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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 많은 유목민 May 05. 2022

호모 애스쿠스(Homo Askus 질문하는 인간) 01

01. 매력적인 질문

호모 애스쿠스(Homo Askus 질문하는 인간) _ 01.      


01. 매력적인 질문     


사외이사의 자질      


대기업 사외이사 역할을 하는 분들을 얼마 전에 만날 기회가 있었다. 사외이사(社外理事)는 회사의 외부인사로서, 경영진과 최대주주로부터 독립되어 회사의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사외이사로 활약하는 그분들의 직업은 교수, 변호사, 재무전문가 등 달랐지만, 사외이사로서 공통되게 중요한 자질로 ‘질문하는 능력’을 꼽으셨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질문, 이해관계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 거시적 또는 미시적 관점의 질문들, 날카로운 비판이지만 세련되게 표현하는 질문, 매력적인 질문 등등. ‘질문’을 수식하는 표현은 골고루 있었지만, 본질은 ‘질문의 중요성’이자 ‘질문의 힘’에 대한 메시지였다.              

 


유명 저자들의 언급      


그러고 보니, ‘질문’은 사외이사의 자질이나 역할 뿐만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언제 어디서나 중요한 것 같다. <질문하는 힘>의 저자 권귀헌은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면 어제와는 다른 질문을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질문만으로도 당신의 하루는 달라질 수 있다. 변화는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끝없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질문 끝에 얻는 힘이 강하다.”며 ‘결정적 질문의 탁월한 힘’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동기부여 강사이자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인 도로시 리즈(Dorothy Leeds) 역시 저서 <질문의 7가지 힘>에서 다양한 질문의 힘에 대해 설명했다. 

1. 질문하면 답이 나온다 :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다.

2. 질문은 생각을 자극한다 : 질문은 질문을 하는 사람과 질문을 받는 사람의 사고를 자극한다. 

3. 질문을 하면 정보를 얻는다 : 적절한 질문을 하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4. 질문을 하면 통제가 된다 : 모든 사람은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고 있을 때 편안하고 안전하게 느낀다. 질문은 대답을 요구하므로 질문을 하는 사람이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5. 질문은 마음을 열게 한다 : 질문을 하는 것은 상대방과 그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과묵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낸다. 

6. 질문은 귀를 기울이게 한다 : 적절하게 질문을 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면 보다 적절하고 분명한 대답을 듣게 되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 쉬워진다. 

7. 질문에 답하면 스스로 설득이 된다 : 사람들은 누가 해주는 말보다 자기가 하는 말을 믿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해 낸 것을 좀 더 쉽게 믿으며, 질문을 요령있게 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멘토링 과정      


나 역시 질문의 중요성을 매우 크게 실감했던 경험들이 있다.  소위 ‘NEET 청년’(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진학이나 취직을 하지 않으면서,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일컬어지는 청년들을 응원해주는 멘토링을 의뢰받아서 특강도 하고 1:1 면담도 몇 차례 했었다.      


비록 몇 개월에 불과했지만, 그 청년들이 내가 했던 특강과 멘토링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의욕이 별로 없었던 청년들이 창업이나 구직 의지를 갖게 되고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며, 내가 멘토링 때 주로 무엇을 했는지 담당자가 궁금해 했다.      


나는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주고(경청), 이야기 흐름에 따라서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따듯한 응원의 말을 하려고 노력했던 것이 전부라고 답했는데, 담당자가 엄지척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나는 손사래를 치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고, 나 역시 취준의 어려움을 겪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었던 진심이 통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되짚어보니, 멘토링 때 멘티들이 소감을 나누는 시간에 많이 했던 말은 대체로 이랬다. “기네스(멘티들이 나를 부르는 닉네임)가 해주시는 질문은 평소에 생각해 본 적 없는, 다른 사람들에게 들어 본 적 없는 생소한 질문이 많아요. 그런데, 그 질문에 하나씩 답을 하다보면, 그 동안 몰랐었던 제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되기도 하고, 제가 뭘 하고 싶은 지/뭘 할 수 있을지/뭘 해야 할 지에 대해서 깨닫게 되요. 뭔가 앞이 뿌옇고 막막했었는데 시야가 조금씩 밝아지고 길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낯선 질문과의 만남      


멘티들이 들려준 소감과 같은 것을 나도 같은 입장에서 느꼈던 적이 있다. 비영리 기관 중간관리자들을 위한 리더십 교육에 7개월간 참여했었는데, 매주 7시간 교육 중에서 3시간은 낯선 질문에 직면하는 자리였다.      


예를들면, 이런 질문들이다. “여러분이 각각의 프로젝트에 임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뭐가 다르면 향방이 달라질까요?” 30명의 수강생은 아직 서로 친해지기도 전이었고, 정확히 프로젝트를 통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개념도 잡혀있기 전이었는데, 선뜻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약간의 침묵이 흐른 뒤에 교수님께서 말씀을 이어갔다. “하지만 ‘처음이니까’라는 말 뒤에 숨지 말아야 해요. ‘처음이니까’ 성취를 많이 할 수 있는 나의 행동과 개입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머리에 머물지 말고 몸에 근육이 생겨야 합니다. '처음이니까'라고 변명하지 말고, 본인과 팀을 푸시하되 세련되고 성공확률을 올리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목적이라는 것에 계층구조가 있습니다. 1일, 1주, 한 달, 1년의 목적이 따로 있고, 개인의 목적과 집단의 목적은 연계가 되어 있죠.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나라의 목적, 지역의 목적, 개인의 목적 역시 모두 다 연계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 시간에는 교수님께서 또 이런 질문이 툭 던지셨다. “엔진이 없을 때 바퀴/핸들... 기타 등등. 무엇이 엔진으로 바뀔 수 있을까요? 무엇을 바꾸어서 엔진 역할을 하게 할까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질문이었고, 답을 도통 모르겠는 질문이었다. 매주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교수님이 답변하셨다. “내가 바퀴인데 엔진이 없다면…? 엔진을 데려오거나(자문, 채용), 내가 엔진이 되거나, 핸들을 엔진으로 만들거나 해야 합니다. 우리는 호기심이 없었던 것에 호기심을 내어 보아야 합니다.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는 것, 접경이 어디인가?를 탐색해 보세요. 기술이 없는 것과 기술이 있는데 쓰지 않는 것은 다릅니다. 마찬가지로 구체화를 잘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쓰기도 하고 사용하지 않기도 하는 것과 구체화를 못하는 것은 다릅니다. 구체화를 무기로 활용해 보세요.” 노트 필기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교수님의 질문과 답변은 다시 읽어봐도 많은 인사이트를 준다.      


호모 애스쿠스(Homo Askus 질문하는 인간)   

  

앞으로 나는 호모 애스쿠스(Homo Askus 질문하는 인간)가 되어 보려 한다. 세상이라는 커다란 바다에 떠다니는 ‘매력적인 질문’들을 낚아 올리는 어부가 되기도 하고, 지금 처한 상황과 현상들에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인간이 되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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