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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복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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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맘 Jan 03. 2019

신입직원 연수에서 군대를 경험하다

A은행으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고, 일주일 후에 바로 신입직원 연수를 들어갔다. 그곳에서 9주 동안 지옥같은 연수생활이 시작되었다. 난 그곳에서 군대를 경험했다. 약 280여명의 신입직원이 한데모여 새벽6시부터 자정까지 빽빽하게 짜인 스케줄을 동시에 소화해야 했다.

새벽 6시가 되면 가수 김혜연의 "뱀이다" 라는 노래가 방송에서 흘러나왔고, 눈을 뜨자마자 운동장으로 집합해야 했다. 매서운 교관같은 연수담임이 매의 눈으로 항상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280여명이 되는 인원이 동시에 운동장을 뛰었다. 하루에 한 바퀴, 이튿날은 두 바퀴, 삼일 째는 세 바퀴... 일수가 늘어날 수록 운동장 뛰는 바퀴수도 함께 늘어났다. 지각을 하거나 중간에 낙오하는 사람이 있으면 단체로 기합을 받았다.

연수의 70프로는 정신단련을 위한 프로그램이 주였고, 나머지 30프로는 업무에 관한 지식을 배우는 강의로 이루어졌다.

3시간 동안 기마자세를 하며 도산 안창호 선생의 글을 복창하는 기합식 훈련을 받았고, 바닷가에서 100킬로 그램의 보트를 어깨에 지고 해병대 캠프를 체험했고, 10시간 이상 도보로 야간행군 등을 하며 정신을 단련했다. 이 모든 과정에 구령과 박자를 맞춰 복창은 필수였다. 남여 열외없이 똑같이 훈련을 받았다.

남자들이야 군대 갔다온 경험이 있어 여기저기 군대 경험담을 늘어놓으며 오랜만에 경험하는 군대같은 시스템을 반겨했다. 반면 여자들은 아주 죽을맛이었다. 우선 말투부터 바꿔야했다.

'~에요. ~했어요' 에 익숙한 여자들은 군대식 말투인 '~입니다. ~입니까?' 라는 어미를 사용해야 했다. 무엇보다 박자에 맞춰 구령을 외치는것은 정말이지 어색 그 자체였다.

처음 연수받을 때 280명이던 동기 수가 점점 줄더니 연수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는 250명 아래로 떨어졌다. 끝이 안보이던 9주간의 신입직원 연수는 영업점 발령을 마지막으로 그렇게 끝이 났다.

함께 연수중인 신입직원들

매일 애국가처럼 은행가를 부르고, 매일 졸린 눈을 비벼가며 연수일지를 쓰고 확인을 받은 이 모든 기억들은 나에게 빛바랜 추억으로 남아있다.

수많은 인원들을 동시에 통제하고 이끄려면 군대만한 시스템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기억들은 앞으로 영업점에서 닥칠 위기들을 참고 이겨나가는데 탄탄한 거름이 되었다. 험난한 9주간의 훈련을 함께한 동기애는 덤으로 얻었다.

그렇게 9주간의 혹한 연수 마지막 날, 사령장을 받고 부픈 마음으로 해당 영업점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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