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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솔지책 Mar 06. 2022

커피? 앤 책, 근데 이제 햇살을 조금 곁들인

가볍고 산뜻한데 멋지기까지 한 책



오늘은 좋아하는 출판사 봄날의책의 책 중 한 권을 소개합니다.

각각의 꼭지가 짧은 편이라 얇은 책이지만 영혼이 채워지는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주는 책이에요.


강운구  22 지음, 박미경 엮음, 《탱자》(봄날의책, 2021)


누가 썼는가?

봄날의책은 오래전부터 세계 산문선 시리즈를 펴내고 있는데요, 그중 《탱자》는 우리나라 근현대 예술인들의 산문을 담았어요. 총 23명의 글이 실렸고 그중에는 여러분 모두가 알 법한 박완서, 이상, 백석, 법정 스님 등이 있습니다.


무엇을 썼는가?

주제도, 길이도 각기 다르지만 이 책의 글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크게 1) 한국의 근현대사와 2) 이들의 통찰입니다.


경험해본 적도 없지만 왠지 그리워지는 그때 그날들

본격 역사서가 절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시대나 특정 사건이 언급되는 건 아니지만 글에 당시의 한국 상황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예를 들어, 이 책에 실린 권정생의 <목생 형님>의 경우 일찍 죽은 형, 목생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일본에 남겨진 아버지를 찾아 가족이 흩어지게 되고, 한국 할머니 집에 나병에 걸린 삼촌과 함께 남겨진 목생 형님은 결국 죽게 됩니다. 글에서는 형이 결국 굶주려 죽었다는 얘기가 나오고요. 얼굴 한 번 제대로 본 적 없는 형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을 굉장히 담담하게 써내려가서 특히 인상에 남은 글이었어요. 겪어본 적 없는 상실에 애도를 표하게 됐습니다.


당시 문화를 발견할 수 있는 대목도 꽤 있습니다. 마당이 있는 집이라거나 손질 안 한 야채를 트럭 가득 싣고 집집마다 팔고 다니는 모습이 그랬어요. 지금은 정말로 보기 힘든 풍경이죠. 특히 거의 모든 글에서 자연과 풍경이 많이 묘사되는데요, 읽으면서 한국에도 이런 모습이 있었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응답하라 시리즈를 볼 때마다 겪어본 적도 없는 시대와 풍경이 굉장히 그립다고 느꼈는데(이게 그리운 게 맞나 싶지만요..) 《탱자》에 실린 당시 모습들을 엿보면서 많은 그리움을 느낀 것 같아요.


통찰력 있는 멋진 어른들

봄날의책 세계 산문선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  하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살아온 통찰력 있는 어른들의 글을 읽을  있어서예요. 이번 책, 《탱자》에서도  매력을 여실히 드러냈고요. 물론 제가 도저히 범접할  없는..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통찰력을 가진 분도 있었지만(.. 풀소유인 제게 무소유 법정 스님의 모습은.. 그저 존경스러웠습니다..) 이런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고마워지더라고요.


현실에서는 좋은 어른을 만나는 게 좀 힘든 것 같지만, 멋진 어른들을 마구 마구 만날 수 있다는 게 책의 큰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어요. 저는 그중에서도 김서령의 <사과>와 오정희의 <나이 드는 일>, 김화영의 <이삿짐과 진실>이 특히 좋더라고요. 다른 것도 좋아서 더 붙이고 싶은데 그럼 다 좋다고 말하는 꼴이 될 것 같으니.. 각설하겠습니다.



볕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이 책과 함께 햇살을 즐기실 수 있길!


http://aladin.kr/p/GPv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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