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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해공 Jan 03. 2021

새해

좋은 친구와 함께했으면 해

마주하고, 함께하고, 같은 길을 걷는 친구가 있는 삶


 작년 이 맘 때쯤 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몸이 좋아지면 복직도 하고, 틈틈이 운동하면서 일도 열심히 해야지.', '연애도 하면서 놀러도 다녀야지', '책도 쓰면서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게 좋겠어.'라는 솜사탕 같은 꿈을 말이죠. 하지만 이 꿈은 2020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말 같지도 않은 '개꿈'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몸은 나아질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고, 복직 후엔 지랄 같은 철야 근무에 시달리다 결국 퇴사를 하게 되었어요. 게다가 코로나19로 재취업의 문마저도 굳게 닫혀버렸으니 한 마디로 개꿈은커녕 개 같은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암담한 현실을 묵묵히 버텨낸 것을 생각해보면 이런 기적이 또 어디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내 주변엔 따뜻하고 의리 있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나에게 불이익을 준 상사를 함께 욕해주는 친구, 반복되는 이야기를 몇 시간이고 들어주는 친구, 회복불능처럼 보이는 내 몸을 위해 기도해주는 친구, 내가 먹고 싶어 하는 고기를 사주며 시간을 함께 보내준 친구...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쯤 난 절망의 무덤에서 죽음을 노래하는 좀비처럼 살고 있었을 거예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아프리카 속담에 나오는 말입니다. 어릴 적 나는 친구란 '시간을 함께 보내며 공통의 주제를 공유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언제라도 대화가 통화는, 무언가를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친구란 위기를 넘어서게 해 주며, 인생의 저 먼 곳까지 갈 수 있도록 나를 지탱해주는 지지대'.


 친구가 없으면 나도 없습니다. 친구가 없으면 험악한 인생길을 무사히 통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2021년 새해가 되자 사람들이 물어옵니다. '올해는 뭘 하고 싶어? 어떤 소원이 있어?'

취업, 건강, 결혼... 올해라고 해서 이런 것들을 내려놓은 것은 아니지만 뭔가 다른 문장으로 말할 만한 소원이 내게는 있습니다. 바로, '좋은 친구와 함께 했으면 해.' 


 올해는 또 어떤 고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살면서 어려움이 없었던 해는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이렇게 생각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그러니 내가 바라는 것은 고난이나 고통이 없는 삶이 아니라 이것을 헤쳐나갈 친구와 함께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나는 어떤 친구와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까요? 

지금까지 함께 해준 친구들과 계속 이 길을 걷는 것도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친구도 만나면 좋겠습니다. 더 솜사탕 같은 꿈을 꾸자면(개꿈이 될 수도 있겠으나) 그 새로운 친구가 평생의 친구가 되어도 참 좋겠습니다. 

'함께' 있는 것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니까. 그렇게 누군가와 있을 때 비로소 사람다워지는 거니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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