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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한현재 Sep 28. 2021

고독 그 쓸쓸함에 대하여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시인의 눈에는 사람들이 각각의 섬처럼 보였나 봅니다바쁘게 흘러가는 도심 속 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기보다 고립되어 결코 마주치지 않는 섬들이 아닐까요하지만 우리는 고립을 원하면서도 또 너무나 매혹적인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라는 섬에 건너가 보고 싶어집니다그렇다고 곧바로 그 사람에게 건너갈 수는 없습니다그것은 폭력이니까요그래서 시인의 말처럼 나와 그 사이에 있는 섬으로 가서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그러나 그 사람이 언제 내 마음을 알아채고 와 줄지는 알 수 없습니다이때 섬에 홀로 남겨진 느낌고독이라는 놈이 밀물처럼 밀려들어 옵니다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사실 누가 옆에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닙니다혼자 있어도 고독하지 않을 수 있고함께 있어도 고독할 수 있으니까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류시화)라는 시도 있잖아요내 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느냐가 아니라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그 사람이 내 마음을 몰라줄 때우리는 고독에 빠지게 됩니다길고 긴 침묵을 건너 그가 나라는 섬으로 와 내 손을 잡아주기 전까지 말입니다그래서 우리는 고독하기 때문에 누구를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오히려 상황은 그 반대죠우연히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우리는 고독에 빠지는 것입니다그러니 이렇게 말해도 좋겠습니다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곧 스스로 고독해지겠다는 각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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