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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한현재 Sep 30. 2021

행복의 모양

  유토피아가 어떤 곳일지 상상해 본 적 있나요? 젖과 꿀이 흐르는 기독교의 천국과 같은 곳일까요. 아니면 아무도 일하지 않고 놀고만 있는 휴양지 같은 곳일까요? 이미 우리같은 자본주의적 쾌락에 중독된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향은 아마 한도액이 무한인 카드가 모두에게 주어진 백화점과 같은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실제 토마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그리고 있는 이상향은 우리들의 상상과는 사뭇 다릅니다. 일단 노는 사람 없이 모두가 노동을 합니다. 물론 3시간 정도의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노동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모여 토론을 하고, 그림을 그리며, 음악을 향유합니다. 모두 무언가에 열중해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죠. 일의 강도로만 따지면 자본주의에 사는 우리들보다 훨씬 세 보입니다. 마치 목숨을 걸고 친구들과의 내기를 이기려고 애쓰는 아이들처럼요. 


  이들은 왜 이렇게 여가 시간을 치열하게 보내는 걸까요? 3시간만 일해도 되면 나머지는 좀 편하게 쉬면 되잖아요? 여기서 우리의 ‘행복’에 대한 편견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안에서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지내느라 ‘일=돈벌이=고통’, ‘쉼=행복’이라는 공식을 갖게 되었나 봅니다. 하지만 돈을 벌지 않고 노는 것처럼 보이는 행위도 사실 모두 ‘일’이고, 그들에게는 ‘행복’이 됩니다. 행복은 고강도의 몰입과 열정으로 관통해야만 얻을 수 있는 아주 희귀한 것입니다. 온몸을 땀으로 적실 정도로 고된 일이기도 하구요. 집에 누워서 마시는 물은 결코 우리에게 행복감을 주지 못합니다. 숨을 헐떡거리며 올라간 산 정상에서 마시는 물 한 모금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깊은 감동과 쾌감을 주는 법이죠. 이처럼 행복은 안락하고 편안한 것이 아닙니다. 내 온몸을 던져 무언가에 밀착되어 하나 되는 경험, 그렇게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고된 경험이 행복인 것입니다. 그리고 유토피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그 자명한 진리를 알고 있었던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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