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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 많은 유목민 Aug 16. 2021

좀 더 잘 지내보려고 ○○○○를 배웁니다.

- 사람과 사람 사이 04.

좀 더 잘 지내보려고 ○○○○를 배웁니다.  


    평생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세상. 기왕이면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지만, 모든 사람과 원만하게 지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가치관과 경험이 비슷한 사람’을 전제로 하면 그나마 해 볼만 한 시도겠지만, ‘모든 사람’이라는 단서가 붙는 순간 불가능에 가깝다. 

    서로가 무심코 던진 말과 돌발 행동 때문에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누군가의 취향에 맞는 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비호감일 때도 있다.      


‘뭐래? 헐.’

‘왜 저래?’

‘미친 거 아냐?’

‘아, 불편해’     


    눈으로 보고도 눈을 의심하고, 귀로 듣고서도 귀를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다른 사람들과 좀 더 잘 지내고, 나도 편안해 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나는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상담이나 심리학 관련 공부를 하고 있어서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같은 성격유형 분석에 흥미를 많이 느끼는 편이다. 총16가지로 분류된 성격 유형은 함께 일하는 동료/선후배와의 케미를 알아보는 데에도 도움이 되곤 했다. 아래 링크는 무료로 MBTI검사를 해 볼 수 있는 사이트.      


https://www.16personalities.com/ko/무료-성격-유형-검사     


    그런데, MBTI 16가지 유형만으로는 2%부족함을 느낄 때도 있다. 혈액형 4종류로 사람의 성향을 분류하기에 한계가 있듯이, 16가지 MBTI 유형이 유용한 점이 많긴 하지만 살짝 아쉬운 때도 있다. 

    실제로 MBTI 유형상으로는 나와 많이 다르지 않지만, 도통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에 대해서 납득이 가지 않아서 오랫동안 미워하는 마음을 가졌던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나의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지만, 내가 정말 아끼는 어떤 모임에서 지속해서 마주치니 불편했다. 

    그 사람의 언어, 행동, 습관 뭐 하나 나랑 맞는 구석이 없었다.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그 사람은 부정적으로 규정해서 당황스러울 때도 종종 있었다. 누가 봐도 그 사람이 나를 겨냥해서 비꼬는 말을 할 때도 있었고, ‘말에 뼈가 있는 게 아니라 칼이 들었어. 왜 저렇게 행동하지? 상대방을 배려한다면 이렇게 말해 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맴돌 정도로 무례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 

    그 사람 원래 그런 거 몰랐냐며 주위에서는 무시하라 했지만, 나는 그의 독설을 무시할 수 없었다. 남들은 ‘또 시작이네’라며 지나치는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나에게는 민감하게 감지되었다. 나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 이해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하다 보니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노력하면 할수록 나는 더욱더 지쳤고 좌절했다. 헤아릴 수 없는 인내가 꺾이고 나자,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언젠가 어느 글에서 읽었던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용기, 바꿀 수 없는 것을 단념하는 지혜’라는 글귀를 마음에 새기고,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중단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로 매번 마음먹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번번이 상처받는 나 자신에게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람의 사주를 풀어본 후로는 ‘단념의 지혜’에 대한 결심이 섰다. 그에 대한 온전한 납득과 함께 그를 대하는 나의 대응방식이 적절하지 않았던 것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사주 공부의 시작은 뜬금없지만 7~8년 전 고용보험 환급 과정에서였다. 여성인력개발센터에 근무하는 지인이 야심차게 개발한 <음양오행으로 배우는 상담>이라는 강좌가 폐강 위기에 놓였다. 유명한 강사님을 모셔서 어렵사리 개설한 것이라 아깝다며 들어볼 것을 권유받은 것이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사회복지사와 상담가들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강좌라서 특색도 있고, 10주가량 출석만 잘 해도 고용보험으로 참가비를 환급받을 수 있으니 손해는 없지 않느냐는 권유에 못 이겨서 수강을 했었다. 

    하지만, 생소하고 어려운 용어들이 많아서 습득 속도가 더뎠었다. 이것저것 외웠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곤 해서 강좌 후반부에는 흥미가 시들해졌었다. 집에서 먼 곳으로 배우러 다니는 것도 피로감이 있었다. 결국, 내게는 참가비를 환급받아서 다행이고 지인 도와준 셈 치기로 한 경험에 불과했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서 3년 전부터 사주 공부에 새삼 흥미가 다시 생겼다. 비영리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과 한 팀이 되어 열흘 가량 함께 해외연수를 가게 되었는데, 공항에서 대기하는 지루하고 긴 시간 동안, 나의 얄팍한 사주 지식으로도 함께 즐거울 수 있었다. 함께 했던 6명 모두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도 많고, 미래에 대한 궁금증도 많았었다. 그 6명이 공동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역할을 나눌 때 누구에게 어떤 역할이 더 적합하고 잘 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적용해 보고 싶어졌었다. 

    그 후로 나는 꾸준히 재미있게 사주공부(명리 심리학)를 하고 있다. 사무실 후배들이 점심시간이나 외근 가느라 함께 이동하는 차 안에 있을 때 나한테 사주를 봐달라고 하면, 즐겁게 기꺼이 사주풀이를 해 주곤 한다. 공부를 하면할수록 다양한 확률과 유형으로 인간을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주 공부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나 자신은 물론 타인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게 되었다. 같은 사람이 연령대에 따라서 성향이 달라지는 것에 대한 해답도,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지만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한 해답도 찾게 되었다.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박사도 『명리심리학』이라는 책을 작년에 출간했는데, 한 줄 한 줄 매우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장들이 많았다. 


    ‘명리학은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것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한 개인을 이루는 자연 에너지의 균형과 조화를 통해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점이 특히 흥미로웠다. 더욱이 공부를 할수록 그 이론이 대단히 정교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명리학과 정신의학을 접목할 때 나의 인간관계 패턴에 대해 좀 더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 - 프롤로그 中 일부 발췌’ 


    ‘명리학을 공부하면서 또 하나 위로가 되는 것은 우리의 삶은 결국 결핍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해한 것이다. - p.38 中’ 


    ‘명리학을 공부하면서 내 삶의 흐름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자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일종의 평안한 감정이었다. - p.42 中’ 


    ‘명리학은 우리로 하여금 내게 일어난 현실을 그대로 수용하게 해준다. 흔히 ’수용‘이라고 하면 마치 수동적인 자세로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는 상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수용이란 과거의 내 모습이 어찌 됐든 그것은 이미 흘러간 것이고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p.52 中’ 


    ‘내 주위에 있는 수많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찌 갈등이 없을 수 있을까. 명리학은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학문인 것이다 - p.117 中’ 


    ‘명리학은 중용과 조화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 p.159 中’ 


    ‘명리학을 공부하다 보면 대체로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늘 번갈아 일어난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 p.259 中’ 


    ‘정신의학이 누군가의 마음에 일어나는 치열한 갈등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담당한다면, 명리학은 담담하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상담 끝에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보다 지금부터 살아갈 날이 더 좋다‘는 명리학적 분석에 근거한 그 한 문장으로 힘을 얻는다는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난다. 그리고 그러한 위로는 내가 명리학을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그들에게 줄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 말을 들려주기 위해서는 나와 내담자 간에 깊은 신뢰가 있어야 하고, 구체적이고 세밀한 정신의학적 분석 결과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다시금 두 학문의 만남이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p.289 中’         



    나 자신과 함께, 주위 사람들과 함께, 좀 더 잘 지내보려고... 오늘도 나는 명리심리를 즐겁게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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