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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치즈 Feb 02. 2020

수술 도중 음악 소리가 흘러나온다?

수술도 그들에겐 삶의 일부

 수술 준비가 완료되면 교수님께서 내려오신다.

나이 많은 교수님 중에선 펠로우 선생님께서 기본적인 것을 하고 메인이 시작되면 내려오시는 분도 계시긴하지만, 어찌됐든 '집도'하는 것은 교수님이다. 의료사고에 많이 민감해진 요즘 가장 책임을 지는 자리는 교수이기 때문에 되도록 교수님께서 많은 것을 하려는 분위기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 환자 입장에선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동시에 수련 받는 의사들 입장에선 그만큼 배울 수 있는 폭이 줄어들어 버렸다. 예전에는 레지던트 수련만 마쳐도 기본적인 것은 왠만큼 할 수 있었다고 하던데, 요즘은 펠로우 몇년은 해야 그만한 실력이 된다고 한다. 심한 곳은 펠로우 되기 전까지 수술장 준비만 시키는 곳도 있다고 하니 요즘 수술과 레지던트는 수술 준비 과정과 병동에서의 환자 관리만 배우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수술 분위기는 교수님이 누구냐에 따라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 조용히 수술만 하시는 분도 계시는반면 이것저것 설명해주시면서 참관하는 학생들에게도 관심을 주시는 분도 계신다. 화를 버럭 내시는 분도 계시고 이 분은 천사다 싶은 분도 계신다. 교수님에 따라 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각 교수님에 따라 인계장이 있다. 

 병원은 인계문화다.

여러 병원, 여러 업무, 여러 교수님과 같이 일해야하는 곳이기 때문에 각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인계하는 것이 당연시되어있다. 이것은 다른 말로 의료 행위 중 표준화되어있지 않은 분야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특히 수술과가 더욱 그러한 것 같다. 큰 틀은 같지만 세부적인 것, 예를 들면 어떤 기구를 사용한다든지, 내부 장기를 잡을 때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선호한다든지 하는 것이 교수님별로 다르기 때문에 여러 수술방을 들어가야 하는 인턴 입장에선 머리가 아프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 방에서 통용되는 행동이 다른 곳에선 꾸지람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 매번 듣는 소리

인계 제대로 안 받았어요?

인턴하면서 트라우마처럼 박힌 문장이다...(자기들은 처음부터 잘했나)


 인계는 단순히 의학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떤 교수님은 특정 표현을 싫어한다더라(예를 들면 ~라고 생각합니다가 아닌 ~입니다 라고 해야한다든지) 어떤 교수님은 특정 질문을 한다더라하는 것도 있으며, 가끔 배경 음악에 대한 인계가 있을 때도 있다.

 수술 중에 음악을 듣는다는 것,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어색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일반인이 아는 수술장 분위기는 의학 드라마에 나오는 죽어가는 환자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의 집합에 가까우니깐. 하짐나 대부분의 수술은 그렇게 장엄하지 않다. 몇달전에 예약잡은 환자가 며칠전에 입원해서 수술 전에 필요한 모든 검사를 마친 후 어떻게 수술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짜여있는 상태에서 수술이 진행된다.(필요 검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주치의는 그날 회진 때 털릴 각오를 해야하겠지..) 게다가 대부분의 수술은 어떻게 해야한다는 단계가 정해져있다. 먼저 어떤 구조물을 찾고, 그것을 정리하고, 어떤 혈관을 묶고, 자를덴 무엇을 조심해야한다든지 등등. 그렇기에 교수님 입장에선 수술도 그저 삶의 루틴에 불과하다. 매일 해야하는 일 같은. 집중하기 위해 음악을 듣는 사람이 있지 않는가? 수술하는 것도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기사를 보니 수술 중 음악을 듣는 것이 긴장을 낮추고 간호사와 의사 사이의 협력을 높이는 등의 효과가 있다고도 하니 그런 의로운 점도 있는것도 같고... 인턴 입장에선 졸릴 때 음악을 들으면서 깨려했던 기억 정도 있는 것 같긴하다.

 어떤 교수님은 클래식을, 어떤 분은 박효신 노래를, 어떤 분은 퀸 노래를 듣는다. 남자 아이돌 노래를 좋아하셔서 각 노래를 외워가야 하는 분도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어떤 선배는 오케스트라 동아리를 했는데 오케스트라 선배 교수님께서 여쭤보신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곡 제목을 맞히지 못해 혼났다는 말도 해줬었다. 이런거 들어보면 수술장도 그냥 일터인 것 같다. 단지 균이 없는 깨끗한 일터.


수술이 끝나면 마취과 선생님께서 환자를 깨워주신다. 그러면 이제 수술전에 붙였던 여러 모니터링 장비를 떼고, 환자를 다시 이송 침대로 옮기고 회복실로 옮긴다. 이 때 상태에 따라 일반 회복실로 갈 수도, 중환자실로 갈 수도 있다. 중환자실로 가게 되면 인턴의 업무가 하나 더 생긴다. 이송할 때 필요한 여러 장비를 가져와야 하고, 미리 중환자실에 환자가 올라온다고 알려야 한다. 그리고 수술 후 피검사를 진행한다. 만약 막 마취가 풀려가는데 따끔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이 때 피검사를 한번 더 진행하느라 바늘에 찔린 거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https://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41213601015#csidxc79cc9bd3be696b985fa5f5687af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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