴이 읽히기 때문 


- 예를 들어 어떤 소도시에서는, '에이전트(데이터 충전 대행)'가 존재. 자기 명의로 데이터를 충전하고,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데이터가 부족한 사람에게 자신의 데이터를 줌. 대가로 현금 수수료를 받음. 

: 트루밸런스는 에이전트를 찾아가, 대리점에서 하던 일을 우리 앱에서 해달라고 요청. 대신 리워드를 지급함. 


“10대 아이가 상품 설명서를 프린트해 벽에 붙여놓고, 설명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옆집 아저씨한테까지 트루밸런스를 알리고 리워드를 챙겼죠. 한국이라면, 시골에 사는 똑똑한 젊은이가 어르신 대신 쿠팡 주문을 받고 결제를 대신 해드리는 셈이었습니다.”
_조성준 전략팀장




- 디테일한 부분도 신경씀. 영어 버전을 선택해도, 중요한 부분에 힌디어를 씀. 작은 버튼을 놓고, 클릭 시 영어를 힌디어로 읽어주는 기능도 추가함. 


“유저들이 휴대폰을 힌디어로 설정하면 ‘없어 보인다’는 거예요. 영어 못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게 싫다는 거죠. 대신 단어 옆 아이콘으로 뜻을 유추하고 있었어요. ‘yes’, ‘no’ 같은 기본적인 영어 정도만 알았죠. 이것도 대출 정보를 생각하면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어요.”
_조성준 전략팀장



해외 시장을 뚫고 싶다면 기억해야 하는 3가지 



1. 시장 규모를 봐라. (인도 개인 대출 서비스는 이미 있었지만, 시장이 연 70조원 / 핀테크 대출 시장은 14조원 수준이라 파이를 나눠도 수익이 나온다는 계산을 함) 

2. 성장하는 아이템을 찾아라. (소액 대출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급성장 하고 있었음) 

3. 인프라가 열악한 곳에 오히려 기회가 있다. (척박한 곳일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다. 기회가 많다.) 



“인도는 생활하기에 불편한 곳이었어요. 하지만 살기 좋은 곳에 가서 도전하면, 뭐가 됐든 레드오션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죠. 그런 곳은 ‘은퇴하고 살 곳’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대표는 강조했어. “10년을 쏟아부어도, 여전히 클 수 있는 시장이 있다”고 말야.

“도전하겠다는 마음을 독하게 품었다면, 시야를 넓혀 보세요. 10년을 일궈도 유저가 계속 나타나는 시장이 분명 보일 겁니다. 제게는 10억 인도인이 그렇죠. 앞으로도 저는 기술의 힘을 빌려, 소외된 인도인에게 보이지 않았던 세상을 열어줄 겁니다.”

_이철원 대표


전문 읽기 링크 (24시간 이후 삭제) : https://www.ep9.co/record/99?seq=1&format=cover&share=1849ad74f1



총평


1. 매우 재밌었다.  


2. "비틀어 생각하라." 

- 본문에서는 인도 부의 60%를 차지하는 상위권 1%가 아닌, 다른 타겟을 설정했다. 이미 경쟁사들이 있었지만, 세계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착수했다. 


- 인상깊은 타 사 사례나, 최근 내부에서 주효했던 문제 해결법에서 "비틀어 보기"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 


- 예를 들어 

: 하나의 아젠다에 A, A-1, A-2, A-3만 언급되고 있다면 "B로 해보면 어때?" 

: 원래 C가 너무나 당연한 원칙이라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면, "C를 깨보면 어때?"   


- 무언가 막히면 다른 아이디어를 내기 보다, 내가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부터 생각하려 한다. 템플릿이나 방법론이 있으면 좋겠는데...



3. "그렇게 까지 해야돼?" "응, 그렇게 까지 해야돼." 

- 스타트업은 시간도 비용이기 때문에 효율성을 따지게 된다. 잡스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추려내는게 더 중요하다고 하지 않나. 


- 그러나 때로는 비효율성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런 지점과 피드백을 들을 때가 가끔 있다. 공감한다. 90%는 효율성을 추구하더라도, 10%는 비효율성을 택해야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3년간 험한 인도 지역에서 매주 1회 이상 고객 인터뷰를 한다." 비효율을 이유로 쉽게 이뤄질 수 없는 액션이다. 그러나 여기서 또 다른 수익 아이템이 나왔다. 병렬적인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현 회사에도 좋은 도구가 될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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