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성불이 필요해

결핍에 대해

by 호지차와 낙지좌

사람은 온순해지기 위해 자신의 결핍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해소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결핍이 있는 사람 특유의 카랑카랑함 그리고 눈빛의 형형함, 살짝 보이는 흔들림이 비록 멋있어 보이더라도 우리는 온순해질 기회가 필요하다.


때마침 친한 무리들이 한꺼번에 정신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은 적이 있었다. 카페를 추천하듯 정신과를 추천해주고 그러던 때였고, 상황이 조금이라도 우스워지면 좋겠어서 우스갯소리로 정병모임이라 부르곤 했다.


급하게 이루려고 일단 쑤셔 박아 놓았던 각자의 고민들이 튀어나온 시기였다. 그렇게 누군가는 절필했던 시를 다시 쓰기 시작하고 누군가는 진정한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누군가는 꿈에 대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카랑카랑함에 베여서 따가워하길 반복하다가 그 처치곤란인 결핍을 해결해보자, 그렇게 성불을 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랑카랑함을 포기하는 것은 생각보다 부담이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저 조금 우울했다는 얘기를 이렇게 유난스럽게 쓸 수가 있는 것이다. 그 형형함, 나와 세계의 경계가 뚜렷하고 그래서 살아있는 느낌. 그것들을 포기하는 건 분명히 늙는 느낌이 났고 또한 그 가시 같은 작은 결핍이 내 인생을 삐걱이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쪽팔렸다.


그러니까 성불하자는 말은 내가 그렇게나 작은 것들로 인해 언제 어디에 있든 자꾸 걸려 넘어지는 것이라는 사실 그 자체를 직시하자는 반성에 가까웠다. 지루해보이던 그 고요를 찾아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온순함을 찾아서 그렇게 소곤소곤 얘기를 나누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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