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성인 학교. 여기서는 학교에 등록된 학생에게 별도의 학비를 받지 않고 영어, 고등학교 검정고시 준비, 커뮤니티 컬리지 입학 상담 등을 제공한다. 대신 성인 학생들은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은 한 수업에 꼭 출석해야 하고, 정해진 기간마다 정부에서 학교로 지원금을 지급할 기준이 되어줄 영어 능력 시험을 빠짐없이 치러야 한다.
이민자 정책 관련 뉴스를 도저히 외면하기 어려운 요즘, 정부 지원금이 끊긴다면 영어 선생님은 우릴 더 이상 가르치지 못하고, 일자리를 잃게 되겠지. 일상을 살아가는 틈틈이 걱정한다. 이민자 학생들을 향한 학교의 마음도 온통 염려뿐인 건지 오늘, 이민국 경찰을 대면하게 되었을 때 행동 요령과 미국에서의 나의 권리에 관한 세미나가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어느 변호사의 주도로 열린다.
이 모든 사회적 술렁임 가운데 나는 어느 정도 벗어나 주변 사람들의 면면을 천천히 둘러보며 비교적 안전하다고까지 느낀다. 대한민국 시민권자, 기혼 여성, 미국 영주권자. 이 세 가지를 문제없이 증명할 법적 서류가 이미 다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옆에 앉은 사람에게 실수하고 마는 것이다. 넌 무슨 비자로 여기 있어? 같은, 공감과 연민 없이 부주의하기만 한 질문. 공권력으로부터 즉시 나를 보호할 대답은 I have the right to remain silent라고 한다. (이상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