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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Jun 13. 2024

고립의 시대

초연결 세계에 격리된 우리들

절대적 다수와 연결될 수 있는 세상에서 더 외로워지는 이유에 대해서 읽어볼만한 책.


자신이 버림받고 무시당한다고 느끼는 외로운 사람들은, 동료 시민이나 국가와 자신 사이에 더는 유대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적대적이고 두렵다고 생각하고, 막대기를 뱀으로 보며, 음모론을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최근 연구에서 사회적으로 배제되거나 배척당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이런 성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은 우파 포퓰리스트들이 퍼뜨리는 이러한 서사에 매혹된다.
- <3장 그들은 왜 히틀러와 트럼프를 지지했는가> 중에서


신자유주의는 자립과 분투에 가치를 두지만 여기에는 상당한 대가가 따른다. 이웃이 낯선 사람이 되고 친절과 연결이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난 것이 된다면 우리에게 공동체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공동체는 이미 없어졌을 위험이 있다.
- <4장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중에서


우리가 남을 친근하게 대하거나 남이 우리를 친근하게 대할 때 그 행위가 진정성이 있든 아니면 아주 짧은 순간 연출된 것이든 우리는 우리가 공통으로 지닌 것, 즉 우리가 공유하는 인류애를 상기하게 된다. 그리고 그럴 때는 혼자라는 느낌이 덜 든다.
- <4장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중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커피숍이나 공공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이 해소될 수 있다는 내용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다.


흔히 식사 시간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 하루 중에 고립감과 외로움을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때다. 어떤 사람들은 이 기분을 달래려고 상당히 놀라운 일까지 한다. 특히 한국에서 그렇다. 한국에서는 '먹방'이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먹방이란 다른 사람이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먹는 모습을 화면으로 관람하면서 식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일이 실제로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지 모르지만 지난 10년간 먹방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으며 현재 일본, 말레이시아, 타이완, 인도, 미국에서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다.
- <4장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중에서

먹방이, 다른 사람이 먹는 걸 보면서 내가 식사를 하는 행위가 포함이었나? -ㅁ-a 그냥 많이 먹는 거 구경하는 줄 알았는데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깔린 도덕 원칙은 분열을 조장하고 분노에 찬 메시지를 퍼 나르는 행동에 보상을 주는 동시에 혐오 공동체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중략) 소셜 미디어가 우리를 외롭게 만드는 것은 단지 우리가 소셜 미디어에서 보내는 시간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덜 받아서만은 아니다. 소셜 미디어가 우리 사회 전체를 더 심술궂고 잔인하게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심술궂고 잔인한 세계는 외로운 세계다. (중략) 주포브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사회적 비교가 불러온 심리적 쓰나미는 가히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라고 했다. 이것은 자기 자신을 팔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연속이고, 아무도 자신을 사고 싶어 하지 않으리라는 공포의 연속이다.
- <6장 스마트폰에 봉쇄된 사람들> 중에서


소셜 미디어에서 10대들이 보여주기식의 얕은 대화만 나누는 이유가 공개적인 광장에서 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로, 오픈플랜식 사무실 노동자도 남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 행동이 달라진다. 사무실은 이제 항상 남들에게 관찰당하는 무대가 되어버려서 항상 연기를 해야 하고 결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인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기진맥진하게 되고 소외감이 든다. (중략) 핫데스킹(매일 어느 책상에 앉을지 정하는 방식) 방식의 근무자는 이웃을 전혀 만나지 못하는 세입자와 같다. 유목민보다는 부랑자에 가까운 이들은 소모품이 된 기분이 들고 자신이 남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눈에도 띄지 않는 것처럼 느낄 수밖에 없다.
- <7장 21세기의 노동은 외롭다> 중에서


소방관들에게 공동 식사가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자들도 유사한 결론에 이르렀다. 코넬대 케빈 이핀 과 그의 동료들은 거의 1년 반에 걸쳐 주요 미국 도시의 소방서 13군데를 관찰한 결과 식사를 함께 계획하고 함께 요리해 함께 먹는 팀은 그렇지 않은 팀보다 긴밀히 협동/협력하기 때문에 성과도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관들에게 이것은 진화 작업에서 더 많은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 <7장 21세기의 노동은 외롭다> 중에서


하심이 낮은 평점을 받고 우버에서 쫓겨날 것이 두려워 장시간 아무 말도 못 하는 환경에서 일한다는 사실은 상당히 안타깝다. 이러한 사실은 평가 구조에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누군가를 숫자 하나로 축소해 버릴 때 그들은 스스로를 검열하고, 스스로에게 침묵을 강요하며,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굽실거리는 와중에 진정한 자아로부터 소외된 기분을 느낄 위험이 있다.
- <8장 감시 자본주의와 조작된 경제> 중에서


교회에서 예배를 보는 신자 수가 급감하고 직장이 날로 고독한 곳이 되어가고 청년 클럽이 문을 닫고 커뮤니티 센터가 폐쇄되면서 갈수록 더 많은 도시인이 혼자 살게 되자, 상업화된 공동체가 21세기의 새로운 대성당으로 급부상했다. (중략) 공동체 의식을 경험하기는 갈수록 힘들어지지만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갈망은 여전한 이 세계에서 기업들이 빈틈을 채우려고 나선 셈이다. '외로움 경제'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 <10장 외로움 경제, 접촉하고 연결하라> 중에서

트레바리 같은 고급 회원제 독서모임도 성장욕구와 더불어 도시의 외로움을 비집고 들어선 게 아닐까.


효율적, 체계적, 실용적, 합리적, 생산적이라고 보이는 많은 사회 발전의 결과물들이 더 나은 인간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게 맞는 걸까. 더 나은 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부터 머리가 아프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일반적으로 추구되는 저런 가치들은 인류의 생존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유리해 보이지만, 개인의 삶의 만족감을 높이는 데는, 이제와 돌이켜보니 반대의 기능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효율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면 행복해질 것 같았는데 마냥 그렇지가 않아서 실망스럽고, 책의 주장처럼 자꾸만 서로가 서로에게 소외되고 외로워서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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