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한 신입직원
이 이야기는 제가 아무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 입니다.
쑥스럽지만... 누구나 어리버리하고 실수 많은 신입직원의 시절이 있을거란 생각에 용기를 내어 몇자 적어봅니다.
내가 발령받은 첫 지점은 시가지 내 재래시장 옆에 위치한 곳이어서 주변 상인들과
이용객들이 많았다. 또 오래된 공원이 몇 개 있어 노인분들도 다수 이용하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수많은 손님의 업무처리를 하며 점심먹을 시간을 고대했다. 이른 출근으로 아침을 거르는 나는 어서 점심시간이 되기를 매일같이 기다렸다. 보통 오전 11시반에서 2시 사이에 4명의 직원들으 교대로 식사를 한다. 한 사람당 30~40분동안 점심을 먹고 짧은 휴식시간을 가진다.
난 신입직원이기에 선배 직원들이 먼저 갔다오면 마지막에 밥을 먹었다. 오후 2시가 되자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밀려들어오지, 교대해줄 직원은 없지. 허기진 배는 이미 썽이 나있었다. 다른 창구에서 식사교대를 해줘야 하는데 다들 일이 바빠 나까지 신경써줄 여유가 없었다. 다른 직원분께 식사 교대해 달라고 몇차례 쪽지를 보냈지만ㅠ 답장이 없었다.
그렇게 주린 배를 웅켜쥐며 계속 일을 했고 결국 4시가 되어 은행문을 닫게 됐다.
나는 너.무.나. 서러웠다. 다들 밥을 먹었는데 나만 밥을 못먹었고, 아무도 내가 밥을 먹지 못한 것에 대해 신경써주지 않았다.
서러움이 폭팔할 무렵, 지점장님의 호출이 있었다. (타이밍 기가막히죠.)
지점장님 실에 들어간 나는 점장님을 보자마자 엉엉 울었다.
"지점..장님.. 제가요.. 배가.. 너무.. 고파요.. 흐흐흐흑..."
갑자기 지점장님은 매우 당황하더니 다른 직원들이 듣지 못하도록 황급히 문을 닫았다.
"제가.. 밥을.. 여태.. 못먹었.. 흐흐흐흑.. 너무.. 배가 고..흐흐흐흐. 아무도.. 신경을.. 흐흐흐흐 안써줘요 흐흐흐흑..."
나는 말을 잊지 못한채 서러움에 복받쳐 눈물 콧물 안가리고 엉엉 울었다.
그리고 눈앞에 흐릿한게 보였는데 빵이었다.
지점장님이 갖고 있던 단팥빵 하나를 건네주셨다.
"흐흐흐흐.. 고맙습니다..흐흐흐흐"
나는 그 자리에서 눈물젖은 단팥빵을 먹게 되었다.
그리고 너무나 맛있게 먹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시며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은행생활 30년 하면서 밥 못먹었다고 지점장실에서 우는 직원이 자네가 첨일세!
허허허. 여기서 빵 먹고 눈물 다 닦고 나가게."
라고 하시며 물도 앞에 따라 주셨다.
나는 졸지에 점심 한 끼 못먹었다고 지점장실에서 눈물콧물 짜는 찌질한 신입직원이 되어있었다.
빵을 먹고 정신을 차린 나는 눈물을 닦고 물었다.
"지점장님. 근데 저 왜부르셨어요?"
"글쎄. 까먹었네. 허허허"
너무나 민망한 자리였지만 나는 정말 서러웠다. 그리고 배가 고팠다.
지점장님이 주신 빵과 물을 다 먹고, 눈물도 닦고 나왔다. 그리고 콧물까지 킁킁거리며 시원하게 풀고 나왔다.
그 이후 지점장님은 나를 보면 종종 피식 웃고 가셨다.
그리곤 내 얼굴은 빨개졌다.
가끔씩 직원들이 나에게 물었다.
"근데 동연씨. 왜 지점장님이 동연씨보면 킥킥 웃으시는거야?"
나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
그리고 절대 아무에게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벌써 8년 전 일이다.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가끔씩 단팥빵을 보면 그 지점장님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