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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영 Jul 08. 2019

핸드폰은 울리지 않는다.

이별 후 기다리는 우스운 연락


핸드폰을 본다.

너로 가득했던 용량을 지워내고,

네 전화번호조차 말끔히 지워놓고

아직은 낯설지 않은 네 번호가 뜨기를 기다린다. 


핸드폰만 보고 있다.

낯선 스팸 번호 하나에 눈을 번쩍이며

모르는 번호만 뜨면 심장을 덜컹거리면서

연약한 마음으로 액정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핸드폰은 울리지 않는다.

실수로 부재중 하나 남기면 좋을 텐데.

우스운 핑곗거리 하나만 가지고 연락해도 좋을 텐데.

그 어떤 실수도, 그 어떤 핑계도 갖지 않은 너는

더는 마음이 없음을 증명하듯 조용하다.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보며 서서히 끊어진 사이를 실감했다.


아무런 연락이 없구나.

아무런 마음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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