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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솔지책 Oct 26. 2022

내가 보는 게 보는 게 아니야

현실에 잔뜩 낀 거품을 팩트로 조지기

*커버는 Petra Collins의 사진입니다.


오늘 소개해볼 책은 과학 저널리스트 지야 통이 쓴 《리얼리티 버블》입니다.

과학서로 분류되긴 했지만 과학자가 아니라 저널리스트가 쓴 글이기 때문에 어렵진 않아요.

그럼 본격적으로 이 책의 매력을 뜯어볼까요…


지야 통, 장호연 옮김, 《리얼리티 버블》, 코쿤북스, 2021.



내가 보는 게 보는 게 아니야

— 이 책의 제목 “리얼리티 버블”은 우리가 현실(리얼리티)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거품(버블)이 있다는 뜻이에요. 주로 거품이나 버블이 부동산과 맞물려 쓰이는데 부동산에만 거품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지야 통은 부동산 얘기는 하지도 않지만..)

— 그래서 지야 통은 저희가 “보고 있는” 거의 모든 현실의 이면을 과학적으로 혹은 적나라하게 펼쳐서 보여줍니다. 저희가 너무 당연하게 진짜라고 믿는 “시간”부터 인간, 인간의 노동, 인간이 발 딛고 있는 공간, 자연과 환경 그리고 우주까지··· 정말 거의 모든 것을 다루며 “이게 진짜라고 생각해?”라는 질문을 던져요.

—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은 환상을 위해 현실에 버블을 만들기도 했지만, 보지 않기 위해(외면하기 위해) 부러 숨기는 현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돼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말은 정말 온 영역에서 참인 말이 됩니다.



“우리는 우리가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지 못한다”

— 앞서 말했듯 이 책에는 우리가 못 보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그중 저희가 모르거나 잊고 지내는 몇 가지 사실들을 가져와봤어요.

우리는 생명체의 척도에서 우리 인간이 거대하다는 것을 잊곤 한다. 우리에게 현실은 인간 크기로 보이겠지만, 실은 동물 종의 95퍼센트가 인간의 엄지손가락보다 작다. 벼룩 같은 자그마한 동물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극소의 생명체에 비하면 거인이다.
오늘날 전 세계 시장에서 거래되는 연어의 70퍼센트는 양식 언어이며, 이들 모두는 석유 화학 물질로 만든 합성 카로티노이드인 칸타잔틴과 아스타잔틴을 사용하여 인위적으로 착색한 것이다.

(저는 원래 연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잘 안 먹는데.. 이 책에 따르면 자연산 연어는 분홍빛이 돌지만 양식 언어는 콩과 옥수수를 먹여서 본래는 회색이래요. 하지만 회색 연어를 누가 사겠습니까? 그래서 페인트 색상표에서 비슷한 색깔을 가진 적절한 먹이를 주는 거래요. 그것이 바로 위에 있는 석유 화학 물질입니다. 유통되는 연어 중 70퍼센트가 양식이니 아마 거의 전 인구가 인위적으로 착색한 핑크빛 연어를 먹은 적이 있는 거겠죠.)

하지만 우리의 가치는, 그리고 우리가 자신의 시간을 파는 가격은 대체로 우리의 지성, 노동 윤리, 타고난 능력보다는 우리가 지구 어디서 태어났는지와 관계가 많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인간의 노력에 대한 버블을 지적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직업의 지리학》이라는 책에도 나오듯 사실 우리가 받는 돈은 노력과 학벌 기타 등등보다 장소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같은 일을 해도 서울과 지방의 임금이 다르듯 나라별로도 격차가 아주 심각하죠. 부모를 잘 만나는 것보다 어디서 태어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불공평하지만요.)



“알지 않는 것은 양심을 더럽히지 않기 위함이다”

— 위의 것들은 저희가 모르고 지내는 것들 중 하나겠지만 앞서 말했듯 이 책에는 인간이 의도적으로 눈 감는 정확한 현실이 드러나 있기도 해요. 환경 에너지, 도살, 빈부격차 등이 그렇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 여행을 가고 더워서 에어컨을 마구 켜면서 에너지를 쓰지만 그 에너지가 대체 어디서 와서 어떻게 가는지, 그게 얼마나 지구를 망치고 있는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잖아요. 모두 맛있게 먹는 고기도 결국은 어떤 동물이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인식하지 않으려 하죠. 무지는 결국 우리의 양심을 위한 거기도 합니다.

— 지야 통은 집요하게 그 문제들을 말해요. 읽는 사람은 괴로운 마음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어지고요. 양심에는 얼룩덜룩 오물이 잔뜩 묻어버립니다.

하지만 우리가 태우는 화석 연료로 인해 얼마나 많은 열이 축적되었는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방법이 있다. 기후학자 제임스 한센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지구가 더워지고 있는 전례 없는 추세는 히로시마 핵폭탄 40만 개를 매일 터뜨리는 것과 맞먹는다.”

(핵폭탄 40만 개 자체가 정말 와닿지 않는 양이지만 그만큼 어마어마한 열이 축적되고 있다는 거겠죠. 정말 더위 때문에 멸종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황소와 달리 낙농업계의 목줄인 우유를 실제로 생산하는 암소가 대중의 주목을 전혀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다. 매일 120잔 분량의 우유를 평생 생산하고 나면 가치가 다한 것으로 여겨져서, 도축장으로 끌려가 분쇄되어 개 먹이나 햄버거용 고기로 팔린다.

(매일 우유만 짜내다 도축장으로 끌려가는 삶은.. 알고 있지만 정말 적응이 안 되네요. 인간은 동물에서 영양분을 섭취하게 된 걸까요.. 대체 왜.. 대체 왜 생명체를 죽임으로써 배부르려 한 걸까요…)

영국의 저술가 조지 몽비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자손들이 혐오스럽게 여길 우리 시대의 광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고기나 알, 젖을 어등려고 동물들을 대규모로 가둬둔 것이 틀림없이 포함될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동물 애호라가고 여기며 개와 고양이에게 친절을 베풀면서도,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수십억 마리의 다른 동물들에게는 잔혹한 박탈을 가한다. 추악한 위선이다. 미래 세대는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보지 못했는지 알고는 경악할 것이다.”

(인간은 추악한 위선자..ㅠ)

부자들과 가난한 자들의 격차가 어느 정도로 벌어졌는가 하면 지구에서 가장 부유한 마흔두 명이 전 세계의 빈곤한 인구 절반이 가진 것과 같은 돈을 갖고 있다. 상위 42명의 부와 하위 37억 명의 부가 똑같은 것이다.

(정말 믿어지십니까..? 상위 42명은 대체 어느 정도의 부를 갖고 있단 말입니까.. 그렇게 많은 돈을 뭐 어떻게 하는 건지.. 그들의 시간은 영원하기라도 한 걸까요…)



확률 제로의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이 책에 따르면 여러분이 태어날 확률은 거의 제로입니다. 일단 저희 부모가 만났어야 하고, 그들이 함께 있었어야 하는데요, 이게 대략 4천만 분의 1이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이것은 생물학적 확률을 아직 고려하기 전이다. 여러분의 어머니가 평생 10만 개의 난자를, 아버지가 4조 개의 정자를 생산한다고 하면, 여러분이 여기에 있을 확률은 대략 40경분의 1이다.” 하지만 이것도 끝이 아닙니다. 여러분 어머니와 아버지가 존재하려면 혈통이 끊어지지 않았어야 하잖아요? 어쨌든 이런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따져봤을 때 저희가 태어날 확률은? “200만 명이 모여··· 각자 면이 1조 개인 주사위를 던져 모두가 똑같은 면이 나올 확률”이래요. 네.. 그러니까 사실상 0입니다, 0.

— 지야 통은 이 엄청난 확률을 뚫고 세상에 나온 인간이 지금 여기를 망칠 수 있었다면 반대로 다시 회복시킬 수도 있어! 라는 굉장히 낙관적인 희망으로 책을 마무리합니다. 탄생 자체가 기적이었던 우리가 과연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저도 지야 통처럼 근거 없는 희망을 품어보고 싶..네요..



사족

— 정말 많은 이야기가 있다 보니 분량이 꽤 되는 편입니다.

— 어렵진 않지만 과학적인 이야기들은 좀 이해하기가 힘들 수도 있어요. 그런 부분은 그냥 과감히 건너뛰십쇼! 어려운 용어 모른다고 책의 메시지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 정세랑 작가가 이 책의 추천사에서 “올해, 단 한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면 이 책”이라는 말을 썼는데요, 저는 그와 비슷하게 현실에 발 딛고 사는 인간이라면 한번쯤 읽어봐야 하는 책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실뿐만 아니라 삶에도 수많은 거품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거품을 만들어내는 일은 되도록 없길 바라며!


오늘도  번쩍 들어 인사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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