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실습부터 지내왔던 병원이라 잘 몰랐는데 소위 말하는 대한민국 Big5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다는 것은 엄청 어려운 일이다. 응급실에서 근무해보면 수술 받기 위해 오는 분들도 있는데 정상적인 절차를 밟으면 외래로 교수님을 뵙는데만 몇달이 걸리니 얼마나 절박하면 그럴까 싶다.(물론 응급실로 그렇게 오셔도 수술을 못 받아 다른 곳으로 전원된다). 그렇다면 유명 대학병원의 교수님들은 수술을 실제로 잘 할까? 물론 내가 직접 본 병원이 제한이 있기 때문에 정답이라고 말하기엔 부끄러운 면이 있지만 '평균 이상'이라곤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수술은 정해진 절차가 있다. 예를 들어 충수돌기염 수술같은 경우 충수돌기를 찾고, 그 주변을 박리한 뒤, 충수동맥을 결찰하고 충수돌기를 결찰한 후 봉투로 수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론 수술을 많이 보고 많이 해본 사람이 잘하는 경향이 있다. 그 프로세스에 익숙해지는 거니깐. 그리고 다양한 케이스를 접한다는 것은 어려운 케이스, 다른 사람과 다른 케이스등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니깐.
또한 유명 대학병원은 수술 보조인력의 실력도 좋은 편이다. 수술은 교수님 혼자 하는 것 같지만 사실 팀워크다. 보조해주는 어시스트들이 교수님이 수술하기 좋게 수술 부위를 준비하고 어시스트 간호사는 적시적소에 수술 기구를 준비해야 수술이 원만하게 진행된다. 유명 대학병원은 레지던트 교육이 비교적 잘 되는 편이다보니 수술에서 팀워크가 잘 발휘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큰 수술을 하게 될 경우 수술 이후 중환자 관리가 되고 필요시 타과와의 협진이 가능하다는 점도 높은 의료수준을 기대할 수 있게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유명 대학병원 교수님이 꼭 수술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그러한 병원의 교수님들은 뛰어난 연구성과를 보이는 분들이 많다. 또 그분만이 볼 수 있는 희귀질환들도 있다. 하지만 수술을 잘 하기 위해선 특유의 '센스'에다가 '손기술'이 필요한데 그것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경향이 있다. 유명 대학병원 교수님이라고 해서 모두 그 자질들을 갖고 있는 건 아니어서 수술하면서 피 많이 내고 다른 장기 손상도 많이 내는 분도 계신다.(물론 다들 엄청 똑똑하시고 연구를 잘 하시는 것은 맞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교수님이 수술을 잘한다는 것을 아는게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당장 인턴인 나만 하더라도 근무해보지 않은 과에 대해 물어보면 아무 대답을 해줄 수가 없다. 그 과의 레지던트 정도 돼야 어느 교수님이 잘 한다고 추천해 줄 수 있는 정도다. 이래서 집 안에 의사 한명쯤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수술 후 합병증이 얼마나 생기는지 따로 발표하는 자료가 없으니 어디서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앞으로 의료를 서비스로 보는 관점이 커지고 수술 인력이 많아지면 수술 하는 의사를 고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본다. 마치 맛집 어플처럼 모든 의사에 대한 프로필이 있고 수술 케이스는 몇개고 심한 후유증을 앓았던 환자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정보가 쫙 나와있는 가운데 환자들이 고를 수 있는 그런 세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