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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영 May 09. 2019

이별은 많은 것을 떼어간다

어제와 다른 오늘


이별은 몸의 일부라고 여겼던 살점을 혹처럼 떼어간다. 어제까진 진심이었던 마음을 하루아침에 아무것도 아닌 마음으로 만든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다르게 하고, 어제 믿었던 연인을 오늘은 다신 믿지 못할 배반자로 만든다. 그러다 어떤 때는 이별을 향해 달려가던 수많은 신호들을 원망하고, 자책하게 한다. 그때 그는 왜 그랬을까, 그때 나는 왜 그랬을까. 힘들었던 기억마저 미화시켜 추억으로 떠오르게 하고, 다시 만나면 똑같을 미래를 완전히 다른 미래로 상상하도록 부추기다가, 결국 끝맺어버린 인연을 너절해진 마음으로 다시 놓도록 한다.


이별을 뒤로하고 나면 가볍지만 무거운, 그런 하루가 찾아온다. 힘겹게 맞추던 과정을 놓아서 가볍지만, 예뻤던 추억도 함께 놓아서 무겁다. 함께하지 않는 하루를 낯설게 만든다. 꽉 찼던 시간을 커다랗게 비워놓고, 그 시간 위에 불에 그을린 자국을 남겨둔다. 동그랗게 남겨진 자리는 마치 누군가의 자리처럼 한동안 공허하다. 헛헛한 마음은 자꾸만 아릿한데, 그중 가장 아픈 건 누구보다 친밀했던 그를 다신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제까진 살갗을 비벼도 이상하지 않을 그였는데, 이젠 마주칠 일조차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침묵은 괴롭다. 하루가 고요해진 건 이별이 많은 것을 떼어갔기 때문이다. 

마주 서 있던 순간, 눈빛, 손짓, 따스한 말, 응원, 미소,

변명, 오해, 질투, 눈물, 슬픔, 기쁨, 마음, 시간, 사랑, 

그리고 오늘 하루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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