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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현승 Nov 22. 2021

대화 점유율이 왜 중요할까요?

하브루타 아빠와 디베이트 아빠가 궁리하는 행복한 소통 02

대화 점유율과 대화 약속에 관해 하브루타 아빠와 디베이트 아빠 (이하, 하아와 디아)가 첫 번째 대화를 나눴습니다. 디베이트 아빠와 하브루타 아빠는 가정에서 대화 주제에 대한 관심도와 배경 지식과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따라 대화 점유율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신이 상대보다 정보를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말하는 시간과 횟수가 많아집니다. 대화 점유율은 상대와 자신의 관계나 소유한 정보의 양에 영향을 받지 않지 않고, 공평하게 말할 수 있다는 안정감을 갖게 합니다.

 


하아 : 선생님, 저는 대화를 하면 다시는 만나기 싫은 사람이 있어요. 아예 말을 섞고 싶지 않을 정도로요. 말만 하면 상대의 실수, 연약한 점, 흠결을 찾아내 감정을 후벼파거나 할퀴거나 자신의 잣대로 상대를 판단하여 인격을 무시해 버려요. 그런데 이렇게 상대가 인격을 무시한 것도 아니고 감정을 상하게 한 것도 아닌데 왠지 마음이 불편한 대화가 있습니다. 상대와 나 사이에 대화 점유율이 다를 때 그래요. 


디아 : 맞아요. 대화할 때 말할 틈을 주지 않는 분이 있어요. 처음부터 쉴 새 없이 혼자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분의 특징은 상대가 이야기를 하더라도 중간에 끼어들어 결국 자기 얘기로 매듭짓더라고요. 5:5 대화 점유율도 바라지 않습니다. 7:3, 8:2도 아닌 말문을 열고서 마칠 때까지 10:0, 9:1 비중으로 말해요. 9:1 비율 자체도 문제지만 상대방에게 겨우 자리를 내준 숫자 1에 담긴 내용도 변변치 않고요. 줄기차게 이어지는 상대의 말에 '아, 그래요?', '네, 맞아요.' 등의 리액션 종류뿐이죠.


하아 : 저는 8:2, 9:1 비율이라도 어쩌다 그런 경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어요. 얼마든지 그런 상황이 우리 일상에 있다고 생각해요. 문제 사안이나 상황에 따라 그럴 수 있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문제는 상대에게 말할 기회를 주긴 하지만 매번 만날 때마다 7:3 정도의 비율로 자신이 상대방보다 두 배 이상 많이 얘기하는 분이에요. 지속적으로 대화 점유율이 차이가 나는 경우죠. 이런 상황에서는 '아, 저분은 상대방 얘기에 별로 관심이 없구나. 상대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본인 얘기를 꺼내기에 바쁘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디아 : 제가 디베이트를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누가 참여하더라도 사람의 배경이나 능력에 따라 말할 기회를 더 주지 않고 공정하게 말하도록 하죠. 말을 독점하는 분들 중에는 말하기를 좋아하거나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해서 그럴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속으로 투덜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사회적, 경제적 배경 때문에 대화 점유율이 차이가 나는 경우일 것이에요. 권력, 경제력, 사회적 지위, 경력, 나이를 앞세워 상대를 자신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존재로 만듭니다. 저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감내하기도 하고 상대와 거리를 두며 지내기도 합니다.


하아 : 그런 분들은 대화 점유율이 불평등하고 대화를 별 문제로 보지 않는 듯싶어요. 겉으로는 갑을 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대화 점유율을 보면 '나는 갑인데, 어디 감히...'라는 우월감을 숨길 수 없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우리 삶터와 일터에는 서로 다른 삶의 배경과 소유한 힘에 따라 대화 점유율이 불평등한 관계가 있네요. 


디아 : 그렇다면 선생님은 가족끼리 나누는 대화에서도 대화 점유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대화할 때 아무래도 부모가 자녀보다 많은 대화 점유율을 가져가는 듯해요. 


하아 : 저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말할 기회와 시간이 비슷하다면 건강한 가족 대화를 만들 수 있을지 않을까 해요. 대화가 잘 안 되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부모가 아이들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거나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데서 문제가 생기기도 해요. 부모가 문제 해결책이나 답까지 모두 제시하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말할 기회가 없는 듯싶어요.


디아 : 저희 가정은 아직 아이가 네 살밖에 되지 않아서 말씀하신 점이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그래도 부모의 이야기가 많다는 건 주고받는 대화라기보다 대화의 가면을 쓴 잔소리일 확률이 높죠. 아이들은 이런 잔소리 대화를 당연히 꺼리기 마련이고요. 


하아 : 저는 부모와 자녀가 대화를 할 때 대화 점유율을 비슷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식탁에 앉아 대화를 할 때 말하는 횟수와 시간이 어느 정도 비슷하게 하면 아이들이 가족 대화에 참여하는 마음이 괜찮더라고요.


디아 : 그러면 선생님은 ‘대화 점유율’이 대화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세요?


하아 : 아이가 부모와 대화할 때 공정하게 기회를 얻는다고 느껴요.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말을 독점하는 사람이 생기잖아요. 그러면 어느 한쪽은 일방적으로 들어야 하고요. 듣는 사람도 자신이 들은 만큼 말하고 싶은데 말이에요. 비슷한 대화 점유율은 누구나 공평하게 대화할 수 있다는 마음을 준다고 생각해요.


디아 : 선생님의 가정에서 대화의 점유율이 실제로 공정하게 배분이 되고 있나요? 아니면 어느 한쪽으로 발언 비중이 몰리나요?


하아 : 저희는 가족끼리 이야기를 할 때 각각 대화 시간과 횟수를 정해 놓고 해요. 거실 식탁에 모여 이야기를 할 때 말이에요. 5분씩 자기 이야기를 하자고 하면, 5분 알람을 맞춰 놓고 이야기를 시작하고 알람이 울리면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어도 아쉬운 마음이 들긴 하지만 멈춰요. 아이들은 알람이 울리면 좋아하고, 엄마 아빠는 다소 아쉬워해요. 선생님은 어떠세요?


디아 : 아직 아이가 어려 가정에서 저의 대화 상대는 아내예요. 아내와 얘기할 때 말하는 횟수나 시간을 정해 보진 않았지만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죠. 대화 비중이 누군가에게 한쪽으로 몰렸어요.


하아 : 선생님과 아내 분 중, 주로 어느 분이 대화의 점유율이 많으세요?


디아 : 이야기 주제에 따라 달라요. 여행과 육아 면에서는 아내가, 교육과 사회에 관해서는 제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저 같은 경우는 사회적 이슈나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고요. 아내의 경우는 딸 이솔이와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서로 갈등이 발생했을 때에는 대화의 점유율이 저에게로 치우쳐요. 왜냐하면, 아내는 갈등이 발생했을 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며 대화를 하지 않거든요. 반대로 저는 대화를 더 많이 하자고 하고요. 성향의 차이일까요? 저의 경우는 대화를 하면서 감정을 푸는 쪽이고요. 아내의 경우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풀거든요. 부부 사이여도 관심거리나 자신이 알고 지식과 경험에 따라서도 대화 점유율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하아 : 주제에 대한 관심 정도와 배경지식에 따라 대화 점유율이 달라질 수 있네요. 저희 가정은 대화 약속을 정하기 전에는 부모와 자녀 관계 자체가 대화 점유율에 영향을 주었어요. 대화 점유율을 비슷하게 하면서 가족 대화가 달라졌어요. 엄마 아빠의 잔소리를 듣는 시간이 아니게 되었죠. 아이들의 입장에서 자신도 엄마 아빠만큼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대화가 늘어지지 않아서 좋아했어요.


디아 : 엄마 아빠와 아이들에게 발언권을 동등하게 주는 것만으로도 가족 대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게 새롭네요.


하아 : 네, 맞아요. 그렇게 약속으로 정하니 아이들이 부담을 갖지 않았어요. 대화 점유율은 자녀들이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마음을 주었어요. 자기가 동등한 자격으로 약속된 시간만큼 얘기한다는 약속이 신뢰를 쌓게 했다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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