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여행의 특별하지 않은 순간들
스쿠터를 타고 올드 타운으로 가는 길이었다. 비수기라 그런지 오가는 차나 오토바이가 거의 없어 한산했다. 오랜만에 소란스러운 도시로부터 벗어나 느껴지는 고요함이 좋았다. 이 기분을 좀 더 만끽하기 위해 느릿하게 가고 있는데, 웬 기괴하게 생긴 나무 한 그루, 아니 어쩌면 두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스쿠터를 멈춰 세웠다. 여러 갈래로 뻗은 줄기가 다른 나무를 감싸 안은 것이, 왠지 하나가 다른 하나를 잡아먹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잡아먹고 있는 나무의 매끄러운 질감이 밉살스러운 게, 젊은이의 생기를 빨아먹고 있는 마귀 같기도 했다. 꼭 저런 방식으로만, 다른 하나를 파괴함으로써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곧 나의 이런 가치 판단도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자연‘스러운 일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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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찾아봤더니, 그 나무의 이름은 ’반얀 나무‘였다. 단독으로 자랄 수도 있고, 다른 나무의 가지나 석조 건축물 위에 뿌리를 내리고 기생하며 자라기도 한다. 숙주가 된 나무는 결국 말아 죽게 된다. 재밌게도 이 나무의 꽃말이 ‘변함없는 사랑’ ‘영원한 행복’이라고 한다. 참 기묘하게 잘 들어맞는다. 그토록 사랑하기 때문에 말라죽을 때까지 달라붙어 있는 것일까. 누군가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 사랑이라니.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서글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