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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성 Sep 16. 2022

교육과 출산의 상관관계가 변화하고 있다면?

대한민국 출산 관련 최신 연구 소개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 국가는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낮습니다. 그리고 2022년이 벌써 사분의 삼이 지난 지금, 아마 대한민국의 2022년 합계출산율 역시 전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됩니다.  한국의 저출산 현상에 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졌지만, 국외 출산(fertility) 관련 연구자들에게 한국 사례는 놀라운 정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제가 일하면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럽 학계에 속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인구학 분야의 대표적인 학술지에 한국 관련 연구가 실리는 비중을 봐도 비슷한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한 국가의 출산율 동향이 아니라 "전대미문"의 현상이라면 더 깊이 다루어질  여지가 충분할 텐데요. 


최근 International Union for the Scientific Study of Population (IUSSP) 뉴스레터에 한국 여성의 교육 수준과 출산의 상관관계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가 소개되었습니다. 한국 연구자가 한 연구가 아니라서 한국 미디어에서 그다지 관심 있게 다루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비교적 최근 출생 코호트까지 분석 대상으로 삼았고, 한국의 출산에 관한 선행연구가 보여주었던 현상을 업데이트한다는 측면에서 흥미로운 연구라서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연구에서 던지는 핵심 질문은 여성의 교육 수준과 출산의 상관관계가 최근 출생 코호트(birth cohort)에서 변하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처럼 여성 인구의 교육 수준이 단기간에 향상된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출산 격차가 감소하고 있는지 (수렴하는지), 아니면 차이가 유지되는지, 혹은 극단적인 경우에는 차이가 벌어지는지 묻는 것은 학문적인 호기심을 넘어서 한국 사회와, 한국 사회의 여성 교육 확대에 관심이 많은 다른 나라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출생 코호트 별 예측치 초산 확률 (predicted probability) 출처: Tan (2022), p.8


연구의 결론을 짧게 요약하자면, 대학교육을 받은 여성 집단과 그렇지 않은 여성 집단 간의 첫째 아이 출산 (transition to first birth) 확률의 차이는 (이하 교육 수준별 출산 격차) 좁혀졌다가 최근 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1960년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여성 집단과 비교할 때, 1975년-1979년 여성 코호트와 1980년-1984년 여성 코호트는 더 많은 여성들이 30대에도 여전히 출산을 경험하지 않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해당 세대들은 연구 당시 가임기간을 마치지 않았으므로 이들이 평생 출산을 경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부분은 저자가 연구의 한계로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평균 초산 연령을 고려한다면, 이들이 관찰 시기 이후에 출산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습니다. 


한국 여성의 교육 수준별 누적 초산 확률 (predicted cumulative probabiltiy)      출처: Tan (2022), p.7

저자가 언급한 대로 서로 다른 교육 수준을 지닌 여성의 서로 다른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정책을 고려하는 것은 타당한 정책적 함의가 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에 관한 논의인데,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해당 연구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저자는 방향 정도만 언급했습니다. 


결과 해석과 관련해 흥미로운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저자가 논문을 작성하고 투고할 당시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겠지만 (논문 투고와 발행 사이에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최근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교육 수준별 출산율 차이가 다시 관찰되고, 이 나라들의 출산율 역시 지난 10년간 전반적으로 감소했습니다. 북유럽 국가들의 인구학자들이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워낙 최근에 일어난 변화이기 때문에, 2022년 현재 아직 명확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한국을 비롯해 초저출산을 겪는 동아시아 사회들과 와, 그동안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보였지만, 점차 출산율이 하락하는 북유럽 사회의 비교 연구가 더욱 의미 있는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문헌 (굵은 글씨로 표시된 논문이 이 글에서 소개하는 논문입니다)


Jalovaara, M., Andersson, L., & Miettinen, A. (2021). Parity disparity: Educational differences in Nordic fertility across parities and number of reproductive partners. Population Studies, 0(0), 1–18. https://doi.org/10.1080/00324728.2021.1887506


Tan, J. (2022). Educational differentials on the transition to first birth in South Korea. Social Science Research, 105, 102728. https://doi.org/10.1016/j.ssresearch.2022.102728


커버 이미지: Photo by Tim Mosshold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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