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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솔지책 Dec 12. 2022

첫사랑을 다시 만났다, 근데 이제….

지긋지긋한 동네와 평생 지겹지 않을 첫사랑



오늘 소개할 책은 잠을 미룰 정도로 재미있었던 바로 그 책..

지난 며칠간 저를 아주 재미에 풍덩 빠뜨려줬던 바로 그 책..

타나 프렌치가 쓴 《페이스풀 플레이스》입니다.


타나 프렌치, 권도희 옮김, 《페이스풀 플레이스》, 엘릭시르, 2022.

진수까진 모르겠으나 저는 이 책에 진지하긴 했습니다



아니 잠깐만 이제 와서?

— 이 책의 주인공 ‘프랭크’는 잘나가는 경찰입니다. 아름다운 여자와 결혼했었고(네, 어디서나 그렇듯 이혼했습니다) 멋진 딸도 있죠. 이혼도 그의 삶을 크게 뒤흔든 건 아니었기에 이대로만 살았다면 딱히 큰 문제가 있는 삶은 아니었을 거예요. 하지만 많은 장르 소설이 그렇듯 프랭크의 삶에도 위기가 닥칩니다. 바로 평생 모든 걸 줘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았던 첫사랑 ‘로지’의 흔적이 나타나버린 거죠.



그 망할 놈의 동네로 다시 가야 한다고?

— 프랭크는 더블린(아일랜드 소설이라 배경이 아일랜드입니다)에서 자신의 삶을 꾸렸지만 사실 그는 ‘페이스풀 플레이스’라는 동네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었어요. 프랭크에게 그곳은 묻고 싶은 끔찍한 과거일 뿐입니다. 걸핏하면 폭력을 일삼고 고성을 질러댔던 아버지가 있는 곳이자 희망과 낙관 대신 절망과 비관과 양아치들이 들끓는 곳이죠.

— 그는 10대가 끝나갈 무렵 동네를 떠나 형 누나 동생들을 비롯한 모든 가족과 연을 끊고 자신을 모르는 다른 곳에서 완벽히 새로운 삶을 시작했던 겁니다. 그러다 그나마 연락을 주고받던 여동생에게서 로지의 트렁크가 발견됐다는 얘기를 듣게 돼요. 프랭크는 생각합니다. ‘날 버린 로지? 함께 미래를 약속했지만 결국 나타나지 않은 로지? 로지 트렁크를 발견했다고?’ 결국 프랭크는 딸과의 약속도 깨고 간신히 빠져나왔던 지옥 같은 동네, 페이스풀 플레이스로 향합니다.



너는 왜 나타나지 않았던 걸까?

— 프랭크와 로지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관계였어요. 로지의 아버지는 프랭크를 극렬하게 반대했기에 둘은 아주 몰래몰래 관계를 이어나갔거든요. 둘은 각자의 아버지 떄문에 지쳐 있었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동네에서는 희망을 찾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함께 사라지기로 결심합니다. 서로만 있다면 얼마 없는 돈도, 가능성 없어 보이는 꿈도 모두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 배를 타고 떠나기로 한 그날 새벽, 프랭크는 로지를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았고 반이 찢겨진 편지에는 떠날 거다, 찾지 말아라 같은 얘기가 있었어요. 그는 로지가 자신을 버렸다고, 다른 사람과 함께 이곳을 떠난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프랭크는 로지마저 없는 동네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요. 결국 그는 홀로 떠나고 맙니다.

— 그렇다고 로지를 잊을 순 없었어요. 프랭크에게 로지는 삶이자 우주였고, 로지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정말 모든 걸 다 버릴 수 있었거든요. 로지는 그렇게 프랭크 삶에 영영 살아 있게 됩니다.



이탈 방지를 위한 아무 사진


너는 왜 시체로 누워 있는 건데?

— 로지의 트렁크를 발견한 이후 프랭크는 형사처럼 실마리를 풀어갑니다. 대체 왜 로지는 자신의 트렁크를 버린 건지, 그리고 로지는 어디로 가버린 건지 등을요. 그러다 백골이 된 로지를 동네 폐건물 지하에서 발견한 프랭크는 사건을 직접 파헤치기로 결심합니다.

— 이후의 이야기는 책으로 읽어보시는 게 아주 좋을 것 같아요! ^^^^^



진실을 마주할 결심

— 이후 흘러가는 이야기들은 프랭크에게 새로운 진실들을 알려줍니다. 어렴풋이 짐작한 진실이기도 하지만 정말 뜻밖의 것이기도 하죠. 그리고 진실은 당연히 프랭크의 가족과 동네와 얽혀 있습니다.

— 뒤틀린 진실들은 프랭크뿐만 아니라 읽는 사람에게도 당혹스럽게 다가오더라고요. 물론 그 당혹스러움과 뒤따르는 경악이 이 소설을 계속 읽게 되는 이유기도 하고요.



솔직히 읽을 수밖에 없는 설정들..

— 당연히 장르물이지만 이 책은 인간 본연의 추악한 모습이 잘 담겨 있기도 해요. 특히 프랭크가 파헤치는 진실들을 보다 보면 더더욱 그렇죠.

— 게다가 프랭크라는 인물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사리분별과 호불호가 확실한데 위트가 있고 똑똑한 인물이에요. 많은 장르물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조금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구 고독해하지도 않고 또 자기 세계에만 갇힌 인물도 아니거든요.

첫사랑이라는 설정도 무시할 없는 요소인 것 같아요. 로맨스가 가미된 장르물은 꽤 있지만 시체가 된 첫사랑을 마주한 이야기는 흔하지 않은 느낌입니다. 이 책은 로지와 프랭크가 헤어진 부분부터 시작을 하는데요, 그래서 자연스레 ‘로지는 왜 프랭크를 버렸지? 왜 나타나지 않은 거지?’ 라는 생각 때문에 일단 페이지를 넘기게 되거든요.



사족

— 분량이 좀 있는 편이라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이 정도 분량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말 빠르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타나 프렌치의 다른 작품들을 읽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나마 하나 있던 책은 절판이더라고요. 이 책이 많이 팔려서.. 타나 프렌치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ㅠㅠㅠㅠ




최근에 읽은 책 중 여운이 가장 길게 남았던 책인 것 같은데요,

책의 배경도 요즘 날씨와 비슷한 것 같으니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손 번쩍 들어 인사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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