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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혜이 May 14. 2024

오로라와 달리기

    이른 아침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던 남편이 말한다. 오늘밤에 오로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데. 곧바로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 화면 위 오로라 앱을 켠다. 지도 위를 천천히 떠다니는 구름을 살펴본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초록, 노랑, 빨강 타원의 크기로 밤하늘을 뒤덮을 오로라의 범위도 확인한다. 숫자로 된 오로라 목격 가능성을 적에게 항복하듯 믿어버린다. 해가 지면 북쪽으로 차를 몰아 오로라를 찾아 나설 것이다. 지난 알래스카 여행 이후 또다시 오로라를 보게 될지 모른다는 기대로 들뜬 마음이, 오늘밤 잠이 안 오면 깜깜하고 구름 없는 북쪽하늘을 바라보란 말로 주변 사람들한테 자꾸 새어 나간다. 어떤 맨 처음이 그다음을 건너뛴 채 마지막이 되도록 놔둘 순 없어, 무력하게 이 밤을 잠으로 꿈꿀 수도 없어. 우린 사이좋게 오래오래 불확실한 이 세계를 같이 헤매게 될 것이다.

    엄마 울어?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광경 앞에서 나도 모르게 끙끙 앓는 소리를 낸다. 맨눈으로 바라본 청명한 밤하늘은 은은한 초록빛과 빨간 물이 여기저기 일렁이는 멍든 피부와도 같아 보인다. 하지만 카메라 렌즈를 통과해 스마트폰 화면 위로 펼쳐지는 오로라는 결코 내 눈에 보이는 것만을 실재로 여기며 살아가고 싶지 않게 만들고. 바닷가에서 파도 소릴 배경 삼아, 빛으로 된 커튼이 하늘거리는 하늘을 향해 카메라나 스마트폰을 치켜든 사람들 속에 섞여 술렁거리는 밤이, 아니, 우리 알래스카 왜 갔다 왔어? 낄낄대는 목소리가, 어디로 도착해야 실패하지 않을지 날을 세워 미리 실망하던 도로 위의 시간을 모조리 다 지운다.

    이른 아침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던 남편이 오로라 소식에 이어 선언한다. 내일 아침에 같이 뛴다고 그랬어. 오로라에 둘러싸여 쌀쌀한 봄밤을 떨며 감탄하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떼어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토요일 새벽 두 시. 우리는 서둘러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늦잠 말고 달리기를 결심한다. 예측불가능한 몸과 마음, 대자연 현상으로서의 인간이 되어 누군가를 기다리게 만들려면, 누군가에게 했던 말을 취소하려면, 인간적으로 오로라급 경이로움을 갖추어야 하지 않나, 해서가 아니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 속 달리기 예보에서만큼은 우리가 그 어느 때보다 단순하고 정확할 수 있으니까. 그리하여 토요일 아침 7시, 달리기로 여럿이 모인 주차장에서는 팔다리가 먼저 비틀리고, 오로라 본 사람? 이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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