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핼러윈은 후이네 모여 저녁을 먹은 다음 애들을 데리고 나가 그 동네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올해 역시 특별히 차려입고 싶은 복장이 없는 소년은 온 집안을 뒤져 몇 년 전 남편이 뒤집어쓰고 다닌 셰퍼드 마스크를 챙겼다. 딩동, Trick or Treat, 아직 아니야. 후이네 식탁 위로 펼쳐진 테이크 아웃 중국 음식 냄새가 우릴 서둘러 맞이해, 크게 숨을 한 번 들이켜자 날카로운 허기가 빈 속을 훑고 지나가. 나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어.
후이네 놀러 온 열 살 여자애가 아끼는 에밀리가 꼭 공포 영화에서 본 귀신 들린 인형 같아, 핼러윈 장식이 따로 없네, 어른들끼리 돌아가면서 아기 인형한테 한 마디씩 한다. 어쨌거나 우린 주인한테 사랑받는 인형과 한 식탁에서 저녁을 먹는다. 남편과 내가 좋아하는 중국 식당 음식이었는데 우리가 주로 즐겨 먹는 메뉴가 단 한 접시도 없었다. 사람들이 같은 데서 누리는 서로 전혀 다른 취향을 발견하는 순간이야말로 우리에겐 문화 충격. 뜻하지 않게 앞으로 한 겹 더 맛있어진 세계가 우리 앞에 도래한 거죠.
어둠 속에 초콜릿을 얻으러 이집저집 초인종을 눌러대는 애들 뒤를 쫓아 걸어 다니면서 이런 날을 핑계로 사람들이 모여 따뜻하고 달콤한 말 한마디, 물질적으로 주고받는 거라고 생각했다. 본격적인 겨울 입구에서, 말 끝마다 우리 사이에 입김이 피어오르기 전에. 아니 그런데 남의 집 현관문을 등지고 월척한 듯 신난 소년 큰소리로, 아, 집주인한테 다 들리게, 외치시네, 큰 집에선 큰 초콜릿을 줘! 저 순진무구한 목소리에 재빠르게 아기자기 우리 집을 떠올리며 속물같이 기죽는 나, 소년! 그렇다면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네가 다 받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