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리플 Nov 06. 2022

토스팀의 유난한 도전을 읽고

나도 유난해질 수 있을까? 

토스팀에서 지난 10여년 간의 도전사를 담은 '유난한 도전'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미 미디어를 통해 익숙한 몇몇 사람들과, 현 직장에서 오며가며 본 동료들도 출연해서 에피소드 마다 얼굴들이 둥둥 떠다녔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처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토스가 등장하기 이전의 금융생활이 어땠는지 기억하는가? 송금 한 번 할 때마다 인터넷뱅킹 사이트에서 분통을 터트리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 한번 할 때마다 괴로워하기 일쑤였다. 엑티브X를 포함한 각종 보안 프로그램 설치, 휴대폰 본인인증, 공인인증서 발급과 재발급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나면 오류, 또 오류였다.


이런 필요 없는 불편을 없애고 터치 몇 번으로 금융활동이 가능하게 만든 것은 금융 대기업도, 정부정책도 아닌 조그만 스타트업이었다. 간편송금으로 시작해 뱅킹, 증권, 보험, 결제 등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한 토스팀, 이들은 어떻게 이런 성과를 이루었을까? 세간에 화제가 되는 그들의 독특한 기업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창업자 등 35명을 인터뷰하고 회의록 등 내부자료를 샅샅이 뒤져 토스가 달려온 11년의 유난한 도전사를 정리했다.


 

지금부터는 인상깊은 구절과 나의 고민들.




#1 


송금과 결제의 불편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대박' 이라는 생각에는 팀원들도 동의했다. 

미국에서도 이미 페이팔, 스퀘어캐시 등이 승승장구 하고 있지 않은가? 

페이스북에 '송금을 간편하게, 10초만에 송금하는 서비스'라고 적어 올리고 무턱대고 광고를 돌렸다. 

이틀 동안 1만 원 정도 태우자 광고는 6,000명에게 노출됐고, 35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24명은 광고를 클릭해보고 있다. 이 정도면 '반응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였다. 


이전에는 1년 넘게 2억원을 써서 8명이 '울라블라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이번에는 단 이틀만에 1만원으로 '사람들은 간편한 송금 서비스를 원한다'는 가설을 검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중요한 건, 가설 검증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엄청나게 줄였다는 사실이었다. 


(중략) 


토스팀은 홈페이지를 열고, 트위터에 링크를 올렸다. 

4시간 만에 1,000번 넘게 리트윗 됐다. 

이후 사흘간 서비스를 써보겠다며 전화번호를 입력한 사람은 2,000명에 가까웠다. 

3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숫자였다. 


짜릿했다. '이게 성장이구나. 소비자들이 원하는게 맞았구나. 드디어 찾았구나.' 

빨리 제품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겠다는 의지로 활활 불탔다. 




#2 


체념한 이승건을 돌려세운 것은 당시 여자친구의 한마디였다. 유망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그는 업계에 발이 넓고 경험도 많았다. 당시 토스팀에 필요한 사람을 소개해주고 필요한 조언을 아낌없이 건네는 이였다. 


"정신 차려. 지금 네가 성공하든 망하든 아무도 몰라. 차라리 카카오랑 맞붙어서 제대로 망해봐. 그러면 팀이 유명해지기라도 하겠다."


'싸우다 망하면 유명해지기라도 하겠다.' 후회 없는 한 판을 벌이자던 다짐을 일깨우는 일침이었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큰소리쳐놓고 싸우지도 않고 퇴각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3 


5대 은행 중에는 농협이 가장 먼저 토스에 펌뱅킹망을 열어주었다. (중략) 그러나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나 더 걸릴지 알 수 없었고, 그 때까지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었다. 활성화율을 높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 잠시 미뤄두고, 신규 사용자를 데려우는 공격적인 마케팅에 집중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당시 토스가 커버할 수 없는 은행 계좌가 전 국민이 가진 계좌 수의 10%라면, 이 10%를 샅샅이 찾아내 토스 사용자로 전환시키는 것이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4 


마케팅의 미음(ㅁ)자로 몰랐지만, 기업 마케팅 또한 그의 몫이었다. 토스로 송금할 수 있는 은행이 제한적이었으니, 해당 은행의 고객 비율이 높은 집단을 찾아내 마케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생들보다 먼저 타깃으로 삼은 것은 은행 임직원들이었다. 기업은행 임직원은 기업은행 계좌를, 전북은행 임직원은 전북은행 계좌를 사용할 확률이 높으니 이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열었다. 


이벤트 기간 동안 토스에 가입하고 77원을 송금한 사람들 가운데 1등을 뽑아 77만 7777원을 주는 식이었다. 이벤트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은행 지점장 수백 명에게 손편지를 써서 부쳤다. 





#5 


클릭 당 또는 다운로드 당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철저히 측정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이 토스 마케팅팀의 정체성으로 굳어졌다. 마케팅으로 100만 사용자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서비스가 곧 사라진다는 절박함이 컸다. 


"재미있다. 토스 좋다는 댓글이 아무리 많이 달리고, '좋아요'가 수천 개 찍혀도 앱 다운로드로 이어지지 않으면 무의미한 콘텐츠"라고 말했다. 거꾸로 퍼포먼스, 즉 토스 앱 다운로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매체, 예산, 내용 등 어떠한 제한도 없이 실행에 옮겼다. 이 시기엔 마케팅이 회사의 최우선 순위였기 때문에, 개발자들도 열 일 제쳐두고 마케팅팀을 도왔다. 수많은 마케팅 콘텐츠의 정량적 성과를 꼼꼼히 측정할 수 있도록 데이터 분석 툴을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엑스트라로 광고 영상에 출연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2015년 12월 30일 업로드한 동영상은 가입당 100원이라는 역대급 효율을 기록했다. 팀원들의 목소리로 녹음한 이 영상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자마자 대본을 썼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소주를 한 잔 마셨다. 대강 편집한 영상을 그날 오후 올렸다. 겨우 30만원 어치 광고를 돌렸는데 조회수는 모두 270만 건이 나왔고, 그 중 30만 명이 토스 앱을 다운로드했다. 




#6 


핀란드의 게임회사 슈퍼셀은 개발하던 게임 프로젝트가 엎어지면 '실패 파티'를 연다. 실패를 겸허히 인정하고 어째서 실패했는지 회고하는 시간을 일컫는다. 파티라는 이름에 걸맞게 실패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대신, 실패에서 얻은 배움을 나누고 새로운 도전을 독려한다. 


(중략) 


"우리는 그동안 실패를 방지하거나 회피하기보다는, 실패가 일어났을 때 빠르게 회복하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그 실패에서 의미 있는 배움을 얻는 것이 중요했고요. 하지만 시간과 자원이 적게 드는 '저렴한'실패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7 


배너 광고로는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없으리라는 팀원들의 예측은 섣불렀다. 대출받을 수 있는 금융사의 목록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대출맞춤추천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 돈이 필요하지만 어디서 대출을 받아야 할지,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조차 몰랐던 사용자들이 있었고, 그들이 토스를 찾았다. 애초에 소액대출과 대출비교 서비스를 구상할 때 '대출 하면 토스'라는 인식을 만들고자 했다는 점에서 대출맞춤추천은 그 목적을 충족시킨 훌륭한 MVP(최소기능제품)였다. 


(중략) 


"고객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로, 우리끼리 생각하는 '좋은 제품'에 대한 기준만 높았던 거예요.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는 걸 보고 나서야 이 제품이 사용자들에게 본질적인 가치를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모두가 반대했는데도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밀어붙인 덕분에 토스는 한 발짝 더 성장했습니다." 




#8 


신용의 중요성을 모른 채 살아가다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만 이들을 때때로 만났다. 예를 들면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 


한 청년이 20대 후반이 되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처음으로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을 찾는다. 그제야 은행에서 신용등급을 처음 조회해보는데, 대출 이자가 너무 비싸거나 아예 대출을 내주지 않을 정도로 점수가 낮다. 알고 보니 몇 년 전 스마트폰 할부금을 10만원 밀려 신용불량자가 되어 있던 것이다. 휴대전화 요금과 달리 기기 할부금은 연체 후 5영업일만 경과해도 기록으로 남아 최대 5년 동안 신용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 사실을 일반인 중 몇명이나 알까? 신용평가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겨우 10만원 밀린 건데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 라고 잊고 지내다, 막상 큰돈이 필요할 때가 되어서야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중략) 


사람들이 신용에 대해 알고 싶은 단 하나의 정보가 있다면 당연히 '내 신용점수' 일 터 였다. 신용등급 조회 서비스는 세상에 없던 필요를 창조했다. 앱 내에서 잘 보이게 노출하는 것만으로도 사용자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간편송금의 초기 성장 때를 떠올리게 하는 열광적인 반응이었다. 성장세를 가속화하고자 토스 최초의 TV 커머셜 광고도 만들었다. (중략) 


'광고를 본 사람들이 토스 앱을 다운로드 할 것인가?' 토스팀의 광고 평가 기준은 오직 이것이었다. 브랜드 이닞도나 선호도에 도움을 주는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신선하고 파격적인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토스 앱을 내려받아 신용조회를 해보게 만드는 트리거가 되는지만이 중요했다. 크레딧맨의 마지막 멘트가 삽입된 것도 그래서 였다. 





#9 


"얼마 전 유명한 투자사 앞에서 영어로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했는데, 감동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무슨 일이든 중요한 건 그걸 해내야 하는 이유의 크기, 절실함과 절박함의 크기, 그리고 그걸 달성하기 위한 전략, 그 전략을 뒷받침 하는 의지와 실행의 속도와 양의 문제예요.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해요." 


(중략) 


글로벌 핀테크 기업에 익숙한 VC의 투자를 받은 덕분에, 토스 또한 중요한 변곡점을 지날 때 마다 그들에게서 많은 조언과 통찰을 구할 수 있었다. 예전에 토스카드 출시를 논의할 때는 해외 핀테크 기업이 발급하는 카드가 어떤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성 지표를 그리고 있는지 참고할 수 있었다. 투자자들은 어려운 데이터를 구해다 주면서 '여기서 배울 점은 배우라'라고 했다. 




#10 


이승건은 동료들의 회의론에 상처받았다. 뭐든 과감히 도전하는 쪽을 선택해왔던 토스팀이었는데, 언젠가부터 토스가 할 수 있는 영역과 없는 영역을 나누어 경계를 짓기 시작했다. 이승건이 보기에 토스팀은 야수성을 상실한 상태였다. '이 정도만 토스가 제법 컸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기보다는 가진 땅을 지키려는 보수주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외부에서 동력을 얻지 않으면 자체적으로는 추진력이 붙을 것 같지 않았다. 팀을 한바탕 휘저을 필요가 있었다. 




#11 


곁에서는 모든 사업이 순조롭게 풀려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승건을 몰아붙이는 것은 정작 위기감이었다. 그는 기회 될 때 마다 동료들에게 "우리는 미친 것처럼 보이는 꿈을 꾸지만 결국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낼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뒷말은 생략한 채였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죽을 테니까."


스타트업으로서 토스는 끊임없이 성장해야만 나아갈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이만하면 됐어' 또는 '토스는 여기까지야' 하고 자족하고 안주하면 공룡 같은 경쟁사의 먹잇감이 될 뿐이었다. 현재 규모와 상관없이 토스는 미친 상상력을 펼쳐야 했다. 남들이 뭐라건 몇 번이고 사점을 넘을 수 있는 팀이라는 사실을 안팎에 보여주고 싶었다. 


이승거니 느낀 또 하나의 위기감은 토스팀의 리더로서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증권에 은행까지 하는건 무리야' '이렇게 한 큰 조직을 이끌 재목은 아니야'... 한마디로 '더이상은 안될거야' 라는 시선이 그를 압박했다. 




#12 


고민 끝에 그는 극단적인 투명성을 택했다. 팀원들에게 자신의 약한 모습까지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팀원들이 참여해 지난 반기를 돌아보고 다음 반기의 목표를 상기하는 얼라인먼트 데이를 골랐다. 


"저의 평생은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싸워온 시간이었어요. 스스로에 대한 기댓값과 실제 도달한 수준 사이에 갭이 컸거든요. 그리고 저는 그 갭을 메꾸기 위해 평생 노력해왔습니다. 


미국에 교환학생 갈 때 기숙사를 신청하려고 전화를 걸었는데요. 영어로 말해본 적이 없어 미리 스크립트까지 썼어요. 하지만 상대방은 '당신 영어는 못 알아듣겠으니 메일로 써서 보내라' 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실력이었어요. 샤워할 때도 영어로 중얼거리면서 공부했죠. 그리고 1년 뒤 미국 시티그룹 공채에 합격했습니다.


맥킨지 다니던 시절에는 경쟁률이 가장 높은 뉴욕 오피스에서 일해보고 싶었어요. 주변 사람들 모두가 '넌 한국에서 대학 나와서 안 될거야. 실망하지 말고 포기하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지원했고 결국 이뤄냈습니다.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갭이 커졌다 줄어들었다 하면서 반복적인 실패와 성공을 거쳐왔어요. (중략) 지금은 토스페이먼츠 리더로서 저 자신에게 30점 밖에 줄 수 없습니다. 그걸 받아들이되 희망은 버리지 않으려고 해요.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게 바로 저고, 이번에도 곡선을 그리면서 갭을 줄여나갈 겁니다." 




#13 


"이렇게 저렇게 바꾸면 더 근원적인 부분을 건드릴 수 잇을 것 같은 지점들이 보였으니까요. 제 역할을 '일어난 일과 결정된 내용을 전달하는 사람'으로 좁게 정의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내가 속한 조직이 더 좋은 결정을 내리는 데 기여하고 싶었고요.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나면 그 때는 외부에 뭐라고 설명하겠어요." 




#14 


승차공유 플랫폼 우버의 승객들은 무엇을 믿고 낯선 사람의 차에 오를까? 운전자가 승객을 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그가 요구하는 운행료가 합당한지 아닌지 어떻게 알까? 

<<신뢰이동>>의 저자 레이첼 보츠먼은 승객들이 낯선 운전자가 아니라, 우버라는 플랫폼을 믿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버를 타면 나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이고, 가장 빠른 길로 적당한 값을 내고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라는 이용 경험의 모든 측면을 신뢰하는 것이다. 내 친구들을 비롯해 전 세계 1억 명 이상이 우버를 거리낌 없이 이용한다는 사실 또한 나를 안심시킨다. 


토스에 대한 사용자의 신뢰도 마찬가지다. 토스가 그 어떤 외부 공격도 막아낼 보안역량을 갖췄다는 정보는 신뢰도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뢰를 구성하는 요소가 보안 하나만은 아니다. '편하고 좋더라'는 친구들의 추천, 나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다루지 않을 거라는 확신, 내게 가장 유리한 상품을 추천해줄 것이라는 믿음, 정부로부터 증권 및 은행 설립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 그 자체, 무엇보다 어렵고 복잡하기만 했던 금융이 토스에서는 언제나 쉽고 빠르게 해결되는 경험이 모여 신뢰를 단단하게 한다.

"신뢰란 결국 시간이 쌓아주는 자산이었다."

신뢰라는 숙제는 늘 토스를 따라다녔다. 금융이 필요하면 은행을 찾아가는 고객의 습관과, 작고 보잘것 없는 토스는 믿기 어렵다는 사람들의 선입견이 언제나 토스의 가장 큰 도전과제였다. 어떤 대단한 인증이나 문구, 캠페인도, 없던 신뢰를 갑자기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신뢰는 사용자에게 약속한 것들을 꾸준하게 일관되게 지켜나갈 때, 아무런 문제 없이 많은 시간을 함께할 때, 감지되지 않는 속도로 그러나 확실하게 쌓였다. 그러나 어느 하나가 어긋나는 순간 신뢰는 눈 녹듯 사라졌다. 




#15 


이해되지 않는 일은 이해가 될 때까지 파고들었고, 납득이 되면 그때부터는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주변에서 "미련하게 애쓰지 마라" "열심히 하는 것보다 줄을 잘 서는게 중요하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같은 말을 했지만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오히려 스위치가 켜진 듯 자신을 날카롭게 갈고 닦갓다. 


(중략) 


"관행을 답습하고 남들 말을 잘 따르는 것은 성공을 가져다주지 않아요.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은지 미션과 동기가 명확해야 하고, 그걸 실행할 수 있는 용기와 역량을 갖춰야 하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달리는 좋은 동료가 있어야 하고요.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이 틀렸고, 우리가 맞았다는 걸 토스뱅크의 성공으로 증명하고 싶었어요." 




#16 


"이 결정을 내리는 순간 제가 가진 모든 걸 뱉어내야만 했어요. 그동안 배우고 쌓아온 모든 업무적 역량과 직관은 물론이고 체력, 감정까지도요. 토스에서는 늘 그랬지만, 그때는 정말 어려웠어요. 뱅크팀은 물론이고 토스 커뮤니티 전체에 손해를 주는 것 같아서 괴로웠죠. 그럼에도 가장 많은 고객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최대한 버텨보기로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이런 마음을 팀원들이 지지해줄 거라 믿었기 때문이죠." 


그 어떤 것보다 고객의 편익을 우선하는 태도가 그가 생각하는 기업가 정신이었다. 때떄로 유혹에 사로잡히더라도 선의가 탐욕을 이기는 기업만이 100년, 200년 영속할 수 있다. 선의에 부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계속 만들어내고, 고객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결정을 반복해야 한다고 자신을 다잡았다. 




#17 


어떤 한계에 닿을 때마다 토스팀은 언제나 "왜?"라고 물었다. 공인인증서 없는 송금은 왜 안돼? 핀테크 스타트업은 왜 직접 투자와 여/수신 서비스를 만들 수 없지? 스타트업은 왜 대기업 사업부를 인수하면 안 될까? 토스는 지금껏 '왜?'라는 질문으로부터 혁신을 길어올렸다. 


 




'유난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언행이나 상태가 보통과 아주 다르다. 또는 언행이 두드러지게 남과 달라 예측할 수 없는 데가 있다." 

                    

어떤 일에 대한 임팩트를 내지 못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인간의 보호본능이다. 

'무의식적으로 표준과 보통에 맞추어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사고방식. 

즉, '유난하지 않아야' 된다는 마음. 


이는 생존이라는 단어로도 치환할 수 있는데, 

문제는 생존을 위한 이 무의식이 

도리어 지금같은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시대에서 

생존을 막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지난 10년에서 이 무의식적인 사고를 부모님과 교육과정을 통해 흡수했고, 

그 다음 10년에서 이 사고가 생존을 얼마나 위협하는지를 철저히 깨달았다. 

그런 측면에서 토스의 유난스러움은 

(불편한 안락함에 빠진 것 같은) 나에게 반성과 귀감이 된다.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아닌, 만드는 동료가 될까봐 '왜?' 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 것  

할 수 있는 영역과, 할 수 없는 영역을 구분짓기 시작한 것 

고객이 아닌 공급자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 

고객 최우선 주의에 마케팅의 영향을 배제한 것 

관행을 답습하고 남들 말을 잘 따르는 게 더 편하고 생각하는 것 

무엇보다 나와 우리팀의 일에 대해, 
- 그걸 해내야 하는 이유의 크기, 
- 절실함과 절박함의 크기, 
- 그리고 그걸 달성하기 위한 전략, 
- 그 전략을 뒷받침 하는 의지와 실행의 속도와 양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 것
- 미션과 동기가 명확하지 않고, 실행할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한 것 
- 동료와 같은 방향인지 확인하지 않고 추정하는 것   

그래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것보다, 가능한 것을 쫓게 되는 것 

그러나 가능한 것이, 우리팀이 가야하고 내가 이루고 싶은 게 아니라는 것. 


이러한 반성을 흘려보낸다면, 나는 지난 몇 년과 다를바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 

연말과 연초에 성장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내가 되었으면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최고의 작사가들이 전하는 카피라이팅 노하우 5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