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충실하고 솔직하다는 것

그래도 아직은, 순수의 시대

by 지하

살면서 그럴 때가 있다.

아, 지금이 내 인생에서 내가 제일 반짝반짝 빛나는 때구나,

하는 그런 때. 이성에게 가장 인기가 있을 시기 말이다. 그런 운을 나는 작년에 다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불안하기도 하다. 요즘엔 반대로 마가 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효'라는 가수의 'teddy bear rises'라는 곡을 좋아한다. 크게 알려진 곡은 아닌데, 나에게 어린 왕자 여우의 말을 인용하게 했던 그 친구가 알려준 곡이다.



'진정한 사랑이란' 글에 나왔던 친구다.


" 아냐, 얻은 게 있어."

여우가 말했다.

" 나는 섬세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의,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 그리고, 차분함이 상대방에게 주는 효과를 알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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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가 특히 마음에 깊이 와 닿는다.


하고 싶은 말은 해야 돼. 안 그러면 정말 병이 돼. 묻어두고 숨기려 해도 결국 드러나게 돼 있어. 어떤 말들은 꼭 해야 돼. 안 그러면 정말 후회해. 솔직할 수 있는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저기 멋진 저녁노을이 대신 말해주지 않아요.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한다는 가사다. 굉장히 단순한 가사지만, 굉장히 공감 가는 가사다. 그리고, 실제로 하기에는 무척이나 어려운 행동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저 가사를 계속 생각하면서도, 결국엔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었다.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 는 것이 나의 지론인데도 말이다.


무서워하지 않는 게 아니라, 무서워도 참고 행동하는 것이 용기, 라는 글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특히, 이성 간에 용기를 내어야 할 경우는 더욱 큰 결심이 필요한데, 서로의 자존심이 걸린 것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썸, 이라는 관계에서 얼마나 자존심을 다치지 않고 쿨하게, 밀고 당기기를 잘해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상대방보다 더 우위에 놓이게 되는 것일까. 솔직히, 나는 밀당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때때로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도 알지만, 굳이 내가 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좋아하면 좋아하는 것이고 아니면 아닌 거다. 애매하게 상대방의 감정을 저울질하며, 거기에 따라서 내 감정을 보이는 것은 서로에게 실례라고 생각한다. 같은 선상에서, 쿨한 척하는 것, 최대한 쿨하게 보이려고 하는 것 역시, 나는 별로다.


지금도 가끔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한 사람에게 계속 연락을 무시당했다. 하지만, 나는 절실했고 연락을 해야만 했다. 카톡이 씹히고, 문자가 씹히고, 전화가 씹히고, 그래도 미련이 남아 또 했던 전화마저 무시당했다. 정말 마지막으로 결심하고 했던 전화가 무시당하는 순간, 모든 미련을 버렸다. 내 친구는 나에게 질척거린다고 말했고, 지금 누군가가 자존심도 없냐고 물어본다면, 글쎄.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가 해 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봤기 때문에 오히려 후회가 안 남아서 좋다. 지금도, 그때로 돌아간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것 같다.


나이가 들 수록 연애가 힘들어지고 재고 따지는 것이 많아진다지만, 나의 마음을 쏟을 누군가가 나타난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나는, 여전히, 솔직하게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