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한 사랑
아이를 앞에 단단히 세우고 전동킥보드를 몰고가는 엄마.
두 사람의 키높이에 맞게 나란히 놓인 손잡이.
엄마는 친절이 과한 네비게이션이 되어 살짝 올라와있는 턱을 지날때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어김없이 두번 세번 알린다.
아이는 마음대로 핸들을 움직여 가고싶은 곳으로 훨훨 날아가고 싶지만
야속한 손잡이는 무겁기만하다
그래도 우리 엄마가 가는 곳이니 좋은 곳이겠거니 믿고,
엄마의 뜻이 내 뜻인양 멋지게 폼을 잡는다.
라이트만큼은 제발 밑에 달아달라고
그것만이라도 자기 손으로 켜고 끌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사정해 달아 놓은 휴대용 라이트.
어두운 밤 길을 밝히기에 턱없이 모자라도
엄마를 지키는 든든한 아들이 되고 싶은 씩씩한 마음으로
세상은 이미 충분히 밝다.
유모차를 탈 때보단 덜 안락하고, 엄마도 내 응석을 이젠 잘 받아주지 않지만
그래도 이젠 엄마와 함께 바람을 뚫어낼 수 있어
든든한 아들이 될 수 있어 싱글벙글
과거엔 볼 수 없었던 신풍경.
하지만 언제나 있었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