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여행의 특별하지 않은 순간들
비가 쏟아졌다. 작은 동네였기에 그나마 있던 소음들 마저 빗소리에 묻혀 고요했고, 비 오는 날의 습한 느낌이 이곳과 잘 어울렸다. 우비를 입고 얼마간 산책을 한 후 숙소로 돌아왔다. 우리는 배가 고파질 때까지, 운이 따라준다면 비도 그치길 바라며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다현과 좁은 싱글 침대에 같이 누워 유튜브를 보며 시시덕 거렸다.
문득 우리가 이곳에서 이렇게 있다는 사실이 재밌었다. ‘칸탕’이라고 하는, 도시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이곳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실수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친절을 만나 뜻밖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섯 시 삼십삼 분에 찍은 것들 중 우리가 함께 나온 사진이 없다는 걸 알았다. 물론 ‘내가 본 것’들을 찍는 것이니 같이 나온 사진은 없을 수밖에. 그럼에도 사진들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들어서 우리 사진을 한 장 남기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을 조금 좋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