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드러운직선 Oct 12. 2016

일에 대하여

아들아,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

.

.

오늘부터  나에게 수백억원이 생긴다고 하면, 

과연 평생 일을 하지않고 살 수 있을까?

천직이라는 단어. ... 

그리고 그 직업과 정말 잘 어울리는 사람.

그도 그녀도 모두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며.

                     



                                       

일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창조적인 행위로 여기는 사람도 있지.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간에, 일은 그 일을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정체성을 깨닫게 한단다. 그 일을 하는 동안에는 모든 시간을 거기에 바치기 때문이지. 따라서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일을 선택해야만 행복할 수 있어. 네가 지금 당장 하는 일이 너무나 불만족스러워 필요한 만큼만 일을 하고 마음으로는 거리를 둔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도 그 일을 하는 이상 너는 그 직업과 멀어질 수 없어. 그러다 보면 어느덧 너의 인생은 그 일로 채워져 있겠지. 이러한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그들은 직업을 선택할 때도 재미있어 보이는 일, 보수가 높은 일 혹은 남들에게 과시할 수 있는 일을 고르지. 


그러한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그 일에 모든 시간을 바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처음에는 만족스러울지 모르겠지만, 서서히 불안해지고 공허해져가는 스스로의 마음을 발견하게 될 거야. 일에 바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부담을 느끼고  종국에는 자신의 인생이 의미 없는 일에 얽매여 있다는 느낌에 견딜 수가 없어지지. 이른바 '조용한 절망의 세계'로 들어서는 거야. 공허하고 불행하며 본인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어두운 세계로 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세계에서 빠져나올 엄두를 못 내. 금전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포기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변화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현실을 불평하면서도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그러고는 자신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와 진심으로 원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핑계거리를 찾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지. 이런 삶의 자세는 성공으로부터 멀어지는 가장 빠른 길이란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 그 자체라는 것을 잊지 말거라. 어떤 일을 하면 할수록 사람은 바로 그 일이 되어가지. 앞에서 이야기한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단 두 가지란다. 작정하고 인생을 변화시키거나, 자신의 인생에 대한 기대감을 아예 낮추는 것. 만약 기대감을 낮추는 쪽을 선택한다면 꿈은 서서히 사라질 거야. 꿈이 없는 사람은 이미 반쯤 죽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단다. 나의 꿈은 조각가였단다. 하지만 조각가가 되려는 결심을 품고도 나는 택시 운전을 했었어. 순전히 돈 때문이었지. 조각을 하려면 돈이 필요했으니까. 기사 일을 하는 동안에도 마음은   내내 조각에 가 있었어. 그런데 겨우 6개월 만에 나는 수많은 택시 기사들의 모습과 똑같아져   있더구나. 택시 기사처럼 말하고, 택시 기사처럼 생각하고, 택시 기사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나를 발견했지. 여느 택시 회사 직원들과 다름없이 야간 택시 기사의 생활 습관과 생활 리듬을  갖게 되었고, 휴일에 조각을 하는 순간까지도 내 안에는 택시 기사의 의식이 남아 있었어. 좋든 싫든 난 어쩔 수 없이 택시 기사였던 거지. 


그러니 아들아, 직업은 반드시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돈이나 명예, 화려함 같은 껍데기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거라. 매일 매 시간 어떤 일에 마음을 쏟을 것인지, 그리고 그 일이 너의 소중한 시간을 바칠 만큼 의미 있는 일인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단다. 시간으로 일의 가치를 측정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가늠해볼 수 있지 않겠니. 흔히 일을 '천직(vocation)'이라고들 부르지. 어쩌면 필요 이상으로 거창하고 과장된 말로 들릴 수 있겠지만, 실제로 이 말 속에는 굉장히 중요한 지혜가 담겨 있단다. 천직이라는 말은 '부름(calling)'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나온 것이고, 또 이것은 '목소리(voice)’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말이지. 다시 말해 천직이란 '해야만 하는 일’을 뜻한단다. 

즉, 네가 진실로 하고자 하는 일, 네가 누구이며 네가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게 해주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 거야. 그 일을 하도록 너를 부르고 너의 인생에 목소리를 주는 것이지. 단순히 노동의 대가로 돈을 받는 일과는 전혀 다른 거란다. 세속적인 기준 하에 특별한 대우를 받는 전문직을 갖는 것과도 다른 일이지. 그러한 일을 찾았을 때는 가슴을 활짝 열고 받아들여라. 물론 자신의 천직을 찾을 만큼 운 좋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그래도 우리는 그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단다. 그러지 않고 어떤 보상을 바라며 일을 시작한다면 설사 나중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아무런 보람도, 기쁨도 느끼지 못해. 돈이나 명예는 취했을지언정 가슴은 잃어버린 상태일 테니까. 그러한 인생이 돈이나 명예와 교환된 일회용품과 다를 게 뭐 있겠니.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일, 너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저절로 사랑하게 되는 일, 그것이야말로 너의 천직이야. 


너는 그 일을 함으로써 세상과 온전히 소통할 수 있어. 순전히 돈 때문에,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직업을 택한다면 넌 결코 세상과 제대로 소통할 수 없을 거야. 그러한 일을 찾았을 때는 가슴을 활짝 열고 받아들여라.물론 자신의 천직을 찾을 만큼 운이 좋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그래도 우리는 그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단다. 물론 내면의 소리에 아무리 귀 기울이고 곰곰이 생각해봐도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를 수도 있을 거야. 그렇다고 해도 그 고민을 멈추지 말거라. 네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또 그 일이 너에게 맞는지 아닌지 신중히 생각하도록 해. 그것을 깨달으려면 일과 네가 하나가 될 정도로 그 일에 정성을 쏟는 경험이 필요하단다. 그런 다음 그 일을 계속할지 말지 결정해야 해. 혹 그만두는 쪽으로 확신이 선다면, 경제적인 안정을 잠시 포기할 용기를 내야겠지. 또한 달리 생각해보면, 긴 인생에서 두세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직업을 갖지 말란 법도 없지 않겠니. 그러니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을 관두고 마음이 원하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지 못할 이유도 없단다. 


아들아, 사회에 뛰어들기 전에 네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어. 너의 노동력은 고용인들에겐 어디까지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네가 돈을 받는 이유는 순전히 네가 노동력을 제공했기 때문이야. 그 이상의 이유는 없단다. 또 언제든 너의 노동력이 가치를 다하면, 그 전의 네가 직장에 아무리 충성을 다하고 부지런히 노력했다 하더라도 고용인은 너를 저버릴 거란다. 잊지 말아라, 평생을 몸 바쳐 일했다 해도 근본적으로 그것은 경제적 교환에 불과해. 그리고 그 교환에서 네가 어떤 이익을 줄 수 있을 때까지만 너는 직장에서 가치 있는 존재가 되는 거란다. 


그래, 비정한 현실이지.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시장 논리이므로 어떤 시대에도 달라지지 않을 거야. 그러니 아들아, 생에 대한 사랑을 희생하면서까지 일에 얽매이지는 말거라. 상황에 따라 일이 너를 저버릴 수도 있어. 또 너 역시 상황에 따라 그 일을 버릴 수 있지. 아들아, 네 가슴에서 불타는 일을 찾아 그 일을 하거라. 직업이 아니라 천직을 택해야 한다. 그러면 마음이 평화로워질 거야. 혹 천직이 아닌 직업을 택한다 해도, '정년퇴직까지 아직 13년이나 남았다'거나,  매일같이 무엇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며 후회된다는 말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들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中 - 켄트 너번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 87세 여대생의 인생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