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을 선사할 줄 모르는 정치는 향기 없는 꽃이나 마찬가지다.
1992년.
..........요즘따라 자꾸 맘속에 와닿는다.
해가 뜨면 밖에 나가 일하고
해가 지면 방에 들어가 쉬고
우물 파서 물 마시고
밭을 갈아 먹고 사니
누가 다스리건 그게 무슨 상관이냐.
제대로 된 정치가 행해진다면 서민들의 입에서 이런 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와야 한다. 정치 말이 나온 김에 한마지 더 얹어야겠다. 올해는 대통령을 만들어내는 해라서 얼마나 또 시끄러울지 미리부터 염려가 된다. 보나마나 막판에 가면 또 지역감정을 부추기면서 표를 긁어 모으느라고 이성을 잃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국민의 감정과 의식은 사분오열되어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다.
나더러 만약 이 나라의 대통령을 고르라고 한다면 우선 ‘대통령병’에 걸리지 않은 인사를 선택하겠다. 어떤 병이든지 만성질환의 경우 거의 치유가 불가능하다. 또 한쪽으로 치우치는 강한 정치가 아니라 부드러운 정치를 할 사람에게 점을 찍을 것이다. 절대권력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부드러운 것이 결과적으로는 강한 것이고 따라서 설득력을 지닌다. 그리고 아침 저녁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라도 국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그런 멋있는 사나이를 이 땅의 대통령 자리에 앉히고 싶다.
이 땅의 정치에서 우리는 일찍이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무고한 서민들에게 잔뜩 겁을 먹게 하거나 불안에 떨게 하면서 팽팽한 긴장감만을 심어주었지 언제 한번 속시원히 웃어본 적이 있는가. 웃음을 선사할 줄 모르는 정치는 향기 없는 꽃이나 마찬가지다. 웃어야 일이 풀리고 복이 온다. 정치는 정직하고 역량있는 각료들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국민들이 삶에 활기와 여유를 보태줄 웃음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