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일상 대화
브런치에서 마지막으로 글을 쓴 날이 2021년 11월 22일이었습니다. 오늘 다시 브런치 글을 씁니다. 날짜 계산기로 세어보니 211일만입니다. 그 사이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아니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왜 곳에 글을 남겨야 하나?' 질문 앞에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작년 8월 24일에 브런치에 처음 글을 남겼습니다. 그 후로 약 90일 정도 꾸준히 글을 썼습니다. 그러고 보니 31편이나 썼네요. 삼 일에 한 편은 쓴 셈이죠. 그런데 2021년 11월 22일에 글을 남기고 211일을 쉬었습니다.
그 동안 브런치에 글을 남기는 일상이 어떤 의미였는지 돌아봤습니다. <가족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입니다>라는 주제로 브런치북을 만들고 11월에 브런치 공모전에도 지원해서 떨어졌습니다. 도전하면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떨어지고 나니 힘이 좍 빠졌습니다. 그간 글을 못 쓴 이유는 공모전에서 떨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글 실력이 변변치 않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나 붙지 못하고 나니 이상하게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안 써. 브런치에 글 안 써.'라며 어린 아이같이 뿔 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원래 가족 대화 문화에 관심이 있었고, 건강한 문화를 사람들과 나누자는 취지였는데 그런 마음은 사라진 것이죠. 다른 사람들이 글 작업으로 이름을 내고 부가 가치를 얻는 게 배가 아팠을까요?
공모전에 붙은 분들보다 저처럼 떨어진 분들이 수백 배는 더 많잖아요? 글쓰는 내공이 차이가 나는 게 현실이고, 평소 글로 내공을 다져오지 않은 저였기에 공모전에서 떨어진 사실이 그렇게까지 기분 나빠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당연한 결과였을 뿐입니다. 오히려 이곳에 꾸준히 삼 일에 한 번씩 들어왔기에 31편이나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작년 8월 24일부터 11월 22일까지 90일 동안 글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어떤 분들인지는 모르지만 자기 자리에서 글을 쓰는 브런치 작가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붙는 답글이 반가웠고 누군가 찾아와 구독과 하트를 눌러주는 맛도 좋았습니다.
211일을 돌고 돌아 다시 브런치 검색을 하고, 클릭하여 로그인까지 했습니다. 몇 단계 되지 않는 과정을 밟기까지 211일이 걸렸다는 건 세상 일, 사람사는 일이 마음 먹기에 따라 달렸다는 새삼스런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브런치 세상을 훌쩍 떠나고 다시 살며시 발을 들여놓으니 글을 쓰지 않아도 될 이유나 글을 써야만 할 이유도 그리 중요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훌쩍 떠났다가 조용히 돌아오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역시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기보다 글을 쓰는 것도 내 선택이고, 그렇지 않은 것도 선택인 만큼 이에 따라 괜찮은 삶을 누린 것이 아닐까 해요. 글을 쓰지 않은 건 침묵의 글쓰기를 한 셈이라 할까요? 글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제가 썼던 주제인 '가족 대화'를 꾸준히 실천했고, 이런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아내와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습니다.
분명한 건, 211일 전보다 한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공모전을 은근히 기대하며 썼던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즐거운 상상이었습니다. 이제는 좀 더 홀가분하게 삶과 마음을 남기네요. 어깨가 가벼워지는 글쓰기, 살아낸 소소한 삶을 글로 담아 나누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